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트트 Sep 03. 2019

나는 왜 추운 겨울에, 뉴욕에 갔을까.

 아이와 뉴욕에서 한 달 살기 에세이 1.



2013~2014년을 넘어가는 시점에 나는 뉴욕엘 갔다. 4살, 몇달 후에 태어날 아이를 데리고.

크리스마스와 새해를 맞는 시점이었다.


왜 추운 겨울에, 만만찮게 추운 뉴욕이라는 도시를 가려고 했을까


그것은 내가 진취적 이거나 여행을 매우 사랑해서가 아니다.
난 느긋하게 사는 사람이다.
내 기준에선 느긋하지만 타인의 시선에선 너무 느리고, 말이 없으며, 그래서 어떤 면에선 루저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잘난 것도 잘하는 것도 변변한 직장도 내세울 경력도 없다.
없는 것이 너무 많다.(소중한 가족이 전부이다. 핰핰핰)
5.5등신 신체 및 큰 머리통.
사회성 결여와 답이 없는 성격 머리.
의지력은 마이너스이다.
의지라는 게 거의 없어서, 아니 의지는 있으나, 실행할 에너지가 없다고 봐야 하겠다.
결심한걸 변변히 실행한 적이 거의 없다.


앞서 말한 성향을 가진 나는 뉴욕이 아니라 국내 어디를 가려해도, 겁을 집어먹고 의지를 상실하고 몇십 번 몇백 번을 고민하다 말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해 말, 나는 뉴욕으로 출발할 수밖에 없는 내적 들끓음이 있었다.
어떤 이들은 이것을 심장이 시킨다고도 하고.. 뭐 여러 가지 표현이 있을 듯한데.

의지 제로임에도  난 그 내적인 갈등과 들끓음에 등 떠밀리다시피 뉴욕으로 가겠다고 결정을 해버렸다.

어떤 정보도 없이 말이다.
아이를 데리고 가도 되는지, 아이와 가본 사람이 있는지, 유모차를 가지고 가도 되는지. 찾아 보았지만 당시엔 찾을 수가 없었다.
그때는 1달 살기가 유행하기 전이라 정보가 거의 없었고, (내가 못 찾은 것일 수도 있다;;)

그래서 아주 조각난 정보들을 모아 내가 갈 수 있을지 없을지 매일 점쳐보았다.
확실한 답은 나오지 않았다.
그렇지만 확실했던 건 몇 달 후에 아기가 태어난다는 사실이었고,

그렇게 되면 나는  최소한 몇 달, 길게는 몇 년을 집안에서 주로 보내야 한다는 사실을 몇 번이나 떠올려 보았을 때 지금밖에 시간이 없다는 확신이 들었다.
누군가 뉴욕에서 어땠어요? 재미있었어요?라고 묻는다면 당시엔 선뜻 재미있었어요 라는 말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아이를 데리고 어디를 간다는 것은..

가까운 집 앞 공원이나 친척집만이라도 방문해 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그 잠깐도 순식간에 매우 힘들어질 수 있다는 것을.
뉴욕까지 아이와 함께 갔다는 건 그럴 확률도 높아진다는 것을 예측할 수 있다.

그럼에도 지금, 5년 여가 지나서 돌아보면
아.. 참 잘했다. 그때 가길 잘했다. 언제 또 가야지.라는 생각이 든다.
굉장히 힘들었지만 난 또 어딘가로 살러가고자 준비를 하고 있다.
대신 이번엔 좀 더 현지 사람들 속으로 호기심을 가지고 두려워하지 말고 바보 되는 것을 겁내지 말자는 다짐을 해본다.
5년이 지나고 아이가 셋인 지금, 살아가는데 조금 더 용기가 생겼고, 무언가 아주 작지만 '여유'도 가지게 되었다.

뉴욕을 방문할 계획이 있다면, 혹은 다른 곳으로 여행 계획이 있다면, 어떤 타입의 여행을 생각하고 계시는가.
수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현지에서 하루에 여러 일정들을 소화하는 스타일이라면 아마 정보가 많이 없는 나의 글은 별 도움이 되지 못할 수도 있으리라.(오래되기도 했고..;;)

그러나 그것은 내가 뉴욕에서 한 달을 느긋하게 보냈다는 뜻이기도 하다.
미리 여행에 대한 글을 쓰려고 노력하지도 않았고, 무언가 엄청난 추억을 남기기 위해 아득바득 다니지도 않았다.(그러기엔 너무 피곤하기도 했다)


나는 나처럼 일상을 해외에서 보내고 싶은 분들,  

아이와 한 달간 뉴욕 현지에서 생활해 보고 싶은 분들,

복잡하게 준비하는 것보단 심플하게 현지의 삶을 경험하고 싶으신 분들,

현지인처럼 일상을 보내고 싶지만 두려운 분들 등 에게

나 같은 사람도 4살 아이를 데리고 1달을 해외에서 살 수 있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자 이 글을 쓴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