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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사임당 Aug 30. 2020

통영 섬 한번 찍어볼래? 출품 포기작

그냥 재미로 해보는 것들의 즐거움


어쩌다가 ‘통영 섬 한번 찍어볼래’라는 제목의 공모전을 보았다. 9월 1일부터 작품을 접수하는데 이 공모전 안내문을 본 것이 6월, 그렇게 머릿속에 잠시 스치듯 안녕하는가 했는데 이 코로나라는 것이 어디 멀리 여행할 용기와 여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 1년에 3일밖에 안되는 남편의 휴가가 찾아왔다. 욕지도의 모노레일을 타려고 했지만 돌아오는 배편이 없어 무산되었다. 차선책으로 떠난 만지도와 연대도, 그렇게 당일날 아침 무작정 계획 없이 갔는데도 너무 좋고 행복한 기분이 넘쳐 그 공모전의 기억을 끄집어내어 영상을 편집했다. 관광 안내가 목적이 아닌 여행 속 나의 감성과 느낌을 충분히 드러내는 추억이 가득할 영상, 이렇게 저렇게 찍은 영상에 맞춰 기억을 정돈하는 글을 쓰고 그것을 바탕으로 직접 내레이션을 하는 것, 그것이 내가 그리는, 내가 만들고 싶은 영상이었다.






어쩌면 우리가 좋아하는 EBS의 한국기행이나 세계 테마 기행 같은 콘셉트이라고 보면 되겠다. 물론 최우수상 300만 원의 상금도 욕심이 났지만 다 만들고 난 후 유튜브에 검색해보니 전문 프로듀서님들이 만드신 것 마냥 TV를 보는 듯한 전문적인 작품들이 많고 멋들어진 드론 샷에 주눅이 들어 그냥 이 영상은 우리의 개인 소장용이 될 것 같다. 하지만 나는 9월 1일이 되면 이 영상을 공모전에 낼 것이다. 밑져야 본전, 하루의 시간의 절반 이상을 쏟았으니 도전해 볼 것이다.



원고를 다듬던 밤, 남편은 운동, 아들은 브롤스타즈, 딸은 모든 것의 방해



다음은 여행 다녀온 그날 밤에 써 내려갔던 원고이다.


통영의 섬에서 보낸 시간      


#1.

2020년, 코로나의 위기 속에 우리 가족이 처음 떠난 여행지는 통영 만지도였습니다. 연대도와 출렁다리로 이어져있는 이 곳, 우리가 직접 걷고 보고 느끼고 돌아온 만지도와 연대도는 어떤 풍경이었는지 함께 보시죠      


#2.

11시 배를 타러 연명항으로 갔습니다. 연명항에는 만지도로 가는 직항 배가 시간마다 있었고 15분 정도 소요됩니다.      

만지도에 내려서 연대도 방향으로 걸어가는 해안산책로입니다. 나무 그늘 아래 우리의 발걸음이 쌓일 때마다 바다가 느껴집니다. 잠시 계단 아래로 내려가 더 가까이에서 부서지는 파도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다 보니 어느새 눈 앞에 출렁다리가 보였습니다. 그 아래 코발트색의 아담한 해수욕장을 만난 순간, 이곳은 지상낙원이 틀림없었습니다. 시원한 바다의 소리와 함께 출렁다리를 지나갑니다. 작은 아이가 처음엔 흔들거리는 다리에 무서워 걸음을 떼지도 못했는데 그럼에도 씩씩하게 출발~      


#3.

무서움을 견디고 걸어 도착한 연대도의 바다로 아이들이 내려갑니다. 바다는 계속 찰싹찰싹 시원한 소리를 내고 스노클링을 하고 있는 다른 여행객을 보자 걸어오느라 지친 아이들이 말릴 새도 없이 바다로 들어갔습니다. 옷은 바닷물로 축축해지고 우산을 써도 땡볕은 너무 뜨겁고 배도 고프고, 모든 것이 엉망이 되려는 때 정자나무 아래 오두막이 눈에 들어왔고 지친 우리 모두는 잠시 그늘 아래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에 몸을 맡겼습니다.      

폭염에서 살짝 쉬었더니 벽화로 아기자기한 연대도 마을이 눈에 들어옵니다. 이 섬의 랜드마크 같은 연대도 슈퍼에 들러 큰 아이가 사발면을 하나 끓여 먹을 때 저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차가운 맥주 한 캔을 즐겼어요.        


#4.

배가 고파 주변 식당을 찾아보는데 노천에 포장마차에 신선한 해산물과 활어회만 보였어요. 에어컨 냉방이 되는 만지도로 돌아갈까 하다가 그 슈퍼 옆 골목에 표시된 몽돌해변이 궁금해 모두의 마지막 남은 체력을 끌어올려 걸어가 봅니다. 여기를 안 왔더라면 엄청 후회했겠지요? 이 더위에 우산을 쓰고 계속 흐르는 땀방울을 닦으며 찡찡대는 아이들을 달래며 이 곳에 왔기에 이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만을 위해 기다리고 있던 이 비밀의 공간 같은 몽돌 해변을 찾은 것이 이번 여행의 가장 의미 있던 순간인 것 같아요.      


#5.

우리는 남해안 곳곳의 바다를 가보았고, 늘 바다를 보고 살지만 그래도 새로운 첫 바다는 늘 궁금하고 신기합니다. 바다 가득 몽돌이 있으니 돌을 주워 아이들이 물수제비 연습을 합니다. (작은 아이는 겁은 없고 힘이 세어 큰 돌만 주워 풍덩풍덩 던지곤 했어요.) 더위를 식혀주는 깨끗하고 시원한 바다에 발을 담갔을 때, 행복감이 파도처럼 밀려들었습니다. 주체할 수 없이 기분이 좋은지 남편은 딸아이를 계속 안아주었습니다. 영상에는 없지만 우리 부부의 신혼 같은 다정한 사진도 남겼어요.      


#6.

예쁜 사진과 영상들로 기쁜 마음은 커져가고 아쉽지만 우린 이만 다시 출렁다리를 건너 만지도로 가기로 했어요. 나무와 하늘, 바위와 바다가 빚어내는 자연의 아름다움이 너무도 컸습니다. 연대도로 올 때보다 만지도로 돌아가는 길의 풍경은 더욱 아름답고 경이롭기까지 했습니다. 한 걸음 두 걸음 발걸음을 떼는 것이 아쉬울 만큼 황홀한 아름다운 통영의 섬과 바다, 아이들 없이 왔더라면 여기 나무 아래에서 아마 한참을 서 있었을 것 같아요. 앗, 바다를 건너기 전, 섬에는 따로 휴지통이 없어요. 그래서 관광객이 가져온 쓰레기는 되가져 가야 하니 여행가방 속에 꼭 쓰레기봉투 하나를 챙겨 와야 한답니다.          


#7.

아까 그 코발트색 모래 해변을 지나갈 때 수상스키를 즐기는 사람들, 그 앞에서 갯바위 낚시를 하던 사람들, 그늘막 아래에서 해수욕을 하던 사람들, 모두 다양한 방식으로 이 여름의 바다를 즐기고 있는 듯하여 너무 부러웠습니다. 모래 가까이 출몰하는 해파리가 좀 위험해 보였지만 그래도 다음엔 우리가 꼭 연대도 슈퍼 할머니네 2층 민박을 잡아서 좋아하는 밤낚시를 원 없이 하고 새벽 산림욕과 정오의 해수욕을 모두 즐기고 만지도의 신선한 해물요리도 실컷 먹고 가야겠어요. 다음에 다시 올 때까지 안녕, 즐거웠던 일기 끝



완성된 나의 통영 섬 여행, I just wanna rest.


편집 과정에서 영상을 여러 번 보았다. 친구들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했는데 하나같이 내 목소리에 대한 이야기였다. 영상 속 실제 목소리와 내레이션 사운드의 차이가 너무 크다는 것, 따라서 평소에 말할 때도 조금 더 신경을 써야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내레이션 속 목소리가 최상의 것도 아니었다. 표준어의 사투리화, 사투리의 표준어틱함 그 중간 어디쯤이었다. 다시 잘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지만 이젠 내 능력 밖, 아마추어인 내가 이쯤 이 만큼의 에너지를 쏟았으면 되었다 싶기도 하다. 좋은 도전이었고 실패한다고 하더라도 내겐 잘 편집된 영상이 하나 남을테니 벌써 반은 성공한 도전이다. 코로나로 인한 원격 수업은 이렇게 나 스스로 영상 콘텐츠를 만들어보고 싶게 만들었다. 그렇게 위기는 기회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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