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인생을 위한 그만두기의 기술
그만두기: 문제회피가 아닌 전략적 선택
퀴팅은 다른 행동에 착수하기 위해 어떤 행동을 중단하는 것이다
본문 中
2021년 도쿄 올림픽에서 미국의 체조 스타 시몬 바일스는 단체전 결승 도중 갑자기 기권을 선언했다. 금메달 후보였던 그의 갑작스러운 결정에 전 세계가 놀랐다. 그러나 바일스가 밝힌 기권 이유는 부상이 아닌 심리적 압박감이었다. 극도의 스트레스로 공중에서 방향감각을 상실하는 현상, 즉 ‘트위스티스(twisties)’를 경험한 것이다. 모두의 기대와 강요된 책임감에 맞서, 그녀는 용기 있게 멈춤을 선택했다. 사회는 흔히 끈기와 인내를 미덕으로 삼는다. 어려움이 있더라도 끝까지 버티는 사람이 결국 성공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바일스의 사례는 다른 메시지를 전한다. 진정한 퀴팅은 실패나 도피가 아니라 더 나은 선택을 위한 전략적 행동이라는 점이다. 그는 메달보다 자신의 생명과 안전을 우선했고, 그 선택으로 더 심각한 위험을 피할 수 있었다.
최근의 뇌과학 연구에 따르면, 인간은 무리한 상황에 직면하면 뇌에서 ‘노시셉틴(nociceptin)’이라는 물질을 방출한다고 한다. 이 노시셉틴은 동기부여와 즐거움을 담당하는 도파민의 분비를 억제하여, 무리한 노력을 중단하도록 유도한다. 즉, 우리 뇌는 본능적으로 위험하고 무리한 집착에서 벗어나기 위한 장치를 이미 갖추고 있는 것이다. 결국 퀴팅은 나약함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자연스러운 선택이다. 삶에서 중요한 순간일수록 단순히 버티기보다 객관적으로 상황을 판단하고, 필요할 때 멈출 줄 아는 지혜가 요구된다. 과도한 압박과 한계를 넘어선 노력은 결국 우리를 지치게 하고 위험에 빠뜨린다. 그런 점에서 바일스의 선택은 문제회피가 아니라, 가장 현명한 생존 전략이었다.
재정비의 기술: 멈춤은 전진을 위한 준비
시몬 바일스가 경기를 포기한 후 취한 행동은 흥미롭다. 그녀는 완전히 체조를 떠나지 않았다. 잠시 멈춘 후, 정신과 몸을 재정비하는 시간을 가졌다. 결국 그녀는 이후 2024년 파리 올림픽에서 3관왕을 이루며 잠시 멈추었던 자신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해 냈다. 우리는 종종 멈추는 것을 두려워한다. 멈춤을 실패와 동일시하거나 뒤처지는 것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위대한 도전과 성공 뒤에는 반드시 전략적인 멈춤과 재정비의 시간이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무작정 앞으로 달리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오히려 잠시 멈춰 서서 자신이 달리고 있는 방향이 옳은지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방향을 수정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기업들도 위기 앞에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전략 재점검이다. 실패한 프로젝트를 빠르게 접고 새로운 계획을 수립할수록 장기적인 성과가 좋다. 개인의 삶에서도 마찬가지다. 멈춤이 없다면 기존의 틀과 관성을 깨기 어렵다. 삶의 중요한 전환점은 항상 기존의 무언가를 중단할 때 찾아온다.
결국 멈춤과 퀴팅은 그 자체로 전진이다. 현재 하고 있는 일을 중단하고 숨을 고르는 순간, 우리는 더욱 명료한 시선으로 현실을 바라보게 된다. 자신의 목표와 현실의 괴리를 깨닫고 이를 조정할 힘을 얻는다. 전략적 멈춤은 오히려 새로운 기회를 찾고 더 효율적인 길을 개척할 수 있게 한다. 바일스의 사례가 강력한 메시지를 전하는 이유는 바로 이 점 때문이다. 그녀는 멈춤을 통해 다시 전진할 힘을 얻었고, 결과적으로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방식으로 성공을 이루었다. 우리도 인생에서 비슷한 상황을 만나면 무조건 버티기보다는 전략적인 멈춤을 선택해야 한다. 멈추는 것이 곧 실패가 아니라, 더 멀리, 더 높이 도약하기 위한 가장 현명한 준비 과정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완벽의 함정: 시도를 통해 배우기
사회는 오랫동안 끈기와 인내를 최고의 덕목으로 여겨왔다. 조금만 더 노력하면 모든 일이 잘될 것이라는 믿음은 우리에게 익숙하다. 하지만 줄리아 켈러가 지적하듯, 모든 성공과 실패를 오로지 노력과 끈기로만 설명할 수는 없다. 삶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변수들로 가득하며, 완벽한 준비와 계획조차 언제든 예상치 못한 상황과 마주할 수 있다. 문제는 완벽주의가 우리를 도전에 망설이게 만들고 실패를 두렵게 한다는 점이다. 완벽을 목표로 삼을수록 우리는 실패를 인정하기 어려워지고, 실패를 겪었을 때 자신을 과도하게 탓하게 된다. 결국 완벽주의는 성장을 위한 시도 자체를 막아버리는 함정이 된다.
켈러는 이런 완벽주의적 사고에서 벗어나 실패를 자연스러운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라고 조언한다. 실패는 더 나은 길을 찾기 위한 신호이며, 완벽보다는 시도와 배움을 목표로 하는 태도를 가질 때 우리는 보다 전략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다. 퀴팅 역시 마찬가지다. 완벽을 내려놓고, 새로운 도전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얻는 배움은 장기적으로 더 큰 성공으로 이어진다. 인생에서 완벽을 이루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꾸준히 시도하며 배워나가는 것이다. 완벽의 함정에서 벗어나 도전 자체에 가치를 두는 태도는 우리를 더 자유롭고 행복한 삶으로 이끌 것이다.
불운과 마주하기: 내가 잘못한 게 아닐 수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실패를 마주했을 때 본능적으로 스스로를 탓한다. 하지만 켈러는 삶에는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불운’이 존재한다고 강조한다. 우리의 삶은 때로 예측 불가능한 사건과 외부 환경의 변화에 좌우된다. 경제적 위기나 질병, 재난과 같은 사건들은 우리의 노력과는 무관하게 찾아온다. 2021년 도쿄 올림픽에서 시몬 바일스가 겪었던 트위스티스 현상 역시 그의 노력이나 준비 부족이 아니었다. 바일스는 충분히 준비된 최고의 선수였지만, 예상치 못한 불운을 겪었다. 그러나 그는 불운 앞에서 자신을 탓하는 대신 그 상황을 인정하고 받아들였다. 바일스의 사례가 주는 교훈은 분명하다. 불운은 개인의 잘못이나 부족함 때문이 아니라 그저 삶의 한 부분이며, 중요한 것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다음으로 나아가는가이다.
심리학에서는 자신에게 일어난 불운을 개인적 실패로 돌리는 것을 자기 귀인 편향(Self-attribution bias)이라고 설명한다. 이런 편향에서 벗어나려면 자신을 과도하게 탓하기보다는 상황을 객관적으로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연습이 필요하다. 불운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으며, 우리 모두가 통제할 수 없는 변수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불운과 마주할 때 스스로를 탓하지 않고 상황을 직시하며 냉정한 태도를 유지할 때, 우리는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 결국 켈러가 강조하는 퀴팅의 진정한 의미는, 불운한 상황을 현명하게 인정하고 더 나은 미래로 가기 위한 전략적 준비 과정이라는 점이다.
다시 일어서는 법: 전략적 방향전환의 힘
삶은 끊임없이 선택의 연속이다. 그러나 우리가 한 번 정한 방향이 반드시 옳다는 보장은 없다. 오히려 상황이 바뀌면 목표와 계획 역시 변화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켈러는 진정한 성공은 한 번 결정한 길을 고집스럽게 지키는 데 있지 않고, 자신의 상황과 목적에 맞게 유연하게 방향을 바꾸는 데 있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방향전환은 흔히 실패나 포기로 여겨지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더 나은 결과를 얻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때로 우리는 불확실한 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달리다가 소중한 기회를 놓치곤 한다. 이런 순간에 필요한 것이 바로 전략적인 퀴팅이다. 잠시 멈춰 서서 자신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을 통해 우리는 결과적으로 더 나은 성과를 얻을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한 번의 퀴팅 자체가 아니라, 퀴팅 이후 어떻게 다시 일어서는가 하는 점이다. 전략적 방향전환은 단순한 중단이 아니라, 더 나은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새로운 시작이다. 우리 삶에서도 한 번의 실패나 멈춤이 끝이 아니라, 오히려 다시 일어나고 방향을 잡을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전략적 방향전환을 두려워하지 않고 활용할 때, 우리는 비로소 지속 가능한 성공을 이룰 수 있다.
결정의 주체: 타인의 기대와 나를 분리하기
우리가 쉽게 퀴팅을 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스스로의 판단보다는 타인의 시선과 평가를 지나치게 의식하기 때문이다. 타인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원치 않는 목표에 집착하다 보면, 결국 자신의 행복과 성장 가능성을 놓칠 수 있다. 켈러는 타인의 기대와 나 자신의 욕구를 분리하는 것이야말로 현명한 퀴팅의 필수 조건이라고 설명한다. 사회적으로 성공으로 인정받는 길이 항상 나에게도 맞는 길일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내가 진정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스스로 묻고 답하는 과정이다. 진정한 자신을 찾고, 필요할 때 과감히 퀴팅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이는 자기 확신을 갖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때로는 지금껏 옳다고 믿었던 목표와 신념을 의심하고 다시 생각해 보는 태도가 필요하다. 다음화에서는 ‘다시 생각하기’의 중요성을 구체적으로 탐구해 보도록 하자.
참고도서 : 퀴팅, 지은이 : 줄리아 켈러, 출판: 다산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