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고요한 밤의 기록

by 아아

수면제를 먹고 잠이 들었는데 3시간 만에 눈이 떠졌다. 시계를 보니 새벽 2시 35분. 망했다. 이젠 수면제에 내성이 생기는지 최근에는 약을 먹어도 도통 잠에 들기가 어렵다. 이렇게 한 번 깨고 나면 다시 잠들지 못한다. 해가 뜨기까지 기다리는 수 밖에는.


불면증에 너무 스트레스받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다. 이 긴긴 밤에 잠들지 않는다면 차라리 즐겨버리는 건 어떨까 해서 잠이 오지 않는 밤에는 글도 써보는 중이다. 살아있는 모든 것이 잠들어 있는 고요한 이 밤에 홀로 깨어있는 건 조금 외다. 오늘은 글을 적다가 창문 블라인드에 드리운 나뭇가지 그림자가 새벽 공기에 흔들거리는 걸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렇게 거실에 오도카니 앉아있는데 아버지가 물을 마시러 나오셨다가 나를 발견하고 다가오셨다.


"왜 이러고 있어?"

"달빛이 예뻐서."


우울증과 불면증을 앓고 있다는 걸 내가 부모님에게 직접한 적은 없다. 부모님을 안심시키기 위해 하얀 거짓말을 할 수도 있었겠지만 꾸며낼 기력도 없었거니와 워낙 거짓말에 재주가 없는지라 관두었다. 나는 그냥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길을 택했다.


부모님에게는 지은 죄도 없이 죄인이 된 기분이다. 나도 구김 없이 밝고 명랑한 딸이고 싶었는데, 그게 뜻대로 잘 안 됐어. 입 밖으로 나오지 못한 말이 목구멍에서 한참 맴돈다. 아버지는 말없이 내 손을 꼬옥 잡으셨다.


"그런 날도 있는 거고 이런 날도 있는 거지."


그렇게 아버지는 달빛인지 가로등 불빛인지 모를 빛을 맞으며 한 동안 내 옆에 앉아계셨다. 조용히 손등을 덮는 손이 따듯했다. 상냥한 침묵이 가만가만 가라앉는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