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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하 Jan 13. 2024

신혼이혼, 나를 경찰에 신고한 전남편

막장으로 치닫는구나.


전남편은 짜증이 많은 사람이었고 다혈질이었고

자기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는걸

못 견디는 사람이었다.


그날은 랜만의 휴일이었다.

전남편은 계속 짜증이 나 있는 상태였다.

이런 날은 눈치를 보게 된다.


눈치를 잘 보면 큰 다툼 없이

이 시간이 지나가게 되는데,

나도 예민한 날이면 문제가 된다.


하필이면 나도 일 스트레스와 생리가 다가오고 있어 평소보다 예민했었고,

왜 이렇게 짜증이 났냐며 함께 짜증을 냈다가 크게 다투게 되었다.

그동안 서로 쌓인 게 많아 더 터진듯했다.


그렇게 냉전 상

전남편이 밖으로 나가버려, 걱정이 돼서 전화를 했다.

통화 내용은 처참했다.

전남편은 나보고 친정집으로 가라고

내가 들어오지 못하게 문을 잠가버릴 거라고 했다.


나는 이날

친구들과 저녁 약속이 있었는데

그 사이에 잠가버릴 심산이었다.


그가 말만 하는 사람이면 그 말을 신경 안 썼겠지만,

그는 정말 행동하는 사람이었다.

결혼 준비 과정에서 비슷한 일들이 꽤 있었고,

심지어 고깃집 데이트를 하던 도중에

계속 눈치를 주더니

기분이 나쁘다며 날 두고 그대로 가버린 적도 있다.


변명일 순 있지만

나는 순간 너무 무서워서

현관문 비밀번호를 바꿨다.


생각보다 일찍 그가 돌아왔고

비밀번호 바꾼 걸 알게 되어 화를 내길래

나는 곧바로 문을 열어주었다.


하지만 전남편은 집안으로 들어오지 않고

현관문을 발로 차

문이 닫히게 만들었.

그는  행동을 3-4번 정도 반복하

그와 동시에 경찰을 부르기 시작했다.




경찰이 왔다.

현관문 밖에서 전남편과 경찰의 대화 소리가 들려서 나는 얼른 문을 열었다.

약간은 억울한 마음에 경찰이 초인종을 누르기 전에 열고 싶었나 보다.


그리고 문을 열어주었음에도

전남편이 들어오지 않고

오히려 현관문을 발로 차며 들어오지 않았단 말도 했다. CCTV에 다 녹화되어 있을 거라고. 억울하다고...

조금 유치할 수는 있지만

당시에는 나도 나 자신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이 앞서서 벌벌 떨고 울면서도 열심히 말했다.


경찰은 전남편을 바로 들어오지 않도록 조치하고

나에게 명의자를 확인하고

남편이 맞는지부터 확인했다.

나는 남편이라고 대답했고,

한편으로는 내가 큰 죄를 지은 걸까 싶

혼인신고는 하지 않았다고 깨알 설명을 덧붙였다.

경찰은 결혼식 여부도 물어보고

사실혼 관계를 확실히 하고 나서야 전남편을 집에 들어가게 해 주었다.

전남편이 경찰을 불렀는데

오히려 전남편이 민망한 상황이 연출되었다.


우리나라 경찰, 일 잘한다!


전남편은 그 후에도 분을 이기지 못하겠는지

자기를 집에 못 들어오게 했으니

이제 네가 나가라고.

나가서 친정집에서 자고 오라며 윽박질렀다.


경찰들이 제지해 주었지만,

그는 '권유'라며 비아냥댔고,

나는 그건 '강요'라며 맞섰다.

경찰이 내 말에 동조해 주며

와이프에게 나가라고 할 이유는 없다고 해주셨다.


경찰은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

신고하라고 신신당부를 하고 돌아가셨다.


전남편은 내게 계속 나가서 집에 오지 말라고 화를 냈고, 나는 결국 울면서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엄마는 나보다 더 속상해하며

오늘 집에 오라고 하셨다.

나는 정말 불효녀다.


시어머니께도 이런 사건이 있었음을 알렸고

시어머니께서는 자신이 미안하다고 하셨다.

시댁이 너무 좋은 분들이라

내가 더 죄송했다.


나는 그렇게 반강제로 신혼집에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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