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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훈 Jun 08. 2024

5.불안정한 관계

어머니와 함께 살게 된 뒤로 저는 어느 정도 정상적인 삶을 되찾게 되었습니다

점점 감정표현도 늘었고 나름 사람답게 살 수 있었어요 겉으로 보기엔요


어머니와 저는 서로 아픈 모습들은 보이기 싫어했던 거 같습니다

분명 함께 살기 전에는 이렇지 않았던 거 같은데 누나의 죽음은 서로에게 너무나도 큰 상처가 되었어요

초반엔 많았던 대화도 갈수록 적어지고 그저 사람답게 사는 것에만 집중했던 거 같습니다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는 듯 보였지만 다시 문제가 하나 생겼어요

아버지는 밤늦게 집을 찾아와 문을 두드리거나 창문을 훔쳐보시곤 했던 거죠

누군가가 문밖에서 기다리는 것 창문 너머로 시선이 느껴지는 것 

굉장히 불쾌하고 두려웠습니다


결국 보다 못한 이모부께서 아버지를 쫓아내시곤 쓴소리를 하셨다는데 자세히는 듣지 못했네요



어느덧 시간이 흘러 저는 중학생이 되었습니다

그 누구에게도 상처를 보이고 싶지 않았던 저는 갈수록 내성적으로 변해갔고 

학교생활도 그리 쉽지는 않았습니다


이때쯤에 어머니도 많이 힘드셨는지 자살 시도를 하셨지만

눈치챈 이모들이 빠르게 구급차를 불러 큰 일은 없었어요

하지만 저에겐 이 일이 큰 트라우마가 되었었죠

'나의 소중한 사람이 또 없어질 수 있다는 것'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었죠

어머니도 비슷한 생각을 하셨는지 저희는 정신과 치료를 함께 받기 시작했습니다


언젠가 사라질 수 있으니 더 잘하자라던가 이미 잃어봤으니까 더 소중하다 이런 말은 저희 모자에겐 너무 어려운 말이었나 봐요

저희는 서로에게 조금씩 정을 떼기 시작했습니다

하루에 오가는 대화는 거의 한두 마디 정도였고 어머니께서 일로 늦게 들어오시니 함께 식사를 할 기회도 별로 없었어요

조금씩 멀어져 가던 그때 어머니께서 먼저 대화를 시도하셨습니다


그때 듣게 된 이야기지만 어머니는 누나에게 굉장히 많은 투자와 애정을 쏟았다고 합니다

집도 누나 학교를 위해 이사하고 누나가 하고 싶다는 걸 모두 다 해주기 위해 노력했지만 누나는 떠나갔다고

너마저도 그렇게 떠나갈 거 같아서 많이 미안하지만 나는 더 이상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면서 많이 미안해하셨어요


그때는 장난스럽게 누나랑 나를 반대로 키웠다고 웃으며 넘겼지만 많이 속상했어요

이미 끝을 생각하고 계시고 너에게 줄 애정은 이 것뿐이다라고 말하시는 거 같아서요

어쩌면 그때 솔직하게 말했으면 무언가 변했을까 싶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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