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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고 26회 — 원주 소금산 나들이

by Pelex

세월이 흘러도
마음은 늘 그 시절에 머문다.

친구들과의 웃음 한 자락,
그 속에 젊은 날의 내가 여전히 있다.

지나온 날들을 감사히 되새기며
오늘의 만남이 다시 꽃처럼 피어나길 바란다.



밤잠까지 설치고,

새벽녘 불야불야 사당동 관광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한두 번도 아닌데도

아내는 또 꼼지락거리며 나를 속 터지게 한다.

한때는
나와 손잡고 참 많이도 다니던 아내였다.

..........

오랜만에 가을바람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괜히 나들이 핑계로,
잊고 있던 웃음을 한 번이라도
다시 찾아주고 싶었다.

그래도

나 혼자 평생 지켜온 시간 약속 덕분에
이번에도 지각 한 번 없이
일등으로 도착했다.

조금씩 친구들이 모여들고,
우리는 금세 어린 시절로 돌아갔다.

“야~ 자~” 소리치며 웃고,
희끗희끗한 머리칼에 세월이 묻어 있었다.

도토리 키재기하던 그 시절,
반세기를 돌아와도
결국 그게 그거였다.

희끗희끗해진 머리,
늙음을 감추려 애쓴 손길들.

나이 從心도 훌쩍 넘긴 우리,
이제는 감출 것도 숨길 것도 없다.

꾸며봤자
그래도 다들 곱게 늙은 얼굴들이었다.

하지만 이번 코스는
좀 버거웠다.

경사도 높고 계단도 많아
무려 산길 13,000보.

오랜만에 나선 아내는
중간쯤에서 벌써 발걸음을 멈췄다.

“아이고, 너무 힘들다…”

그 불평과 호소,
결국 내가 다 감당해야 했다.

좋은 일 하려다 욕만 먹고,
하룻밤 자고 나니 고관절이 아프다며
또 불평.

아마 이 일로
아내는 산에는 다시는 안 가겠다고
마음먹었을지도 모르겠다.

이제는 그렇습니다.
살다 보면 누구에게나
마음 한편에 아릿한 사연 하나쯤은 있지요.

그저 주어진 대로 받아들이며,
서로를 더 아끼고
오늘을 감사히 살아가려 합니다.

그 와중에
아침 참으로 나온 김밥은
왜 그리 맛있던지.

내가 먹은 김밥 중
단연 최고였다.

그래도 좋았다.
우리의 만남.

이게
얼마나 더 이어질 수 있겠는가.

세상 어디서
누가 내 이야기를 들어줄까.

그러니

가끔은 이렇게

반가운 친구들,

보고 싶은 친구들을 만나

소주 한잔 기울이며
지난 세월의 회포를 나누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남은 날들,
우리끼리 가슴을 열고
자랑도 하고, 후회도 하며,
사는 날까지 변치 않는 마음으로
이렇게 만났으면 좋겠다.

사소한 오해로 등 돌리지 말고,
사는 날까지 함께할 수 있는,
용서하고 사랑하는
그런 만남이었으면 한다.

같은 눈으로,
같은 마음으로
같이 웃고 바라볼 수 있는,
그런 친구로 남았으면 한다.

이제는
기대할 것도, 줄 것도 없는 나이지만,
마음으로 서로를 감싸주고
소중히 여길 줄 아는
그런 만남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오늘의
소중한 만남,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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