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정말 "허당"인 걸까

옛 생각의 단편 - No. 46

by Gump

아주 예전에... 누군가 나에게 이런 말을 했었다.

"ㄱㅎ씨, 알고 보면 허당이에요."


그 말을 들은 난...

"무슨 소리예요, 나같이 완벽한 사람한테 허당이라니~~"라는 웃음 섞인 반박을 했다.


아울러, 그동안 그 사람에게 보여줬던 이런저런 업적(?)을 자랑처럼 늘어놓으며, 마치 생색내기와도 같은 증명(?)을 하곤 했었지.


허당...

사실, 생각해 보면 맞는 말이다.


난 내가 가진 재능을 그 사람에게 베푸는 것이 즐거웠다.

페인트 칠하기, 전기 누전현상 해결, 자동차를 포함한 각종 기구 고치기, 등등...


다만, 그 베풀었던 선행(?) 뒤엔 반드시 이어지는 것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생색내기"였다.


애들 같은 유치함을 + 내가 가진 순수함과 섞어 => 자연스레 들이밀곤 했지...


그 사람은 나의 "생색내기"를 싫어하지 않았다.

"생색내기"를 통해 만들어지던 그 특유의 친근함과 웃음이 "생색내기의 유치함"보다 훨씬 더 가치 있었으니까.


그런데...

내가 손댄 것들의 30% 정도는 단 한 번에 해결되지 않았다.. -_-;;


일례로, 언젠가 그 사람의 집에 갑자기 찾아온 누전 현상을 내 손으로 해결해 주려고 절연저항기를 구입해서 집안 구석구석을 체크하며 작업했지만 내 작업은 왠지 어설펐고 생각보다 시간이 걸렸다.


결국, 전기 전문가가 와서야 이 문제가 말끔히 해결되었었지...


쩝...


그리고, 난 가끔 엉뚱한 짓을 하다가 혼이 나곤 했다.

그저께 아침에도 그랬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욕실에 가서 샤워를 하려는데, 날씨가 너무 추워서 나만의 난로(?)에 불을 지폈다.


아, 참고로 위험한 건 아니다.


스테인리스 그릇에 실험용 알코올을 소량 담아 놓은 것이 이 난로의 전부다.


바닥과 주위가 세라믹 타일로 만들어진 욕실 내부이므로 행여나 쏟아지더라도 불이 날 염려는 0%에 가깝다.

그러니, 화재 걱정은 안 하셔도 된다.


좌우간, 그날따라 조용히 타오르던 그 파아란 불길이 너무나도 이뻐 보였던 까닭에 난 좀 더 가까이 다가가서 불멍 아닌 불멍을 즐기게 되었다.


마치, 피아노 연주의 음률을 따라 흐르듯, 기품 있게 일렁이던 그 불을 멍하게 바라보던 나는...

나도 모르게 점점 더 앞으로 얼굴을 내밀었다.


그 순간만큼은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


......


그리고, 잠시 후...

그 고요한 정적을 깨는 기분 나쁜 소리가 단말마처럼 들려왔다.


"파지직~"


그래, 맞아.

그건 앞 머리카락의 일부가 불에 타서 그을리던 소리였어... -_-;;


순간적으로 화들짝 놀란 난 반사적으로 거울을 들여다보았지만, 이미 늦었다.

이마 한 구석의 머리카락이 휑하게 비어 있......


후......


이 기억을 다시 떠올리니, 우울해진다.

그만 적을래...


아무튼,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사람의 말이 맞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알고 보면 난 허당이다. -_-;;;
keyword
작가의 이전글TMA 작품 - 토닝 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