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간의 갈등에 관여하기
입동 이틀째인데 아침에 영하권 날씨가 시작됐다. 어제 시장에서 사둔 꽃게가 싱싱해서 쑥갓도 넣고 조개, 왕새우, 무 넣어 시원하게 한 상 차려냈다. 토요일 아침부터 뜨끈한 해물탕을 애들이 잘도 발라 먹어 기분이 좋았다. 밥 하는 사람은 잘 먹어주면 또 좋으니까.
기분 좋게 밥 먹고 나니 요것들이 카페에 온 마냥 오설록에서 차를 한 가지씩 고른다. 가래떡을 구워 꿀에 찍어 후식까지 대령을 했건만 부족한지, 먹고 남은 꿀로 어제 가족운동회에서 혼신의 힘을 쓴 또자에게 꿀차를 한잔 주려고 물을 끓였더니 자기들 차 마실 시간이라고 생각을 했나 보다.
"음. 나는 동백꽃 차."
"그럼 나는 이거. (난향꽃 차)"
취향도 어찌 저렇게 다른지. 설거지도 잔뜩 쌓여서 안 쓰던 저 찬장 위에 쌓아뒀던 찻잔을 꺼내드니 정말 카페에 온 기분인가 보다.
"사장님, 이거 얼마예요?"
"한잔에 6천 원씩이에요."
하고 대답하자 각자 자기 방에 가서 지갑을 꺼내온다. 아직 돈 개념을 모르는 가온이는 지갑을 탈탈 털어 한주먹 주더니
"이만큼이면 되죠?"
하는데 보니 1600원이다.
"예끼, 한참 부족한데? 이거라도 엄마 진짜 가져?"
했더니 냉큼 도로 가져간다.
형임을 보여주려고 이번엔 준형이가 나는 돈 100개 가까이 있어. 하면서 자기 방에 들어가 방문을 닫고 한참 안 나온다. 동전을 헤아려서 6천 원을 맞춰 가져오나 보다.
방에서 나오는 한 손에 동전이 가득 들어있다.
"엄마, 이거 6천 원이에요. 받으세요."
"엄마 진짜로 갖는다. ㅎㅎㅎ 아냐, 지금은 뒀다가 커서 갚아줘."
하는 말에 도로 가지고 들어간다. 한 손에 60개를 들려니 몇 개 떨어트리는 소리가 들리고 자기 방에 있던 가온이가 냅다 달려와서 한 개를 주워
"이건 내 거야!" 한다.
"돌려줘 내 거야!" 응수하는데
"싫어, 내가 주웠잖아." 이에 지지 않고 형에게 달려든다.
준형이는 일단 손에 있던 동전 뭉치를 자기 방에 안전하게 모셔두고는 다시 가온이 방으로 가서 따져 묻듯 돌려달라고 한다.
"에잇" 하고 돌려주는 가온이에게
"더 내놔. 다 돌려줘"하는데
"아냐! 나 한 개만 주웠거든 다 돌려줬거든!" 하며 가온이가 억울해한다.
"너 그럼 내가 방에 가서 세어볼 거야. 한 개라도 없으면 네가 가져간 거야. 6천 원이었으니까 나 다 알아"
"흥! 그래라. 나는 진짜로 이거 한 개만 가져갔었단 말이야!"
여기서 스톱!! 더는 지켜볼 수 없다.
"배준형, 그만!!!! 가온이가 네 손에 들고 있던 것을 억지로 힘으로 뺐었어? 물론 네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안 돌려주는 것도 나쁘지만 지금 주워서 돌려줬다고 하잖아. 가온이가 진짜로 하나만 주웠는데, 네가 흘린걸 다 못 주워서 바닥 어디에 숨어있는데도 가온이가 안 줬다고 의심하고 그러면 넌 기분이 좋아? 애초에 돈을 쏟아 흘린 건 너였잖아. 처음부터 동전지갑이나 바구니에 담아왔어도 되는걸."
"그렇지. 맞아. 그럴 수도 있지. 가오니아 미안해"
쉽게 사과하고 화해하는데, 아이들은 가끔 자기가 부당한 취급을 받는데도 그렇다고 생각하지 못할 때가 많다. 자기가 동전 한 개 주운 것도 큰 잘못으로 알기 때문에 형이 자기를 의심하는 것도 이겨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준형이도 마찬가지로 지금은 화가 나서 자기가 동생을 의심하고 있다고 것까지 인지를 못하고 마구 몰아세운다. 그러면 자기 것을 잃지 않고 다시 찾을 수 있을 것처럼. 하지만 언제나 합리적인 의심을 해야 하고 누군가를 의심할 때는 더 신중해야 한다고 가르치고 싶다.
은연중에 알게 됐을 것이다. 그러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