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이 일상도...
아빠 쉬는 날 아침.
먼저 깬 너는 거실로 나가 혼자서 한참을 논다.
달그락 거리는 소리,
흥얼거리는 소리,
맨발로 걸어 다닐 때 나는 짜박짜박 발바닥 소리가 들린다.
들리지만 모르는 척 눈을 감고
거실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엄마 아빠를 깨우지 않고 혼자 놀아주는 너에게 고마운 마음과,
결코 이 방으로 들어오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누워있는 아빠와 나 사이에 사이좋게 자리한다.
조금만, 조금만 더 누워있고 싶다.
엄마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모를 줄 알았냐는 듯,
너는 기가 막힌 타이밍에 등장하고,
아빠와 나를 번갈아 흔들며 깨운다.
몇 주 전만 해도
“엄마! 엄마! 엄마!”
라면서 깨웠는데,
지금은 하루가 다르게 문명인으로서의 면모를 갖춰가며
“일어!(일어나!) 일어! 일어! 일어어어어!”
라고 외치면서 세차게 흔들어댄다.
그래도 좀 더 버텨본다.
조금만, 조금만 더 누워있고 싶다.
명령이 애원으로 바뀔 즈음이 일어나야 할 시점이다.
조금 더 지체하다간
머리채를 잡힌다는 걸 경험으로 알고 있다.
이제 막 잠에서 깨어난 것처럼
엄마 아빠는 뻑뻑한 눈꺼풀을 비비며 부스스하게 일어나
너를 따라 비틀비틀 거실로 나간다.
아빠는 가장 먼저 너의 묵직한 기저귀를 갈고,
나는 아침 식사를 준비한다.
국이든, 밥이든 끓도록 기다리며
쉴 새 없이 움직이는 너를 달래며 간신히 머리를 묶는다
거실창으로 햇살이 쏟아진다.
밝은 빛이 너의 뽀얀 목덜미를 따스하게 비추면
나는 왠지 안도감이 든다.
언젠가 이 일상도 사라지고 변하겠지.
16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