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

by eunice 유니스

목련


그 누구의 어떤 말도 위로가 되지 못하고

기도할 힘도 없을 때,


무심코 지나가던 길에 발견한 목련 한 그루 때문에


가슴에 뜨거운 핏덩이 같은 게

울컥 울컥 올라온 경험을 해 본 적이 있는가...


지난밤의 숙취와 고된 삶의 무게로 모두가 땅만 보며

가오나시처럼 출근하는 검은 사람들 속에 묻혀

쓸쓸히 일하러 가던 어느 아침,


구석진 성수동 공장 담벼락 안에서

하늘을 향해 우뚝 솟아

진분홍 빛깔을 소리 없이 토해내던 목련 한 그루.


누가 보아주지 않아도

묵묵히 꽃을 피어내던 그 목련나무.


얼마 있지 않아

떨어져 사라질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오늘을 있는 힘을 다해

꽃을 피우던

그 처절하고도 황홀하리만치 아름다웠던 그 모습.


때로는 취객의 토사물까지 받아내 주고도

오히려 가지를 뻗어 꽃향기를 내어주며

힘내라고 위로해주던 그 나무를

나는 잊지 못한다.


목련나무가 가르쳐 준 대로


그저

나도

묵묵히

오늘을

살아낸다.


향기로운

꽃망울을

터트리려

오늘도

애를 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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