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벼리영 Jan 02. 2024

한 그루 튼튼한 나무가 되고 싶다

죽어서도 살아있는 듯 주목나무 같은


따뜻한 곳이 좋아서 햇빛 따라 걷는다


밀가루 반죽처럼 부드러워질까


숭숭 구멍 뚫리기 직전이죠

망가진 뼈들이 엑스레이 속에서

질책을 하는군요

그동안 뭘 했나요?

활막을 갉는 자가세포 때문에 면역강장제를 먹으면 안 된다고요

공격이 거세질 거예요


스스로 죽이는 일이라고 내뱉는 담당의사가 태연해서 섬뜩하다

당신은 실험용 생물 대하듯 스를 긋곤 하지


뭘 했냐고요?

열심히 살아온 댓가라면 댓가

맞지 않은 톱니바퀴로

처절하게 버틴 결과라면 결과


오늘도 피를 헌납하고 방사선에 노출된 실험 쥐가 되었죠


꿈이 아닐까 생각하면서

꿈에서라도 일어서는 나무가 되리라고 다짐해 보는 새해 벽두


해를 따라 부지런히 걷는 수밖에



-벼리영


작가의 이전글 새해 인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