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은 덥지만 안은..
「바깥은 여름」은 일곱 가지의 단편소설 모음집이다. 내가 보통 아는 단편집이라면 일곱 가지 중에 '바깥은 여름'의 제목을 가진 단편작이 있어야했는데, 여기는 없다. 모든 단편 작품이 '바깥은 여름'이라는 통일된 주제가 있어서일까. 여름이 여기가 아니라 저기에 있다니. 여기는 여름이 아니지만 밖은 여름이라니..
이 의미를 유추할 수 있는 장면이 나오긴하다. 156쪽, 화자는 태국 여행 중에 한국에서 들려오는 소식을 스마트폰으로 바라보며 스마트폰을 스노볼로 비유했다.
"유리볼 안에선 하얀 눈보라가 흩날리는데, 구 바깥은 온통 여름인. 시끄럽고 왕성한 계절인, 그런."
이 책은 외부로부터 단절되어있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실제로 '엄청난 비극'(이 표현도 참 애매하다)을 겪은 사람들이 아니라, 누구나 겪을만한 혹은 주변에 한명쯤은 있을법한 우리들의 이야기다. 그러기 때문에 인물이나 내용이 특별하지도 않다. 그러나 오히려 그래서 더 애잔하다. 이들의 단절이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내 이야기라는 것이다.
누군가의 죽음을 목격한 아이와 엄마 이야기, 소수언어박물관에서 인권이 박탈되고 구경꺼리가 되는 소수민족 사람들, 교수직을 얻고자 누명 쓰이게 된 사람, 아내 몰래 퇴사 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게 위해 노량진으로 '출퇴근'하는 남편... 관계 속에서 상처받고 상처를 주는, 피해자이면서 가해자이기도 하다. 그럴 수 밖에 없는 맥락, 남들은 절대 알 수 없는 나의 내면속에서 스스로 파멸에 이르기도 한다. 밖은 아무리 후덥지근한 여름이더라도 안에 있는 눈은 절대 녹지 않는 스노볼처럼말이다.
- 우리가 죽으면 그 속의 황색 먼지 또는 얼음 알갱이가 된다고 했다. 내가 그런 아름답고 차가운 것이 된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이상했지만 우리가 이곳을 떠난 뒤에도 어딘가에 여전히 존재할 수 있다는 게 싫지 않았다. (144쪽)
- 근황토크 - 걱정을 가장한 흥미의 형태로, 죄책감을 동반한 즐거움의 방식으로 화제에 올랐을 터였다. 누군가의 불륜, 누군가의 이혼, 누군가의 몰락을 얘기할 때 이수도 그런 식의 관심을 비친 적 있었다. 경박해 보이지 않으려 적당한 탄식을 섞어 안타까움을 표한 적 있었다. (92쪽)
작가 김애란의 속도감있는 필력 덕분에 소설 속에 쉽게 빠져들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