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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훈 Jun 01. 2024

3. 낙화

영원한 이별

이번 글은 떠올리기도 힘들고 아직도 제 상처가 아물지가 않았기에 글이 두서없이 정신없을 수도 있어요

그저 먼저 세상을 먼저 떠난 누나에게 보내는 편지정도로만 생각해 주세요 

여기저기 떠들고 다니는 걸 안 좋게 보실 수도 있겠지만 비슷한 아픔을 가지신 분들이 공감을 얻고 함께 치유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라요



할머니 몰래 어머니와 누나를 보기 위해 2시간 정도의 거리를 버스 타고 찾아가곤 했었는데

어머니와 함께 살게 된 누나는 너무나도 행복해 보였습니다

먹고 싶은 음식을 먹을 수 있고 놀고 싶을 때 놀 수 있고 배우고 싶은 걸 배울 수 있게 되었다며 너무나도 행복해했습니다 그 거지 같은 집안에서 겨우 나왔다며 해방이다 라며 웃으며 얘기하기도 했었죠

항상 짜증 내고 어딘가 우울해 보였던 누나가 그렇게 웃는 건 너무나도 오랜만에 본 거 같았습니다



왜 그때 같이 안 나왔냐고 그 집안 빠져나올 수 있는 기회였는데 라며 아쉬워하기도 하고

잠깐이지만 편하게 있으라고 놀리곤 했었어요 자기가 먹고 싶은 게 있으면 제 핑계로 어머니한테 시키라고 하기도 했었죠


누구에겐 너무나도 평범한 일상들이 저에겐 끔찍한 지옥을 견딜 수 있던 이유였습니다

그 한두 시간의 시간들이 저를 살아가게 만들었습니다 언젠가 우리 셋이서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거라고 믿으면서요



그렇게 한 2년 정도의 시간이 지났을 때 누나는 세상을 떠났습니다

자세하게 말해드릴 순 없겠지만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합니다... 


그 밝아 보이던 웃음 속엔 수많은 감정들이 숨어있었나 봅니다

빨리 찾으러 오지 않은 어머니를 미워하기도 했고 

어린 동생을 챙겨야 한다는 책임감에 빠지기도 했고

이렇게 살 게 된 이유인 친가 쪽을 원망하기도 했었나 봅니다


감정을 잘 숨기던 누나였기에 그 누구도 알지 못했어요

그날도 그저 어머니에게 잘 다녀오겠다며 웃으며 나섰다고 합니다

그저 세상을 떠나기 전 모두에게 연락을 한 후 떠나갔다고 하는데

누나에게 온 연락을 빨리 받지 못한 것 받고도 빨리 찾으러 가지 못한 걸 후회하며 울부짖던 어머니의 모습이 다시금 떠오르네요


저는 후회라도 할 수 있는 어머니가 부러웠어요 저에겐 연락조차 하지 않았었기에

나를 미워했었는지 아니면 미안해서 그랬는지 어쩌면 까먹었을지도 모르죠 

너무나도 누나에게 해주고 싶었던 말이 많았는데 기회조차 주지 않고 떠나간 누나가 너무나도 밉고 또 보고 싶습니다


나를 믿으라고 우리가 함께면 뭐라도 이겨낼 수 있다고 그러니 제발 떠나가지 말아 달라고

그날로 돌아가 누나를 붙잡고 싶습니다 아니 붙잡지 못하더라도 떠나가지 말아 달라고 연락이라도 하고 싶습니다 

그저 후회되고 보고 싶을 뿐이네요 언젠가 다시 보게 될 그날엔 서로 울지 않고 웃으며 볼 수 있길 바랄 뿐입니다







이번 글을 쓰면서 그때의 기억들이 떠올라 너무나도 괴로웠습니다

아직도 13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제가 좀 멍청하다고 느껴진 거 같아요

누군가에게 이런 얘기를 터놓고 얘기한 적도 없고 혼자 끙끙 앓고만 있었거든요


어쩌면 글이 짧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을 거 같아요

이번엔 제 이야기를 하기보단 함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었습니다

벌써 10년이 다 되어가는데 저는 아직도 누나 얘기만 나오면 울곤 해요

보고 싶다고 미안하다고 왜 그랬냐고 물을 수 있는 누나는 이미 떠나갔고

제 감정을 터놓고 이야기할 곳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늘 이 상처를 안고 살아왔죠


시간이 약이다라는 말처럼 저도 갈수록 나아질 줄 알았는데 더 힘들어질 뿐이었어요

마음에 상처가 난 채로 시간이 흐르면 낫는 게 아니라 곪아갈 뿐이더군요 


그냥 그저 터놓고 이야기할 곳이 필요했나 봅니다

비슷하거나 같은 아픔을 가진 분들이 여기서라도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기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내가 마음의 문을 닫고 앞만 보고 달려단다면 상처를 아무도 치유해 줄 수없어요 그저 갈수록 아파질 뿐이죠

단 한 번이라도 뒤를 돌아봐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거나 도와줄 사람을 찾으시면 좋을 거 같아요

생각보다 상처를 치유해주고 싶은 사람들이 주변에 많을 거예요 못 미덥지만 저도 있고요

인간은 혼자 사는 존재가 아닌 함께 나아가는 존재니까 서로의 상처를 치유해 주고 함께 앞으로 나아갈 수 있으면 좋겠어요 

 

모두가 아프지 않고 슬프지 않고 힘들지 않고 행복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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