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불안은 통제가 된다.
지난주였을 것이다.
딸아이는 생일 선물로 자전거를 사달라고 연신 아빠를 졸랐다.
아이는 자전거를 배우고 싶었고, 두 발로 자전거를 끌고 다니는 자신을 상상하면 왠지 모르게 자신이 한 뼘 더 성장할 것 같다고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우리 부부는 딸아이에게 자전거를 선뜻 사줄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학교 내에서 자전거는 금지되어 있다.
집 앞은 자전거를 타기엔, 언제라도 튀어나올 수 있는 차와 오토바이가 경쟁하듯 지나다닌다.
남편과 나는 이 환경에서는 자전거를 태울 마음이 없었고, 그 지점이 항상 우리 부부에게 아픔이자 슬픔이 되었다.
남편은 딸에게 자전거를 사줄 수 없는 이유를 말했다. 나는 조용히 남편과 딸의 대화를 귀담아들었다.
둘의 대화가 끝나고, 남편이 산책을 나섰다.
나는 딸을 불러 이야기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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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엄마 아빠도 너에게 자전거를 사주고 싶기도 하고, 사주고 싶지 않기도 해.
자전거는 우리 집 환경에서는 타기 위험해. 학교에서도 타는 게 금지되어 있잖아?
외할머니 댁에 갖다 놓고 탄다는 건, 사촌들이 늘 모이는 집에 가져다 놓는다는 말인데… 그건 왠지 사촌들에 대한 배려는 아닌 것 같아.
롤러스케이트도 있지만, 여건이 안 돼서 잘 못 타잖아?
자전거도 그렇게 네가 못 타게 될 수도 있어.
그러니까, 다른 선물을 생각해 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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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은 실망한 표정으로 말했다.
“나 갖고 싶은 거 생각 안 나. 생일 선물로 뭘 고르란 말이야… 그럼… 나 갤럭시탭 사줘.”
“갤럭시탭은 중학교 가면 사준다고 돈 모으고 있잖아?
그거 말고, 네가 꼭 갖고 싶어 했던 거 중에 엄마는 하나 생각이 나는데?
너, 로블록스 현질 해보고 싶다고 했잖아?
엄마 아빠의 경제관념에는 맞지 않지만, 생일 선물로 원하는 거니까 생일엔 한 번쯤 허락해 줄 수 있는데…?”
아이는 그 말을 듣자마자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그러면… 구글 플레이 기프트 카드? 그거 해줄 거야?”
“응. 그거 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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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자전거를 집요하게 원했던 시간보다 몇 배는 빠른 속도로 “응!”이라며 쿨하게 대답했다.
협상이 이렇게 간단히 끝날 줄 몰랐다.
요즘 아이는 부쩍 자신이 갖고 싶은 것을, 먹고 싶은 것을, 가고 싶은 곳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이 아이는 자신의 감정이나 욕구를 말로 표현하는 것을 어려워했는데,
자신이 욕망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고 말로 표현하는 모습이 대견했다.
하지만 한편으론 “이제 시작이구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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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사춘기에 가까워지며 본격적으로 타인에 의한 가짜 욕망들과, 자신의 진짜 욕망을 느끼고 요구하는 말들을 하기 시작하니 —
그 말들이 우리 부부를 끝없이 시험하고 고민하게 만들고, 머리를 지끈하게 만든다.
어쨌든 직접 선택하고, 느끼고, 경험하고, 후회해 봐야
진짜 ‘나’로 사는 것에 가까워지니 대화를 피할 수도, 협상을 피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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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에서 돌아온 남편은, 나와 딸이 대화로 자전거에서 구글플레이 카드로 바꾼 것을 모른 채
나에게 속상함을 표현했다.
내가 도와주지 않아 난감했다는 듯했다.
주거 환경 때문에 자전거를 사주지 못하는 것이 속상하고 화가 난 듯했다.
나는 딸과 나눈 대화를 남편에게 말했고,
나 역시 자전거를 당신과 같은 이유로 사주고 싶지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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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과는 별개로, 나는 사실…
딸과 남편에게
자전거 사고로 돌아가신 친구 할아버지,
자전거 사고로 크게 다쳐 수술하신 작은아버지,
자전거 사고로 인중과 턱을 다쳐서 찰리 채플린 얼굴을 한 것도 모자라, 13살 수학여행 사진에 박제되어 버린 내 얼굴 …
자전거와 관련된 일화가 많아
13살 이후로 거의 10년 만에야 자전거를 다시 탈 수 있었다는 사실을 말하지 못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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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경험한 일들 때문에 딸이 자전거 타는 걸 원하지 않았다는 말도 못했다.
나는 자전거와 관련된 어린 시절 경험들로
불안과 두려움이 생겼고,
그런 이유로 딸의 욕망을 통제하려 했던 모양이다.
아이들은 아이들의 생을 살고 있는 것이므로,
그들을 한 개인으로서 마땅히 존중해야 하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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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진심으로 자유롭게 살기를 원한다면,
자신이 선택하고 책임지는 삶을 살게 해줘야 한다.
각자의 인생에선 자신이 주인공이니까.
그러므로 나는 끊임없이 나의 불안과 두려움에서 오는 통제와 지배를 경계하고 단속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