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인생의 첫 반성문

아이는 잘못을 하고 실수를 하며 자란다.

by 서사임당


아이가 잘못을 했을 때 엄마는, 부모는 어떻게 해야 할까?

아이가 거짓말을 할 때 엄마는, 부모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내 아이는 그럴 리 없어.... 아니야 그럴 수도 있어.’


아이에게 매주 월요일 5천 원씩의 용돈을 준다. 용돈이라고 말하지만 아이는 쓸 수 없다. 받은 용돈을 모아서 생일을 맞은 좋아하는 누군가를 위해 쓰거나, 꼭 갖고 싶은 것을 모아서 살 수 있게끔 교육할 목적으로 주는 용돈이기 때문에 아직 아이는 엄마의 허락을 받거나 미리 갖고 싶은 것을 함께 말하고 돈을 사용하게끔 교육하고 있다. 그런데 아이가 돈을 모아둔 금고의 문을 열어 500원, 1000원 야금야금 몰래 갖고 나가 학교 앞 문구점에서 쓸모없는 수갑을 사 온 적이 있었다. 그날이 너무 충격이었던 것은 몰래 금고문을 열어 돈을 가져 간 그 행위였다. 그렇다면 진즉에도 이런 일이 있었는데 나는 몰랐던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이어졌고, 우리가 테이블이나 선반 위에 올려둔 이런저런 동전과 지폐들은 지금껏 온전했을까 하는 불길한 생각이 피어올라 아이에 대한 믿음이 와르르 무너지려 했다. 처음 받은 충격에 목청에서 큰 소리가 나왔다. 그리고 하고 많은 것 중에 이 쓸모도 없고 친구와 갖고 놀기에도 적절하지 않은 수갑을 왜 샀는지 이해되지 않았다.


“엄마, 오빠가 옛날에 사탕도 사주고 젤리도 사줬어.”


작은 아이의 이 한마디는 불난 집에 불을 끼얹는 상황으로 치닫게 했다. 진짜 머리가 하얘지며 설거지하고 있던 그릇을 내던지고 싶은 기분이 들었는데 이럴 때는 아이와 바로 이야기하는 것보다 한 템포 시간을 갖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다행히도 설거지를 마치고 이야기했다.


“이 금고 안에 있는 돈은 지원이가 받은 용돈을 모은 거니까 네 돈이 맞지만 이 돈을 어떻게 썼는지 기록하기로 했으니까 우선 기록을 해. 그리고 엄마는 오늘 너무 충격을 받았고 머리가 아파. 돈을 쓰기 전에 엄마한테 필요하고 갖고 싶으면 이야기해서 결정하기로 했는데 왜 엄마 몰래 도둑이 하는 것처럼 그렇게 했는지 이해할 수 없어.”


“... 죄송해요. 레고 갖고 놀 때 악당이 가짜로 마법으로 수갑을 채우면 손을 못 움직이니까, 진짜 수갑으로 한번 해보고 싶었어.”


“원아, 지난번에 돈 아끼고 모아서 에그박사 2권 사고, 진짜 고민 끝에 레고도 샀잖아. 돈 쓸 때는 그냥 막 쓰는 게 아니라 진짜 고민하고 신중하게 선택해야 하는 거야... 다음부터는 몰래 갖고 가지 말고 아침에 학교 갈 때 필요하면 엄마한테 꼭 말해”



이렇게 그 용돈 횡령과도 같은 그 사건을 일단락 지었다. 그렇게 열흘 여의 시간이 흘렀고 어제도 여느 날과 같은 평화로운 저녁 글쓰기 시간이었다. 둘째 아이가 자랑하고 싶은 마음에 하게 된 사실 폭로를 하기 전까지 말이다.


“엄마 이 스프링 이쁘지? 이거 오빠가 나 사줬다~ 좋겠지?”


“오빠가? 오빠가 어떻게 사줬을까?”


순간 큰 아이는 동생을 향해 두 번째 손가락을 입에 갖다 대며 조용히 하라는 수신호를 보냈다. 상황이 이상함을 감지한 나는 큰 아이에게 어떻게 된 상황인지 물었다. 그런데 즉각 이상한 반응이 나왔다. 아이가 별안간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번쩍 들더니 정말 자주 혼이 나 본 것 같은 안정된 자세로 자연스럽게 용서를 구하기 시작했다.


아이가 극존대 공손체를 구사하며 표정 및 자세, 어조 등의 전체적인 태도가 급히 변했다.


“어머니, 잘못했어요. 한 번만 용서해 주세요.”


할 말을 잃고 무엇이라 말해야 좋을지 몰라 생각을 하느라 있으니 아이가 더욱 긴장했다.


“다시는 이런 일을 하지 않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실망을 안겨드려서 제가 너무 죄송합니다. 어머니 화가 많이 나셨는데, 그러면 제 머리를 3대만 때리세요.” 갑자기 자신의 머리를 내게 들이대기 시작했다.


“엄마는 너를 때리려는 게 아니야. 지금 너무 화가 나고 실망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그러면 손바닥을 때리세요. 제가 맞겠습니다.”


더 어려서 잘못했을 때 아이에게 몇 번 매를 들었던 적이 있다. 그런데 이렇게 즉각적으로 본인을 때려 달라하니 그게 잘못된 훈육이었구나 싶어 엄청난 죄책감이 몰려들었다. 돈과 관련해서 빨리 제대로 된 교육을 시키고 싶어 시작한 용돈기입장 쓰기와 경제 교육이 되려 괜한 일을 만든 것 같기도 해서 후회도 되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해 보면 자기가 받은 용돈으로 자기가 쓴 것인데, 그것을 이리도 화 낼 일인가 생각해 보았다. 나는 돈을 쓴 행동보다 아이가 거짓말을 한 것과 몰래 가져간 것이 너무 속상하고 화가 났다. 지난 번에 알아듣기 좋게 알려주고 혼을 냈는데도 또 이렇게 몰래 돈을 쓰다니, 500원이건, 1000원이건 금액이 중요한게 아니라 이건 신뢰의 문제였다. 사고 싶은게 있으면 말하고 꺼내어 가면 될 것을, 조금 더 크면 어련히 알아서 용돈을 사용할 수 있는 경제적 자유를 줄텐데... 엄마의 마음은 속상하고 화나고 미안하고 괘씸하고 후회되고 아무튼 복잡했다. 이 살얼음과도 같은 분위기가 시작되기 전 우리는 다정하게 나란히 앉아 다음날 양력 생일인 아빠를 주제로 하는 글을 쓰고 있었다. 아이가 이리도 반성하고 용서를 구하는데 더 이상의 화를 내는 것은 무의미했기에 나는 아이에게 지금 잘못했다고 느끼는 생각과 마음을 글로 정리해서 적어보자고 했다. 그래서 아이는 인생 첫 반성문을 쓰게 되었다.



아이가 하고 있는 100일간의 프로젝트 잡문집을 모으는 과정에 이 반성문을 수록해도 좋을까 고민했다. 이 또한 아이의 인생에 중요한 변곡점이 될 수 있는 중대 사건이고 역사가 되리라 생각하고 아이의 동의 하에 반성문을 담아 본다. 시간이 꽤 지나 성년이 되어서 유년 시절의 자신의 글들을 모아 보면 어떤 생각이 들지, 특히 이 반성문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할지 궁금하다. 나는 내 아이가 처음 쓰는 반성문이 중학생 아이들만큼이나 잘 써서 놀랬다. 무엇을 잘못했는지와 그 행동을 다시는 하지 않겠다는 다짐과 더불어 반성의 의미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행동 변화 약속을 이어갔다. 집에서는 반성문을 본 적이 없을 텐데 어떻게 이렇게 잘 썼는지 모르겠다. 학교에서 혼이 많이 나봤을까? 그랬다면 분명 내게 연락이 왔을 텐데, 그런 것은 아닌 것 같고 유튜브의 영향인가 싶어 곰곰이 생각해보니 아이가 보는 채널은 죄다 요리나 생물 소개, 낚시를 소재로 하는 것들인데... 모르겠다. 아이가 생각보다 많이 자랐나 보다. 아이를 안아주고 용돈 기입장에 빠진 내용을 정리하고 이번주 용돈을 다시 챙겨주며 아이를 다시 믿어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