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개/고양이를 키우지 않는 이유

옛 생각의 단편 - No. 327

by Gump

난 유년 시절부터 그렇게 동물을 좋아해 왔다.


어디 길을 걷다가도, 놀이터에서 놀고 있다가도...

지나가던 강아지를 볼 때면 항상 다가가서 쓰다듬어 주었다.


내 나이 7살이던 어느 날, 내가 그렇게 동물들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내 어머니는 나를 위해 강아지를 분양받아 오셨다.


그날은 지금으로부터 이미 수십 년이나 지났지만, 난 그 아이의 모습을 아직도 사진처럼 선명히 기억하고 있다.


아직 귀가 오똑 서지 않은 그 어린아이에게 난 "똑순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고, 우린 매일 함께 놀며 시간을 보냈더랬지.


그런 어느 날, 난 우리 똑순이가 똥오줌을 흘린 채, 마당에 뻗어 있던 모습을 보았다.

확실히 여느 때와는 달랐다.


이름을 불러도 꿈쩍하지 않았고, 언제나 내 귀를 핥아주던 그 아이의 혀는 입 밖으로 나와 있었던 것이다.


그 시절의 나는 아직 "죽음"이란 개념에 대해 잘 알지 못했기 때문에, 그 아이를 묻어주러 함께 길을 나섰던 우리 부모님을 이해하지 못했다.


난 그저 미친 듯이 울기만 했다.

한동안 밥 먹기도 싫었고, 매일 그 아이 생각만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친구들이 나더러 같이 놀자며 날 불러도 그 소리가 귀에 들어오지 않았고, 모든 것이 다 귀찮게만 느껴졌었다.

나의 똑순이가 다시 나에게 달려오기만을 기대했다.


그렇게 나의 유년 시절은 지나가고...


난 중학교에 들어갔다.

이제 막 2학년이 되었을 무렵, 그러니까 한국식 나이로 15세가 되던 그 해의 봄.


막내 외삼촌이 생전 처음 보는 강아지를 안고 우리 집에 오셨다.

내 기억 속의 똑순이와 매우 닮았던 그 녀석...


비록, 털 색은 달랐지만, 난 그 아이를 보는 순간, 너무너무 기뻐했더랬지.


이후부터 그 아이는 늘 나와 함께였다.

물론, 학교 가는 시간은 제외.


집에 있는 시간의 절반 가량은 늘 그 아이와 함께였다.


특히, 부모님 심부름으로 인근 슈퍼나 시장에 갈 땐, 꼭 그 아이를 데리고 갔었는데, 그 아이를 통제하기 위한 목 줄 따윈 필요 없었다.


난 그 아이를, 내가 입고 있던 라운드티 안으로 넣어, 한 손으로 엉덩이를 받쳐 주었다.


그러면 그 아이는 내 가슴 밖으로 자연스레 고개를 내밀게 되고, 내 품에 안긴 그 아이는 자유롭게 주위를 둘러볼 수 있는 특권을 누리게 된다.


그럴 땐, 가끔 내 입을 핥아주는 바람에 뜻하지 않은 뽀뽀를 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지만, 난 그 자체가 행복했다.


시간이 지나, 그 아이는 성견으로 성장했고, 내가 살던 그 동네에서 가장 용감한 녀석이 되었다.


다만, 이 녀석에겐 한 가지 이상한 버릇이 있었는데, 늑대도 아닌 주제에 밤이 되면 가끔 옥상으로 올라가서 "하울링"을 하더라는 것이다.


매일 그랬던 것은 아니고,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그러면 인근에 살던 동네 개들이 일제히 이 녀석의 하울링을 따라 하는 진풍경이 펼쳐졌지.


당시, 녀석들이 연주하던 화음의 아름다움은 아직도 내 귀에 선 하다.

그런 행복한 나날들이 이어지고...

난 고등학생이 되었다.


여느 때처럼, 토요일 오전수업이 끝나면 난 집으로 달려가며 그 녀석의 이름을 불렀다.

집이 저 멀리 보이던 그 시점...


대략 1킬로미터가량의 거리다.


결코 가까운 거리가 아니었음에도, 그 아이는 항상 나의 부름에 즉각적으로 응답해 줬다.


머리가 비상할 정도로 영리했던 탓에, 그 녀석은 얼마든지 자력으로 대문을 열 수 있었고, 그렇게 문이 열리면 나에게 잽싸게 달려왔던 것.


함께 엮은 추억은 셀 수 없을 정도다.


특히, 여름철 이른 아침이 되면 부엌으로 연결된 내 방으로 슬그머니 기어 들어와서 내 귀를 마구 핥으며 내 아침잠을 방해하곤 했었지,


그런데, 그 아이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다.

여느 때처럼 학교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보이지 않던 그 녀석...


어머니는 그 녀석을 찾던 나에게 말씀하셨다.

도시에서는 더 이상 키우기 힘든 탓에, 그 아이를 시골 이모집으로 되돌려 보냈다고.


그땐, 어머니가 미웠다.

그렇지만, 내가 뭘 어떻게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그저 슬픔을 삼키는 수밖에...


후...


그 순간의 기억들이 떠오르니, 다시 콧등이 시큰해지는구나.

세월이 어찌 이리도 빠른지...


아무튼, 유년기와 청소년기에 겪었던 그 두 번의 생이별은 내 눈에서 정말 많은 양의 눈물을 뽑아내게 했지.

이것이 지금의 내가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는 이유다.


그렇지만, 난 여전히 그립다.


항상 날 반겨주며 귀와 입을 핥아주던 그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기억을...

난 아마도 눈을 감을 때까지 잊지 못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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