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없는 무너짐을 그리다.
삶에 절정이 없다는 것쯤은 진즉에 눈치챘다.
어떤 미래도 결국 무심히 지나버리고 만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나이였다. 그로부터 이십 년 뒤, 나는 냉장고 한구석에서 유효 기간 지난 계란을 발견하게 될까 봐 두려움에 떠는 어른으로 성장했다.
— 타인의 고독 中
그제야 내가 떠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남아있기 위해서 영어공부를 해왔다는 걸 알게 되었다.
고향이 꼭 간절히 그리운 장소만은 아닐 것이다. 그곳을 떠난 뒤에야 나는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다.
— 삼풍백화점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