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구에서 싹을 틔워 키워낸 블랙벨벳 알로카시아 유묘를 친구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모체에서 떼어낸 자구는 총 여섯 개였다. 처음 자구의 싹을 틔워낼 때부터 친구들에게 나누어주려고 마음먹고 있던 참이었다.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는 까만 돌멩이 같은 자구를 잎 두 장 달린 유묘로 키워내기까지, 수개월이 걸렸다.
플라스틱 포트 속 자구들은 각기 다른 속도로 성장했다. 어떤 녀석은 유달리 일찌감치 첫 잎을 뽑아내었고, 어떤 녀석은 다른 친구들보다 한 달 이상을 뒤쳐졌다. 엄지손톱만큼 커다란 자구에서는 모체만큼 커다란 잎이, 새끼손톱만큼 작은 자구에서는 조금 작은 잎이 나왔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기분으로 그들에게 최고의 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포트 안을 들여다보며 바람을 쐬어주고 물을 주었다. 그 과정이 내게는 모두 소중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이제는 자식처럼 키워낸 식물을 보내줄 때가 되었다 싶었다. 자구에서 피어난 잎들은 이게 식물이 맞나 싶을 정도로 하찮은 모습을 지나 제법 의젓한 태가 나고 있었다. 인터넷으로 작은 토분을 여러 개 주문해 하나하나 분갈이를 해주고, 그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친구들이 있는 카톡방에 올리고는 말했다.
“이번 금요일에 가져갈게.”
이미 자구 발아를 시도할 당시 이 아이들을 잘 키워서 나누어주겠노라고 운을 띄워 놓은 상태였지만, 친구들이 실제로 식물을 갖고 싶어 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그들은 나의 선물을 무척이나 반겨주었다. 내가 화분을 각자에게 배분해주자 친구들은 무척 고마워하면서도 내가 열심히 키운 식물을 죽일까 봐 걱정이 가득한 눈치였다. 물은 언제 주어야 하는지, 햇빛은 얼마나 쬐어 주어야 하는지 연달아 질문했다. 그 질문에서 애정 어린 관심이 느껴졌다.
“물은 손가락을 이렇게 흙에 넣어보았을 때 충분히 말랐다 싶을 때 주면 돼. 이 화분은 토분이라서 축축할 땐 젖은 티가 나. 화분이 말랐을 때 물을 주면 되는 거지. 가끔 잎사귀에 분무기로 물을 뿌려 주면 좋아. 햇빛은 직사광선은 받으면 안 되고.”
내가 한참을 설명해준 후에도 친구들은 마음이 놓이지 않는 듯했다. 각자 나눠 받은 식물의 잎사귀를 만지는 손길에 조심스러움이 묻어 있었다. 친구들의 집에서 식물이 잘 살아준다면 더 바랄 게 없겠지만, 그러지 못하더라도 괜찮을 것 같았다. 내가 그들에게 전하고자 한 마음이 충분히 전해졌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7/21 목요일, 히메 몬스테라
같은 식물도 어떻게 키우느냐에 따라 그 모습과 느낌이 천차만별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흔하고 쉽게 구할 수 있는 식물이라도 수형과 분위기가 마음에 꼭 드는 녀석을 만나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
오랜 위시리스트에 있던 히메 몬스테라를 토분 포함 9천 원에 판다는 글을 보았다. 반딱거리는 잎이 풍성한 데다가 가격도 저렴해서 이건 꼭 사야겠다 싶었다. 당장 거래 약속을 잡고, 약속 장소로 출동했다.
약속 장소에 나타난 사람은 나이가 지긋한 할아버지였다. 식물을 건네받아 상태를 확인하고 돈을 송금했다고 말하자, 할아버지는 그런 거 잘 알지 못한다며 부인인 할머니께서 알 거라는 말을 남기고는 쿨하게 뒤돌아 가버렸다.
받아 든 화분은 생각보다 크기가 너무 컸다. 실물을 보고 나니 시간 약속을 잡기 전, 화분 가격을 착각했다며 갑자기 천 원을 더 받으려 했던 할아버지를 용서해줘도 될 것 같았다.
식물 거래를 하고 바로 운동하겠다며 나왔었지만, 더운 날씨에 이미 지칠 대로 지쳐버린 상태였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우리의 마음은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눈치를 보던 남편이 운동은 내일 가자고 제안했다. 나는 못 이기는 척 동의했다.
식물을 흙에서 분리해보니 숨어 있던 뿌리의 양이 어마어마했다. 둘로 나누기에도 충분한 크기였다. 식물을 잘라 화분 두 개에 나누어 하나는 엄마에게 선물했다. 좋아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니 무척 뿌듯했다.
@illust&writing by 주페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