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베개

지금 심각하다는 것은 너무 열심히 살기 때문이야.

by 글쓰는메시


"기쁨이 깊을 때 근심 또한 깊고, 즐거움이 클수록 괴로움도 크다. 이를 분리하려고 하면 살아갈 수가 없다. 돈은 중요하다. 중요한 것이 늘어나면 잠자는 동안에도 걱정하게 될 것이다. 사랑은 기쁘다. 기쁜 사랑이 쌓이면 사랑을 하지 않던 옛날이 오히려 그리워질 것이다. 마음껏 먹으면 그다음이 불쾌하다."


시험에서의 합격, 원하는 대학과 직장으로의 진출, 바라던 연인과의 만남, 가족과의 행복한 여행. 삶을 살아가며 맛보는 즐거움들은 우리를 그것에 몰두하게 만든다. 그런데 재미나고 흥분되는 일에 몰두할수록 즐거움은 반감되고 위대한 성취나 닿기 어려운 성공들은 각고의 노력과 고생이 필요하다. 행복하려고 노력하면 할수록 근심은 많아지고 스트레스는 쌓여간다. 잘 살아보려고, 즐거우려고 노력할수록 몸은 지치고 마음은 심각해진다.


"아름다운 것을 더욱더 아름답게 하려고 안달할 때, 아름다운 것은 오히려 그 정도가 떨어지는 것이 보통이다. 인간사에서 차면 기운다는 속담이 바로 이것을 말한다."


친구보다, 직장 동료보다, 어딘가에서 살고 있을 나와 비슷한 정도의 사람보다 더 예뻐지기 위해, 더 부자가 되기 위해,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할수록 그 멋은 아름답지 않아 진다. 의식하고 행동한다는 것이 멋을 떨어지게 만든다. 현실에 집착할수록 속물적이 되고 더 가진 자보다 못한 사람만 될 뿐이다.


"세상은 집요하고 독살스럽고 게다가 뻔뻔하고 지겨운 놈들로 가득 차 있다. 사람 앞에 나와 너는 방귀를 몇 번 뀌었다, 몇 번 뀌었다, 하며 부탁도 하지 않은 것을 가르쳐준다. 시끄럽다고 하면 더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 사람들은 비교하기를 멈추지를 못한다. 잠시 동안의 멈춤을 뒤쳐짐이라 생각하고, 잠깐의 휴식은 게으름으로 치부한다. 하다 하다 작가가 '방귀'라고 비유할 정도로 하찮은 일들을 마치 대단한 일인 듯이 따져 물으며 나는 몇 번 뀌었는지, 너는 몇 번 뀌었는지 소리 지르며 옥신각신한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자신의 삶을 충분히 향유하며 남과의 비교가 의미 없음을 아는 자들이라면 한 발 물러서서 웃음 짓겠지만 인간 세상이라는 것이 너무나도 속물적이고 중독적이고 자극적이어서 속물들 싸우는 소리 듣고 있다 보면 어느샌가 나도 그 사이에 서서 누가 더 방귀를 뀌었는지 지적해주고 있다.


"누군지 저도 모릅니다. 그러니까 재미있는 겁니다. 지금까지의 관계 같은 건 아무래도 좋고 말이지요."


누가 몇 번을 뀌었는지, 누가 방귀대장 뿡뿡이인지 아무래도 좋다. 물감에 흠뻑 젖은 머리를 꺼내 샴푸로, 비누로 박박 씻어내고, 집착과 비교를 벗어던지고 그냥 오늘 하루를 온전히 돌아보며 즐기고 싶다.


어제 내가 어떤 사람이고 내일 내가 어떤 사람이 될지 이치를 따지로 실리를 따지느라 세월 보내지 말고 오늘 내 옆에 함께 있는 사람과의 정을 나누며 사람만이 서로에게 줄 수 있는 사랑과 마음을 느끼며 시간을 보내고 싶다.


"사람들은 기차를 탄다고 한다. 나는 실린다고 한다. 기차만큼 개성을 경멸하는 것은 없다. 문명은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개성을 발달시킨 후 가능한 모든 방법으로 그 개성을 짓밟으려고 한다. 한 사람 앞에 몇 평의 지면을 주고 그 지면 안에서는 눕든 일어서든 멋대로 하라는 것이 현재의 문명이다. 동시에 이 몇 평의 주위에 철책을 치고 그 밖으로는 한 발짝도 나가서는 안 된다고 위협하는 것이 현재의 문명이다."


외제차를 탄다. 비싼 집에 산다. 멋진 옷을 입는다. 나의 노력으로 자유를 힘껏 누렸다고 생각했지만 비교에 빠지는 순간 나도 세상이 정해놓은 순서에 따라 서있는 줄의 가운데에 서 있을 뿐이다.


조금 더 벌고 조금 더 꾸며서 내 앞의 사람을 앞질렀다 생각했고 그래서 순간 행복했지만 그 앞에 '무수히' 많은 사람이 서있다. 세상에 집착할수록, 거기에 푹 빠져 살수록 개성은 사라지고 매력은 떨어진다.


여유를 아는 사람, 멋을 아는 사람 그래서 심각하지 않아도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조금은 힘을 빼고 삶을 느끼는 것은 어떨까. 어떤 사람이 진정으로 행복해 할 수 있는 사람일까.


내가 내 삶을 사는 건지 네 삶을 사는 건지. 지금 심각하다는 것은 너무 열심히 (남의 삶을) 살기 때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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