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는 훌륭하다.
'다정함'이라는 특별한 기술은 호모 사피엔스가(자신 외 다른 종들이 번영과 쇠퇴를 반복할 때) 지속적으로 진화하고 살아남을 수 있게 만든 비법이다. 이 '다정함'이라는 기술은 '자기가축화'를 통해 진화했다.
'자기가축화'란 야생에서 살아가던 동물이 인간의 손에 길들여지면서 공격성과 같은 야생성이 사라지고 '친화력'이 높아지는 방향으로 점점 진화해가는 과정을 말한다.
흔히 생각하기에 자기가축화 과정을 거치면 즉, 인간의 손에 자라게 되면 먹이를 충분히 공급받을 수 있고 상위 포식자의 위협으로부터 보호되기 때문에 동물의 지능이나 신체능력이 약화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책에서는 자기가축화 과정을 거친 동물들이 지구에 가장 번성했으며 야생에서 살고 있는 종들은 멸종을 앞두고 있다고 지적한다.
예로 침팬치와 보노보 사례를 살펴보면, 침팬치의 경우 관계 속 서열이 분명하고 최상위 서열이 암컷을 독차지한다. 집단간 경계를 침범했을 때 무차별적으로 폭행하고 심지어 죽이기까지 한다. 한 개체가 다른 집단에 편입됐을 때 최하위 서열을 부여받는다.
보노보는 정반대이다. 암컷 개체가 다른 집단에 편입되면 모든 암컷이 환영한다. 집단 내에서 암컷이 우선적으로 식량을 지원받는다. 또, 상하위 서열이 분명하지 않으며 종족간 폭행보다는 협력이 강조된다. 그 결과 침팬치는 최상위층을 중심으로 힘의 논리에 의해 종족이 유지되지만 협력과 상생을 강조하는 보노보의 경우 침팬치에 비해 월등한 번식과 협력이 종족을 '번성'하게 만든다.
그렇다면 자기가축화를 통해 만들어진 친화력의 원천은 무엇인가. '협력적 의사소통 능력'은 어디에서 오는가. 바로 '마음이론'이다. 말 그대로 상대방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이전에 읽었던 '노는만큼 성공한다'에서도 언급되었던 이론으로, 생후 9개월의 아기들이 엄마의 눈, 손짓 등을 통해 엄마의 마음을 이해하고 그로부터 타인을 이해하는 능력을 익혀가는 과정을 말한다.
(마음이론은 '노는만큼 성공한다'에서 강조한 놀이 활동의 핵심 능력이다. 상대방의 마음을 이해하는 과정을 통해 의사소통능력이 향상되고 특히, 놀이를 통해 의사소통능력이 향상될 수 있다.)
개와 침팬치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협력적 의사소통 능력' 유무이다. 침팬치의 경우 개보다 지능은 높지만 협력적 의사소통 능력이 없다. 주어진 과제를 해결하는데 동료를 활용하려고 하기보다는 자신의 지능, 힘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개가 인간과 가장 가까운 동물인 이유는 인간의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하는데 탁월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여기서 한 가지 떠오르는 질문이 있다. 마음이론이 다른 동물들에게도 보여진다면, 어떻게 인간이 가장 번성할 수 있게 되었나. 그것은 인간이 가진 '자제력' 덕분이다. 다른 동물에 비해 월등한 자제력을 가진 인간은 문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본능에 따라 행동하기를 거부하고 이성적으로 사고하고 필요시에 동료들과 협력하면서 난관을 해결해왔다. 다른 종족에 비해 위기 상황에 훨씬 더 잘 대처해왔고 번성할 수 있었다. 자제력을 통해 마음이론, 계획 수립, 추론 능력, 언어 능력 등 초강력 인지능력이 크게 발달하게 되었고 인간 특유의 현대성과 문화가 창조될 수 있었다.
즉, 협력적 의사소통 능력에 더해 자제력을 보유한 인간은 다른 어떤 종들보다도 모여살게 됨으로써, 집단 생활이 가능함으로써 기술력의 발달과 예술적 창조를 이뤄낼 수 있었다.
그런데, 이 '친화력'에는 찬란한 앞면만큼이나 어두운 뒷면이 있다. 바로 자기가 친화력을 느끼는 범주를 벗어난 대상에게는 극도의 적대감을 느끼게 만든다는 것이다. 쉬운 예로 아기를 낳은 엄마는 아기에게 엄청난 사랑을 느끼지만 반대로 아기를 위협한다고 생각되는 대상에게는 극도의 적대감을 느낀다.
인간을 번성케한 '다정함'이 역으로 인간을 공격하고 있다!
인종, 종교, 이데올로기, 성별, 소득계층, 민족 등 집단을 규정하는 여러 기준들은 해당 집단 내에서 소속감과 친화력을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상대 집단에게는 강한 저항감과 '비인간화'의 감정을 느끼게 한다. 이 '비인간화'의 감정이 서로에게 분열과 반목을 일으키고 나아가서 폭력과 전쟁을 낳는다.
나와 다른 상대방을 비인간으로 취급하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해결 방법은 접촉과 개다.
내가 편견을 가지고 있고 불편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대상과 실제로 접촉했을 때 생각보다 불편하지 않음을 느낀적이 있을것이다. 마찬가지로 상대 집단에 가진 분노와 편견, 적대감은 그것과 실제로 접촉하고 상생하는 과정을 통해 내 생각이 오해였음을, 그도 나와 같은 사람이었음을 깨닫게 만들 수 있다.
책에서 소개된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강아지를 키우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집단간 위계질서가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낮았다. 반려동물을 키우고 사랑하는 사람들은 인간을 혐오하는 비율도 적을뿐 아니라 싫어하더라도 그 대상을 침팬치나 개 등의 동물로 비하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것들이야말로 자신들이 사랑을 쏟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강아지를 사랑하고 동물을 사랑함으로써 '비인간화'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다양한 인종, 종교, 민족, 이데올로기, 가치관이 서로' 접촉'하고 상생하고 사랑함으로써 우리는 분열과 갈등을 피하고 오히려 다정함을 증대시킬 수 있다.
폭력과 배척은 폭력과 배척을 낳을뿐이다. 진화와 번성을 위해서는 다정함이 필요하다.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