나는 저녁에 일을 마치고 또 언제 마칠지 정확하게 애인에게 말해줄 수가 없었지. 애인은 대기하다가 나의 큐 사인이 떨어지면 우리가 즐겨 먹는 치킨집에 포장 주문을 해두고 나를 데리러 왔지. 나는 늘 잠이 부족해서 애인을 만나는 날이면 미리 몰래 에너지 음료를 먹었어. 기대하던 넷플릭스 시리즈가 나오면 보지 마요. 꼭 같이 봐요. 하고 신신당부를 해두다가 우리 집보다 큰 스마트 티비가 있던 애인의 집으로 가서 사 온 치킨과 맥주를 부지런히 세팅하지. 서둘러 씻고 젖은 머리로 상에 앉으면 애인은 냉동실에 미리 넣어둔 맥주잔을 가지고 와. 필요 없는데, 그냥 마셔도 괜찮아요. 라고 해도 말이 적은 애인은 묵묵히 잔에 내 맥주를 따라서 내 손에 쥐어 주고 두둥 하는 넷플릭스 소리를 들으며 약간 식은 치킨과 맥주를 마셨지. 반쯤 보다가 어느새 나는 졸고 있고 애인은 어느새 소리를 낮추고 혼자 조용히 보고 있지. 나를 깨우지 않고 또 보고 싶은 마음도 가지고 있는 애인을 나는 언제나 좋아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