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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맵다 쓰다 Aug 11. 2020

하루에도 수 백마리 고양이를 만난다.

코로나 인한 장기 휴원을 깨고 등교하기 전 날 밤.

식탁에 둘러앉아 내일 유치원에 가게 될 이야기를 나누었다.

입학식도 없이 신입생이 된 동생에게  유치원생활을 잘 알려주라는 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큰 아이가 말한다.


"근데...또.... 울면 어떻하지?"


금방 얼굴에 먹구름이 몰려오면서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유치원 적응을 1년동안 한 아이였다.

여름방학이 끝나는 날 언제 겨울방학이 오냐고 물었던 아이..


달래기도 협박하기도 하고 물질적으로 회유하기도 했다.

가기 싫은 이유도 여러 가지였다.


배가 아파서, 다리가 아파서, 먹기 싫은 반찬이 나와서, 밥을 빨리 못 먹어서,

그림이 그리기 싫어서, 자꾸 눈물이 나서, 친구들이 놀려서,,


이유는 달라도 결과는 시도 때도 없이 흐르는 눈물로 와닿았다.

아이지만 친구들앞에서 우는 모습이 부끄럽다고했다.


스무 몇명의 아이들은  각각 모둠에 둘러 앉아 밥을 먹는데 혼자 선생님 옆자리에  앉아 밥을 먹은지도 몇 달째..

저도 힘들고 지켜보는 나도 힘들게 그렇게 어떻게 어떻게..일년이 갔다.

아니..사실 나에겐 매일이 고민의 연속이였다. 

지나오니 점처럼 느껴지지만  속에 있을 때 는 엄청나게 긴 시간이였다.


어디서부터 잘못된걸까?

애착이 문제일까?

내가 일을 해서 그런걸까?

유치원에서 뭔가 힘 일이 있는 걸까?


내 눈만 마주치면 눈물을 그렁그렁하는 아이때문에 하루에도 몇 번씩 속이무너져내렸다.


그래서 새로 입학하는 동생보다  더 걱정을 했다.

다행인지 아닌지 아는 친구와 한반이 되었고 지난 1년간 얼굴을 봐온 부담임 선생님이 새로운 7살 반의 담임선생님이 되었다.

 

늘 " 니가 제일 소중한 사람이다" 세뇌하듯이 말해줬다.

친구들이 뭐라해도 니 생각이 아니면 된거니 그 말에 상처 받지 않는 연습을 시켰다.

감성이 풍부하고 사람들의 감정을 잘 알아채는 아이는 작은 말에도 상처를 받거나 마음쓰는 일이 잦았다.


아는 친구도 있고 선생님도 알니까 이번 7살 반 생활이 너무 재밌겠다고 이야기했었는데

막상 간다고 생각하니 또 눈물이 나나보다..


개학날 아침이 되자, 또 "엄마,," 하고 눈물이 새어나온다.


" 우리 울지 않지로 한거 알지?"

하고 나는 서둘러 감정의 전환을 막으려고 했다.

 

그랬더니 아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무슨 말을 하고 있는게 아닌가..


" 아무 생각도 안한다. 그러면 눈물도 안난다.

친구들은 모두 고양이다. 아무렇지도 않다."

(우리 집은  고양이를 키우고 있다.)


눈물을 꽉 채운 눈으로 혼자 그렇게 되뇌는 모습에 나도 눈물이 왈칵 나올 뻔했다.


언젠가 친구들이 우는걸 쳐다봐서 부끄러워 유치원에 못 간다고 했을 때, 니가 좋아하는 고양이라고 생각해보라고 했던 말이 기억이 났나보다.

고양이가 쳐다볼때 쳐다봐서 부끄러운 마음은 안들지 않을까? 했던....



일곱살 아이에게 타인을 고양이처럼 생각해야할 때가 벌써 생겼다는 사실에 난 참 씁쓸했다.


그렇게 굳은 마음을 먹어도 눈물이 터진다.

물리적으로 보이는 눈에서 흐르는  내 눈물도  못 막는데 어디 붙은지 모르는 내 마음먹기는 오죽하랴..


너도 그리고 나도

우리는 그렇게 하루에도 수백마리 고양이들을 만나고

어디 붙은지도 모르는 마음을 다 잡으면서 살아가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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