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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테나 Nov 24. 2022

오늘의 거짓말-정이현 소설집

소리 없는 무너짐을 그리다.

삶에 절정이 없다는 것쯤은 진즉에 눈치챘다.
어떤 미래도 결국 무심히 지나버리고 만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나이였다. 그로부터 이십 년 뒤, 나는 냉장고 한구석에서 유효 기간 지난 계란을 발견하게 될까 봐 두려움에 떠는 어른으로 성장했다.  

— 타인의 고독 中



정이현 작가의 단편소설집, 오늘의 거짓말소리 없는 무너짐으로 가득하다.    낮은 목소리로, 그러나 담담하고 울림이 있는 이야기들이 좋다.


나 또한, 삶에 절정이 없다는 것을 마흔 줄에 들어서서야 깨달았다. 언젠가 출근길에 친구들 단톡방에 "I just realized that I've become a boring grown-up. (난 내가 지루한 어른이 되었다는 걸 깨달았어)" 라며 뜬금포를 날렸다. 울적한 얼굴의 이모티콘과 함께.  특별한 깨달음은 아니었는데, 생각해보면 몰랐던 것도 아닌데, 그냥 그날 아침에 문득 내가 어제와 같은 오늘, 오늘과 같은 내일을 사는 어른임을 자각했나 보다.


앞으로의 내 삶에 더 이상 예상치 못한 놀라운 선물이 있을 것 같지 않다는 자각 (물론 예상치 못한 고난은 충분히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헛된 망상에 사로잡히거나, 흘린 땀에 비례하지 않는 요행을 기대하지 않는 어른이 되었다.


그 깨달음은 나를 안도하게 했는가.  체념하게 했는가.


한국을 떠나는 비행기에서 내려다 본 인천? 서울?


그제야 내가 떠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남아있기 위해서 영어공부를 해왔다는 걸 알게 되었다.
고향이 꼭 간절히 그리운 장소만은 아닐 것이다.  그곳을 떠난 뒤에야 나는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다.

— 삼풍백화점 中


한국인들의 영어에 대한 열정을 나는 막연히 학구열로 생각해 왔다. 한때 영어강사일을 하면서 40-50대 회사원부터 10대 학생까지, 영어 때문에 스트레스받는 다양한 사람들을 보았다.  영어를 배우는 이유 중에는 외국계 회사에 다녀서, 또는 유학을 준비 중이라서, 등등 실제적인 이유를 가진 분들도 있었고, 나머지는 회사생활을 하면서 남보다 뒤처지지 않기 위해, 회사에서 지원이 나와서, 등등, 그다지 와닿지 않는 이유로 영어공부를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벌써 20년 전이니 요즘은 어떤지 알 길이 없다.  


생각해 보면 저 말이 맞다.  한국에서 영어 공부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한국에 남아있기 위해서 영어공부를 하는 건 맞는 것 같다.  아이러니 하지만 진실임에는 틀림없다.

우리는 멀드 와인 (mulled wine)이라 부르는 뱅쇼 (입술자국이 거슬려서 스티커로 커버함..)

요즘처럼 으슬으슬한 날씨에는 집에서 만들어 먹는 뱅쇼가 최고.  와인 샾에서 파는 멀드 와인 또는 뱅쇼 키트 하나 사서, 레드와인 싼 거 한병, 오렌지 한두 개, 레몬 한두 개, 설탕 약간, 대충 때려고 살짝, 아주 사알짝 덥히면 끝 (너무 온도가 높아지면 알코올이 다 날아가니 주의해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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