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모음집
채식에 관심이 생기면서, 관련 책을 몇권 접하게 되었다.
그 중 하나가 무민은 채식주의자로, 굉장히 짧고 무민이라는 캐릭터가 귀여워서 충동적으로 읽게 되었다.
그러나, 짧은 페이지 수나 무민이 귀여운만큼 그렇게 가벼운 책은 아니었다.
16명의 소설가가 동물애를 그린 단편소설집이다.
애완견과의 관계, 직업으로서의 동물 안락사 뿐만 아니라 1인칭 주어 자체가 도축 예정인 닭인 이야기도 있다.
가장 인상깊었던 소설은 김은 작가의 '오늘의 기원'이다.
나는 70일령의 생을 살고 죽는다. 모두에게 똑같은 시간이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그보다 더 짧은 생이, 누군가에게는 그보다 더 긴 생이 주어진다. 나에게는 70일령의 생이 주어졌고, 오직 그 시간으로만 나의 가치와 쓸모가 정해졌다(71쪽).
첫 시작만으로 이야기의 엄중함과 무게감을 느꼈다.
왜 읽는 내가 죄책감이 드는 것일까.
그들의 삶과 죽음은 시간이 아닌 무게로 결정되었다. 1.5킬로그램에 도달할 때 까지만을 살고, 1.5킬로그램에 도달하면 죽음을 맞았다. 그것은 육질이 가장 연하고, 고기 맛이 좋은 무게였기 때문이란다.
그렇게 트럭이 나타났다 사라지면 농장 안은 허전할 만큼 텅 비었다가, 곧 닭들로 다시 채워지곤 했다.엄마는 그것이 생을 마감하는 우리의 방식이라고 말해주었다. 그리고 머지않아 나에게도, 엄마에게도 닥칠 일이라는 것도(77쪽).
주인공 닭은 도축장에 끌려갈 운명으로, 생이 짧다는 것에 대해 불만은 없다. 단지, 누군가의 엄마가 될 수 없다는 점을 언급하며 자신의 정해진 운명에 무기력해한다.
동물, 즉 비인간들의 삶의 가치에 대해 생각을 해봤다.
그들이 삶도 소중하고 고통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난 동물 애호가는 아니지만, 이 책을 접하면서 동물권(Animal Rights)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