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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승미 May 06. 2024

엄마의 자기 계발 Feat. 독서, 요가/명상, 글쓰기

성찰과 돌봄

‘자기 계발’ 하고 있는가?

요즘 ‘자기 계발’이 굉장히 핫한 키워드다.

오늘의 글은 ‘엄마들도 자기 계발,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함이다.


'엄마'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나의 자기 계발은 일반 직장인들이 말하는 ‘자기 계발’과는 성격이 좀 다르다. 개인적 커리어 쌓기와 목표 달성, 부의 축적이 가장 큰 목표인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아이를 낳기 전엔 오로지 내 위주로, 그저 편한 대로, 하고 싶은 일들만 하며 살았던 것 같다. 그런데 아이를 낳고 ‘엄마’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가지게 되면서부터 비로소 ‘최승미’라는 한 인간의 삶을 어떻게 꾸려나가야 할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아이를 향한 사랑과 책임감이 커질수록 지혜로운 엄마, 현명한 엄마, 아이가 힘들 때 언제든지 기대고 조언을 구할 수 있는 든든한 엄마, 내 아이를 세상의 위험으로부터 지킬 수 있는 강인한 엄마, 일상생활에서 본받을 점이 있는 엄마, 한마디로 ‘어른다운 엄마’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좋은 엄마’ 이데올로기를 버리라고 했던 말과 다르지 않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좋은 엄마’가 되려는 것과 ‘어른다운 엄마’가 되려고 하는 것은 다르다.

['좋은 엄마' 이데올로기와 관련한 코끼리 다락방 브런치 글 읽기]

‘좋은 엄마’는 허울 같은 것이다. 이 사회가 아주 오래전부터 어머니들에게 강요해 온 가부장제의 부산물 같은 것이랄까? 나도 모르는 사이에 머릿속에 자리 잡은, 엄마 개개인의 내면상태나 환경적 조건과는 상관없이 '엄마라면 마땅히 ~ 해야 한다.'라고 함부로 규정짓는, 껍데기 같은 모습일 뿐이다.


그런데 ‘어른다운 엄마’가 되고 싶다는 목적에선 ‘엄마’라는 단어를 빼도 성립이 된다.

우리는 종종 이런 말을 한다.

저 사람은 나이만 먹었지, 어른이 안 됐어.


외모나 옷차림, 취향 같은 것을 보고 하는 말이 아니다.

여기서의 ‘어른’은 어떤 사람일까? 내가 생각하는 '어른다운 어른'은,

넓고 따뜻한 가슴으로 인간을 깊이 이해할 수 있는 포용력을 갖춘 사람, 세상 돌아가는 이치에 대해 성숙하고 통찰력 있는 사고를 할 줄 아는 사람, 자기 분야의 일(경제 활동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을 여유로우면서도 유능하게 다룰 줄 아는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른다운 엄마’가 되고 싶다는 건 단지 아이를 위해서만이 아니라 1차적으론 나 자신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자녀가 없어도 당연히 어른다운 어른이 될 수 있지 않은가? 나 자신과, 이 세상을 위해서.


그런데 나에게  아이가 없었다면 이렇게 자기 갱신을 위한 동력을 빨리 갖게 되진 않았을 것 같다. 꽤 오랫동안 ‘자유’라는 이름의 방탕한 삶을 살았을 것이다. 내가 건강하게 잘 돌보고, 올바르게 가르쳐야 할 아이가 당장 눈앞에 있으니 내가 먼저 성숙한 어른이 돼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때부터 자기 계발, 자기 갱생 프로젝트가 시작된 것이다.



‘어른다운 엄마’가 되기 위한 나의 자기 계발 도구 세 가지는 독서, 요가/명상, 그리고 글쓰기다.




독서


원래도 책 읽는 걸 좋아했지만, 더 맹렬하게 책을 읽기 시작한 건 육아를 하면서부터였다.

아이가 어릴 때는 아무래도 다양한 사람을 만나면서 사회적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시간이 확 줄어든다. 직장 생활을 하는 엄마들은 좀 다를 수 있겠지만 나는 육아에 전념하기로 마음을 먹고 전업맘으로서의 삶에 뛰어들었기에 그런 관계 맺기와 소통 면에서 갈급함이 있었다.


주로 여성 작가들이 쓴 에세이 위주의 책들을 많이 읽었다. 그러면 그들과 대화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육아의 시간 속에서 겪는 자기 소멸감과 우울감, 고립감 등이 나만의 것은 아니라는 걸 알고 큰 위안을 받았다.


심리학 관련 서적들도 많이 읽었다. 아이를 양육하면서 내 안에 치유되지 못한 내면의 어린아이들이 너무 많이 튀어나왔다. 내 아이를 편안한 마음으로, 사랑을 듬뿍 주면서 양육하려면 나 자신과의 관계부터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했다. 심리 치유, 자기 돌봄, 마음 챙김과 같은 분야의 책들을 주로 읽었다. 12회기에 걸친 심리상담과 심리/영성서적이 서로 시너지효과를 냈다.

지금은 아이가 다니는 학교의 학부모 독서 동아리에 가입해서 한 달에 한 번 같은 책을 읽고 토론하는 모임을 갖고 있다. 책 속에서 발제문을 만들어 엄마 각자의 관점과 가치관을 나누는 토론 시간은 마치 집단상담 시간과 같아서 치유적이며, ‘엄마’라는 정체성으로 삶을 살아가는데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책을 꾸준히 계속 읽다 보면 독서의 스펙트럼이 점점 넓어지면서 세상사를 이해하는 통찰력이 늘어나는데 상당 부분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더불어 나만의 관점과 주관이 생긴다. 그러면 미디어 시대에 범람하는 온갖 불필요한 정보, 마케팅으로부터 나 자신을, 그리고 내 아이를 보호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아이가 점점 엄마의 품에서 멀어질 때, 내 삶을 어떻게 꾸려나가야 할지에 대한 힌트, 통찰을 얻는 데에도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요가


심리 치유, 자기 돌봄, 마음 챙김의 일환으로 함께 했던 것이 요가/ 명상이다. 나는 요가 관련 자격증을 네 개 정도 보유하고, 강사로도 활동했다. 현재에도 아침마다 개인 수련을 하고 있다.

요가를 다이어트 목적으로 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요가수련을 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알아차림’이다. 의식을 깨워서, 명민하게 나 자신을 관찰하는 것. 그렇게 했을 때 비로소 나 자신의 건강하지 못한 습관, 패턴화 된 감정과 반응들을 발견하고, 이제까지와는 다른 시도를 해봄으로써 긍정적인 방향으로 스스로를 변화시켜 나갈 수 있다. 만약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요가 수련을 하고 있다면 이 부분을 염두하는 것이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앞에 있는 강사의 동작을 따라 하는 것에 급급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집중하는 것이다.


요가 동작(아사나)을 할 때 내 호흡과 몸의 움직임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지,

움직임과 함께 느껴지는 몸의 미세한 감각 변화,

특정 동작을 할 때 내 기분은 어떻게 변화하는지,

요가 수련 후 내면의 고요함이 느껴지는지,

혹은 더 산란해졌는지.


이런 방향성으로 요가 수련을 하면 일상에서도 의식이 더 자주 깨어있을 수 있고, 그렇게 되면 내 아이를 대하는 태도 또한 180도 달라질 것이다.

믿어보라.




글쓰기


다음은 글쓰기이다. 나는 늘 일기를 썼던 것 같다. 글 쓰는 것 자체를 좋아해서라기보다, 내 삶을 노트에 기록으로 남기는 행위를 좋아했다. 일기는 주로 자기 전에 하루를 돌아보며 성찰하는 행위이다. 그러나, 밤 시간 아이를 먹이고, 씻기고, 재우는, 이 3종 세트까지 다 마무리하고 나면 극도로 피로감이 몰려오고 녹다운 상태가 된다. 이 상태에서 펜을 들고 뭔가를 쓴다는 건 또 하나의 노동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엄마의 자기 계발은 자기 돌봄과 맞물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힘든 몸을 억지로 일으켜서 스스로에게 채찍을 가하면서까지 해서는 안된다.(사실 누구도 자기 자신에게 채찍질을 해선 안된다) 그래서 내가 했던 건 ‘아침 글쓰기’였다. 현재 나는 아예 새벽에 일어나 브런치 글을 쓰고 요가 수련까지 하며 아침 시간을 넉넉히 활용하고 있지만, 아이가 좀 더 어릴 땐 평소보다 20분에서 30분 정도만 일찍 일어나 ‘아침 글쓰기’를 했다.

‘아침 글쓰기’를 할 때 중요한 건 글의 주제, 앞뒤 맥락, 맞춤법 등은 전혀 신경 쓰지 말고, 그냥 생각나는 대로 아무거나 써 내려가는 것이다.

그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

이렇게 글을 쓰다 보면 흩어져있던 상념들이 한데 모이면서 맥락 있는 글쓰기로 변모하는 걸 경험할 수 있다. 그리고 전 날 가지고 있던 고민, 속상했던 부분들까지 노트에 털어놓다 보면 신기하게도 내 안에서 그에 대한 해결책이 모락모락 솟아 나온다. 그야말로 치유의 글쓰기가 되는 것이다. 그렇게 A5크기 노트 한 면이라도 채우고 나면 하루를 시작할 수 있는 생기가 흘러나오는 것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나의 자기 계발 3종 세트 독서, 요가명상, 글쓰기는 모두 자아성찰, 자기 돌봄과 연관이 있다.


어떤 책에서 엄마의 자기 계발은 ‘자기 창조’에 가깝다고도 표현했다. 그야말로 우리는 아이의 탄생과 함께 완전히 새로운 삶을 살게 되면서 스스로를 혁신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계기를 갖게 되는 것이다.


이미 자기 계발에 열중인 엄마들은 어떤 걸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내가 하고 있는 세 가지 외에도, 아이를 돌보는 틈틈이 온전히 나만을 위한 시간을 가지고, 어떤 부분에서든 스스로를 발전시킬 수 있는 무언가를 하고 있다면 자기 계발이 충분히 잘 이루어지고 있는 거라 생각한다.


아이와 함께 스스로를 키우자. 우리의 갈 길은 멀다.




도움 되는 대목에 귀를 기울이고,
나머지는 무시하세요.
-앨리스 워커-

당신만의 육아 방식을 존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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