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어 주는 동동이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 나태주 -
처음 등산을 시작했을 때가 기억난다. 발걸음 하나하나가 너무 힘들어서 정신없이 위만 보고 올라갔던 것 같다. 땀은 비 오듯 흘러내리고, 다리는 후들거리고... 그야말로 정신없는 상태였달까. 그러다 보니 옆에 핀 꽃 한 송이 제대로 보지 못하고 그냥 지나쳐 버렸다.
문득 나태주 시인의 시구가 떠오른다.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이 한 줄이 왜 이렇게 가슴을 찌르는지. 산을 내려오면서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 아, 이런 예쁜 꽃이 있었구나. 저기 저런 나무가 있었네. 올라갈 때는 너무 바빠서, 아니 너무 힘들어서 보지 못했던 것들이 갑자기 눈에 들어온다.
요즘 우리의 삶도 그런 것 같다. 취업 준비하느라, 업무에 치이느라, 목표를 향해 달리느라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없다. 헬렌 켈러의 이야기를 알게 됐을 때 특히 그 생각이 더 강하게 들었다. 시각과 청각을 모두 잃은 그녀가 쓴 "삼일만 볼 수 있다면"이라는 에세이를 읽어봤는데, 그녀가 보고 싶어했던 것들이 의외로 단순했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얼굴,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지나가는 사람들의 표정 같은.
헬렌 켈러는 "시각학"이라는 걸 이야기했다. 단순히 눈으로 보는 게 아니라, 마음으로 보는 법을 배우자는 거였다. 이게 참 아이러니하다. WHO에 따르면 전 세계에 2억 5천만 명이 넘는 시각장애인이 있다는데, 눈이 멀쩡한 우리는 오히려 제대로 보는 법을 잊고 사는 것 같다.
특히 요즘은 더 심각하다. 2023년 통계를 보니까 우리가 하루에 3~5시간을 스마트폰만 보고 있다더라. 길 걸을 때도 핸드폰만 보고 걷는 사람 진짜 많지 않나? 그러다 보니 주변의 예쁜 것들, 소소한 행복들을 놓치고 사는 것 같아서 좀 안타깝다.
"열심히 살다 보면 주변을 볼 틈이 없지"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 맞는 말이다. 나도 그랬으니까. 하지만 그렇게 살다 보면 나중에 후회할지도 모른다. 옆자리 동료의 따뜻한 미소, 출근길에 마주친 길고양이의 짧은 인사, 사무실 창가로 비치는 노을... 이런 것들을 놓치고 싶진 않은데 말이다.
그래서 요즘은 조금 다르게 살아보려 한다. 가끔은 걸음을 멈추고, 심호흡을 하고, 주변을 둘러본다. 요새 힙한(?) 말로 "마음챙김"이라고 하나? 그냥 잠깐이라도 고개 들어서 하늘도 보고, 바람도 느끼고. 헬렌 켈러가 그랬던 것처럼, 나도 내 감각들을 조금 더 열심히 써보려고 한다.
나태주 시인처럼 "내려갈 때 비로소 발견하는 꽃"을 너무 늦지 않게 발견했으면 좋겠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잠깐 고개를 들어 창밖을 봐보는 건 어떨까? 혹시 그동안 못 봤던 새로운 풍경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진짜 봐야 할 건, 어쩌면 바로 그런 것들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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