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공부 1시간을 해치우면(?) 보여주기로 한 유튜브가 아이와 나의 생활 곳곳에 침투했다. 처음에는 선 공부, 후 유튜브라는 대원칙이 있었으나 한글이 야호, 한글용사 아이야 등 교육적인 내용의 유튜브에서 원칙이 무너지기 시작했고, 한번 터진 둑은 쉽사리 메워지지 않았다.
유치원 가기 전에 잠깐
다녀와서 잠깐
간식 먹을 때 잠깐
저녁 먹고 잠깐
생활 속 작은 틈이 생기면 아이는 유튜브를 보여달라고 했다.
호랑이가 눈을 부릅뜨고 노려본다는 호시탐탐이 이럴 때 쓰는 말일터.
더불어
설거지 좀 해야 되니까 잠깐
'나도 좀 쉬자'며 커피 한 잔 할 때 잠깐
'아침부터 종종종 출근하고 퇴근하고, 아휴 오늘 하루도 힘들었다'며 마음 편히 밥 좀 먹자고 잠깐
아이와 마찬가지로 잠깐의 틈 사이에 나의 숨통을 트이기 위해 아이의 유튜브 시간을 허락했다.
아이 한글 교육에 도움이 되겠지
친구들이 다 아는 만화 캐릭터를 우리 아이만 모르면 안 되지
아이도 유치원에서 사회생활 하느라 힘들었을 텐데 쉬는 시간도 좀 가져야지
아이를 위하는 척했지만 사실은 아이에게 유튜브를 보여주며 나의 혼자만의 시간을 산 것이다.
아무도 나에게 말 걸지 않는
나 역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되는
그 자유로운 시간을 유튜브를 통해 사고 있었다.
그 시절, 그러니까 아이가 영유아를 거쳐 7살이 되는 시간까지 육아의 과정 속에서 단 하나 원하는 것이 있다면 단언컨대 혼자만의 시간이었다.
그러나 물리적으로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에는 엄마 껌딱지가 있어 불가하니 정신적으로나마 혼자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질 수 있는 즉, 아이가 엄마를 찾지 않는 시간을 가지고 싶었던 것이다.
육퇴 아니면 가지기 어려운 그 소중한 시간을 유튜브가 가질 수 있도록 해준 것이다.
사실 육퇴 후 깨어있기란 캐내기 힘든 보물과 같아서 아이와 같이 아니 더 먼저 잠들기 일쑤였던 나는 육퇴의 기쁨을 마주하기가 매우 어려웠는데 아이에게 유튜브를 보여주는 것으로 그 기쁨을 아주 손쉽게 누릴 수 있는 것이었다.
더욱이 남편이 아이가 태어나고 수험생활을 시작한 탓에 언제나 육아는 나의 몫이었기에 혼자만의 시간이 더욱 고팠다. 남편 없이 어린아이를 키우는 것을 독박육아라고 하는데 너무 진부하고 피해의식 섞인 표현이라 내 그 단어를 좋아하지 않는다만 그 단어가 아니고서야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는 독박육아 시절에 유튜브는 나를 대신해 아이를 돌봐주는 아주 고마운 육아동지였던 것이다.
그럼 혼자 있는 시간에 뭐 그리 대단한 것을 하느냐고 묻는 다면 매우 곤란해진다.
그래봐야 혼자 있는 시간엔 '주말에 아이랑', '7살 아이 해외여행 갈 수 있나요?' 이런 거나 검색하는 게 뻔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