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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나라 Oct 14. 2024

어쩌다 보니 독립에서 다시 캥거루족

제4화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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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스무 살 처음으로 타지로 나가 독립을 시작했다.

외로움을 많이 타고 사람을 좋아하는 전형적인 막내상이었던 나에게 독립은 미치도록 잘 맞지 않았다.


하나부터 열까지 낯선 것들을 나 혼자 해내는 삶도 쉽지 않았고, 고된 하루를 보내고 집에 돌아왔을 때 온기 하나 없이 차가운 방바닥에 늘 불이 꺼져있는 어두운 집안은 나를 고립시키기에 충분했다.


모든 것이 낯선 공간에서의 삶은 조금도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집에 와도 내 집이 아닌듯했다. 늘 늦은 시간에 귀가하느라 뒤에 누군가가 오는 인기척이 느껴지면 마음이 조마조마했고, 집에 들어와서도 혼자 지내다 보니 늘 불안했다. 행여나 집 밖 복도에서 누군가의 발소리가 쿵쾅쿵쾅 들리기라도 하면 괜스레 겁이 났다.


하루를 보내고 집에 들어왔을 때 늘 반겨주는 가족이 하루아침에 사라진 외로움은 말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고통스러웠다. 나는 어릴 적에 내가 학교 다녀오면 늘 맛있는 간식을 만들어 나를 기다려주셨던 엄마가 있었다. 그리고 학교에서 재미난 일이 있어도 속상한 일이 있어도 참새처럼 사소한 이야기들을 쉴 새 조잘대며 나의 하루를 나눴다.


그 당연했던 행복이 사라짐으로써 비로소 나는 서툰 어른이 되었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나는 쉽지 않은 대학 생활을 보냈다. 대학에 입학하니 지방출신인 친구들끼리만 놀고, 서울 친구들은 그들끼리만 노는 은근한 문화가 있었다.


그 속에서 함께 있어도 차별받고 외로운 느낌을 받았다. 서울에서 마음을 나눌만한 친구가 한 명도 없었고, 매일같이 마음은 힘들었다.


그래서 도망치듯 한 학기만에 휴학을 결정하고 다시 본가로 돌아왔다.


위로받고 싶어 온 집이었다.

다시금 가족의 따스함을 느끼고 싶었다.






나는 기독교계열의 대학교를 다녔다. 그래서 매주 일주일에 한 번씩 '채플' 예배 수업을 듣는다. 기본적으로 기독교 계열학교 라고 해서 학생들이 모두 기독교 종교를 갖고 있는 건 아니다. 기독교뿐만 아니라 나처럼 무교인 학생들도 많고 다른 종교를 가진 학생들도 많기에 목사님의 설교를 귀 기울여 듣지 않는 학생들이 대부분이다.


나 또한 관심이 없는 이야기 여서 인지, 귀 기울이려고 노력해도 목사님의 설교에는 자꾸만 눈이 감긴다.


하지만, 딱 하나 이 이야기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가족 간의 대화와 위로는 바깥에서의 어떠한 고난과 역경도 다 이겨낼 수 있게 하는 엄청난 힘을 가진 행위이다.


목사님은 가족들과 오늘 아침 다 같이 식사하고 온 사람?이라고 물으셨다.


아무도 손들지 않았다.


나이를 먹을수록 가족들과 다 같이 얼굴을 마주 보고 앉아 식사를 하는 빈도수가 점점 줄어들기 마련이다. 바쁘고 시간이 안 맞아서, 독립을 해서 등등 다양한 이유로 가족들과 함께하는 시간은 줄어든다.


하지만, 마주 앉아 식사를 함께 하며 오가는 가족들과의 대화는 위로가 되고 그로 인해 바깥에서의 어떠한 힘든 상황도 가족들과 함께 하는 한 순간으로 인해 다 이겨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는 그 말이 참 공감됐다. 어릴 적에 늘 집에 오면 엄마가 계셨고 가족들과 함께하는 그 순간이 여전히 내 기억 속에 따뜻한 순간으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순간을 다시금 느끼고 싶고 내가 받았던 상처들을 치유하기 위해 다시 온 본가였다. 그런데 내 바람과는 달리 나는 본가에 다시 돌아온 걸 미치도록 후회했다.


https://brunch.co.kr/@aab3b14f945e488/35

(자세한 이야기는 1화를 참고하길 바란다)


내가 아는 엄마, 아빠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고...

엄마 아빠는 갱년기에 접어들어 매일같이 다퉜다.

그 모습으로 인해 부모님처럼 가정을 꾸리고 행복하게 살아가고 싶었던 그 꿈 따위는 한 번에 사라졌다.








나는 다시금 캥거루 새끼처럼 다시 돌아본가에서의 삶을 미치도록 후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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