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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여행기 Day 8

by SH

* 유럽 여행기 시리즈는 매주 금요일 저녁 8시에 연재 예정입니다.


잉글리시 브렉퍼스트

어제 만난 동행 N이 숙소 근처의 잉글리시 브렉퍼스트를 파는 카페 하나를 추천해주었다. 가게명은 Mimos Cafe Bar. 내부에는 사람들이 꽤 북적이고 있었고, 젊은 남성 직원 두세 명과 나이가 좀 들어보이는 할아버지 직원까지. 홀과 계산대에 보이는 직원만 해도 세 명이 넘어보였다. 내가 조심스럽게 캐리어를 여기 맡겨도 되는지를 묻자, 그들은 걱정할 필요 없고 안심하라며 매장 입구에 두라고 했다. 그들은 2인 테이블을 안내해주었고, 메뉴판을 건네 주었다. 현지 느낌을 물씬 풍기는 내부 분위기는 일단 만족스러웠는데, 한 가지 단점은 데이터가 안 터진다는 것이었다. 지하도 아닌 매장 내에서 인터넷이 안 되다니, 확실히 한국이 인터넷 강국이긴 한가 보다. 나는 대표 메뉴로 보이는 잉글리시 브렉퍼스트와 잉글리시 티를 주문했다.


며칠 전 한국인 동행과 같이 갔던 스콘 집이나 Flat Iron 스테이크 집은 옆 테이블부터 한국인들이었고, 대기열에서도 한국인들이 보였다. 두 곳 모두 한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 이름이 난 곳이라서 그랬을텐데, 내게는 분위기 상 이곳이 훨씬 마음에 들었다. N이 말한 괜찮은 잉글리시 브렉퍼스트 집의 조건이었던 신문 보는 영국 할아버지 느낌의 사람도 보였고, 내 옆 테이블에는 대학생 쯤 되어보이는 딸과 함께 방문한 가족이 있었다. 그들은 영국식 악센트가 드러나는 영어로 뭔가 대화를 끊임없이 주고받았다. 그러고 보면 오늘은 평일인데 오전에 가족끼리 같이 브런치를 먹으러 와서 대화를 주고받고 있는 걸 보면, 잘은 몰라도 사이가 화목한 가정인 것 같았다.


조금 기다리니 메뉴가 나왔다. 한국에서도 이런 느낌의 브런치를 파는 곳을 가봤던 것 같은데, 흔히 알려져있는 잉글리시 브렉퍼스트와 겉보기에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토스트 빵, 베이컨, 베이크드 빈즈, 스크램블 에그, 소시지, 버섯, 토마토. 있을 건 다 있고, 양도 꽤 넉넉해서 만족스러운 아침 식사가 될 것 같았다. 데이터가 안 터져 핸드폰을 볼 수 없다 보니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여유롭게 먹으려고 했지만, 아무래도 얘기할 사람도 없고 해서 금방 식사를 마치게 되었다. 계산대 한 켠에는 팁을 넣는 상자가 있었다. 식사가 만족스럽기도 했고, 영국에서의 마지막 날이니 동전은 어차피 쓰고 가는 게 나아서 팁을 주기로 했다. (동전으로 준 팁은 대략 한화로 3,000원 정도)


"식사가 맛있었어요. 팁은 여기에 넣으면 되죠?"

"네, 고마워요. 만족스러웠다니 좋군요."

"안녕히 계세요."


계산대에 있던 두 명의 직원은 웃으며 내 팁과 인사를 받았고, 나는 캐리어를 끌고 가게에서 나왔다.


다시 히드로 공항

패딩턴 역에서 Elizabeth line을 타고 서쪽 방향 종점까지 가면 히드로 공항이다. 소호나 웨스트햄 경기장을 가기 위해서는 동쪽 방향으로 갔었는데, 반대 방향으로 지하철을 타는 것은 처음이었다. 영국에 도착한 날은 숙소 위치가 달라서 Piccadilly line을 탔는데, 겉모습만 보아도 매우 오래된 노선으로, 내부 좌석도 조금 낡아 보이고, 열차 내부의 불빛은 불규칙적으로 깜박였고, 데이터는 당연히 안 터졌다. 그에 반해 Elizabeth line은 지하철 역과 승강장부터가 신식이었다. 우리나라 최신 지하철과도 비교할 수 있을 정도였고, 오히려 역 내부의 천장이 더 높고, 승강장의 규모도 더 커서 웅장한 느낌까지 은근히 풍기고 있었다. 런던 시내인 패딩턴 역에서 공항까지는 불과 몇 정거장 정차하지 않아서 30분 만에 이동할 수 있었다. 지상으로 운행되는 구간이 더 많아서 바깥 풍경도 볼 수 있었다. 영국에서의 마지막 날이니 만큼 핸드폰을 보기보다는 바깥 풍경을 바라보며 이동했다.


지하철을 내려 엘리베이터를 타면 공항으로 바로 이어졌다. 공항의 겉모습을 보고 싶어서 1층을 통해 밖으로 나왔다. 공항 입구와 이어지는 도로의 모습만 보면 인천국제공항 3층의 그것과 매우 유사해보였다. 버스와 택시들이 디귿()자를 그리며 공항 입구를 지나가도록 도로가 되어 있었고, 차에서 내린 사람들은 캐리어를 끌고 공항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다시 실내로 들어와 핀란드행 비행기 항공사인 핀에어 구역을 찾았다. 인천국제공항과 마찬가지로 이곳도 무인으로 수하물을 맡길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수하물에 붙일 표식 스티커를 인쇄하는 과정은 키오스크를 사용하듯 여권과 탑승권을 인식시키면 되어서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다만 인천공항에서도 그랬듯 표식 스티커를 내 수하물에 어떻게 붙여야 할지를 몰라 머뭇거리고 있자 직원이 다가와 스티커를 떼어서 붙여주었다. 다음으로 기내 반입할 짐 검사를 하러 갔는데, 짐을 검사대에 넣었는데도 한동안 짐이 나오지 않았다. 내 앞에 몇 사람도 계속 기다리고 있었다. 뭔가 문제가 생긴 건지 몇 분 기다리고 나서 그제서야 짐이 나왔고, 보통은 액체류 반입 제한 때문에 음료수를 가지고 통과하지 못한다고 알고 있었는데, 직원이 물은 버릴 필요 없이 그냥 가지고 통과할 수 있다고 말해주었다.


비행기 출발은 오후 4시 15분. 출발 30분 전쯤 여유롭게 탑승 게이트로 향했고, 4시가 넘자 밖은 벌써 슬슬 어두워지고 있었다. 이곳의 하늘은 생각보다 빨리 어둑해진다. 유럽 국가 간 비행 지연이 잦다는 말은 여러 번 들었는데, 내가 탈 비행기도 출발 시간이 다 되었는데도 아직 탑승하지 못하고 있었다. 주변 사람들을 둘러보니 한국인은 없어보였고, 핀란드행 비행기라 괜히 그렇게 보이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체구가 큰 북유럽 사람들이 많은 것처럼 보였다. 다행히 약 15분 쯤 지나 탑승을 시작했고, 비행기는 이내 출발함을 알렸다. 외국에서 외국으로 가는 비행기는 처음이었고, 안내 방송도 영국식 악센트가 들어간 영어와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 (아마도 핀란드어) 이렇게 두 가지로 흘러나왔다. 비행기에서 하는 안내 방송이야 내용은 뻔할 것 같아서 두려움보다는 기분 좋은 낯섦으로 느껴졌다. 비행기는 이륙을 시작했고, 8일 간 머물렀던 영국의 땅을 뒤로 하고 핀란드로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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