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아있음을 느끼는 순간들
가끔씩 별 것 아닌 것에
내가 살아있음을 느낄 때가 있다.
화분에 물을 주러 나갈 때
슬리퍼 신는 것조차 귀찮아서
맨발로 나서다 느껴지는
발바닥의 기분 좋은 차가운 감각,
식구들 먹거리로 가득 찬
장바구니를 어깨에 메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샤랄라 불어오는 바람에
마치 흑백 영화 속 여주인공이 된 듯
흩날리는 머리카락,
오늘도 출근길에
무심코 올려다본 하늘이 너무 예뻐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그 순간의 감각에 몰입해 본다.
................
다행히 지나가는 사람이 없다.
얼른 주머니 속 핸드폰을 꺼내어
그 감각적인 순간을 저장하고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또 일상으로 되돌아간다.
이 나이가 되도록
여전히 부끄러움이 많고,
두려움도 많아서
자유로움을 온전히 누리지 못하지만,
순간순간 이런 감각들이
너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