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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혜지 Oct 06. 2024

무의식이란 익숙함일까에 대하여

내 마음의 위치

무의식은 익숙함과 연관되어 있다.


최근에 바빠서 일기를 쓰지 못하다가 오랜만에 일기장을 열고 날짜를 적었다. 항상 그래왔듯이 연도부터 적고 차례로 월일을 작성하는데 무심코 9월을 적었다가 줄을 긋고 10월로 고쳐 적었다. 9월이 너무 익숙해져서 10월이 온 걸 알고 있었음에도 9를 적게 된 것이다. 


그래서 익숙함이란 나에게 깨달음을 준다. 내 무의식 속에 자리 잡고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다가 나도 모르는 새에 불쑥 튀어나와 버린다. 내가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자연스레 튀어나와 나를 당황시킨다. 그 당황스러움은 내가 무의식 중에 온전히 마음을 두고 있던 곳이 어디였는지를 찾아준다.


아무리 익숙함과 무의식이 연결 되어 있다지만 내 무의식이 향하는 곳을 알아차릴 때 나의 익숙함이 어디에 머물러 있는지 깨닫게 된다. 나에게 익숙함이란 뭐였는지. 그러니까 힘들거나 기쁜 소식이 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랄지, 내 말투에 자연히 배어있는 너의 말투라던지를 알게 된다.


오랜 시간을 함께 한 습관이라 해서 필연적으로 익숙해지는 건 아닌 것 같다. 그만큼 내가 마음을 쏟고 얼마나 진심이었는지에 따라 익숙함으로 녹아드는 것 같다. 아무래도 오랜 시간 가져온 행동이라면 그만큼 내가 마음을 온통 쏟아부었다는 방증이니 말이다. 


익숙함은 내 마음의 위치를 알려준다.

친구들과 만들어왔던 우리만의 신호, 가족끼리만 가지고 있는 문화들이 켜켜이 쌓여 나를 만들어준다.

그래서 대화를 통해 상대방을 알 수 있다는 건 그 사람의 마음의 위치를 알 수 있어서인 것 같다.


가장 마음을 많이 쏟아부은 것들이 익숙함이 되어 나를 완성시킨다.

한동안은 나의 무의식적인 익숙함이 어디에 머물러 있는지 찾아보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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