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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뚝 ttuk Nov 10. 2021

부모님에 대한 양가감정

오랜 시간을 보냈기에 누구보다 나를 이해해주길 원하지만 그들도 사람이기에


들어가기 앞서 이번 이야기는 개인적으로 오랜 시간 동안 우울증을 겪으면서 부모님과의 관계 속에서 갈등이 심해지고 이제는 서로의 ‘감정의 골’ 이 너무 깊어져 마찰을 피하기 위해 최소한의 연락만 하는 상황에서 부모님에 대한 양가감정을 솔직하게 풀어보고 싶었습니다. 각자의 백그라운드가 다른만큼 견해가 다를 수 있는 점 감안해주시고 봐주시면 감사할 것 같습니다.


keyword: 양가감정, 애증, 감정의 , 정서적 지지, 안정적인 환경

중간중간 ‘ ’ 표시한 부분은 강조하기 위하여 표기하였습니다.



JTBC ‘부부의세계’ 14화 中 준영군이 엄마 ‘지선우’와 통화하면서 우는 장면


 얼마 전 핸드폰 앨범을 보다가 예전에 JTBC에서 화제리에 종영했던 <부부의 세계> 14화 장면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극 중 지선우(김희애)의 아들인 이준영(전진서) 군이 한창 예민해져 있을 사춘기 시절, 부모의 불륜 행위를 직접 목격하고 진실을 알게 되면서 엄마, 아빠라는 두 사람 사이에서 어느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 양가감정을 느끼며 본인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극에 치닫게 된다. 그때 방영 당시에도 시청자들은 준영 군에 대해 안쓰럽다고 하는 분위기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그래도 엄마 ‘지선우’ 에게는 등을 돌리는 행동을 하면 안 되지’와 같은 각기 다른 반응이 나왔던 걸로 기억하는데 나는 누구보다 준영 군의 입장이 이해가 갔었고 전화하면서 우는 장면에서 나도 모르게 ‘감정이입’이 되어 방송이 끝나고 나서도 심적으로 힘들었었던 기억이 난다.



브런치 2편 <악몽으로 인한 숙면의 어려움>에서 악몽과 관련해서 부모님에게 받은 트라우마 상황을 언급했었는데 드라마 극 중에서의 상황과는 결이 다른 상황이지만 나 또한 준영이가 겪는 ‘양가감정’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역시 준영이와 비슷한 시기인 고등학생 때부터 극심한 슬럼프가 찾아왔었다. 1학년  까지는 힘들어도 학업을 놓지 않고 중상위권의 성적을 유지할  있었으나 2학년 때부터는 학업과 함께 학교생활을 거의 못하다시피 했다. 그러면서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질 수밖에 없었고 ‘자아' 확립돼야  가장 중요한 시기에 불안정한 시기를 보내면서 공백이 생겨버린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의 내가 가장 필요로 했던 것은 ‘안정적인 환경’, ‘정서적인 지지였을  같은데 내가   있는 최선을 다해도 주변 환경은 변하지 않고 버텨라. 버티는 것밖에는 답이 없다라는 식의 가족을 포함한 사회적 시선으로부터 하루하루 괴로운 나날을 보내며 간신히 졸업을   있었다.


그때의 나는 학교를 그만두거나 혹은 다른 차선책을 선택할 수 있는 결정권이 없었고 정말 힘들어서 가족들한테 털어놓아도 돌아오는 대답은 ‘도와줄 수 있는 게 없으니 우선 고등학교만 졸업하자’라는 답변뿐이었다.


그렇게 졸업을 간신히 하고 성인이 되고 나서 지금까지 2번의 대학 졸업과 약 8개의 대외활동과 알바, 인턴 등 사회라는 틀 안에 적응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지만 증상이 찾아오면 그동안 노력했던 것들이 물거품 되는 거 마냥 늘 ‘제자리걸음’ 하는 듯한 패턴의 반복이었다.


그런 나에게 작년에 부모님과 극도의 갈등 상황을 겪고 강제입원을 하게 되면서 어쩔 수 없이 ‘공간 분리’를 위해 반강제 독립을 하게 되었다.


흔히 지인들은 그렇게 말하곤 한다. 당연히 개인 사정을 모르기에 “독립해서 좋겠다. 월세는 어떻게 ?” 와 같은 질문을 하면서 겉으로 보이는 상황만 보고 부럽다고 했지만 실상은 정말 무인도에 혼자  버려진 아이처럼 갑작스럽게 모든  혼자 떠안게  상황이었다. 정말 이제는 ‘생존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너무 불안하고 극한의 상황에서도 온전히 혼자 감당할 수밖에 없었다.


컨디션이 괜찮을 때야 먹고 자고 하는 기본적 활동과 운동, 건강을 챙기는 습관부터 더 나아가 일을 하는 생산적 활동까지 의욕적으로 찾아서 할 수 있지만 극도의 슬럼프를 겪을 때는 커튼을 치고 모든 걸 차단한 상황에서 이불을 뒤집어쓰면서 그저 조금이라도 나아질 때까지 끙끙 앓으면서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부정적인 생각과 비관적인 사고방식에 빠져 극도로 힘들어할 때는 누군가의 도움을 받고 싶지만 막상 상황에 닥치면 도움의 손길을 요청할 수 있는 곳이 사실상 부모님밖에 없다. 정말 ‘sos 요청’이라고 생각하고 이 극한의 상황에서 그저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연락을 하게 된다.


하지만 부모님은 이미 수년간 힘들어하는 나의 모습을 보면서 이미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많이 지쳐있는 상황이고 막상 도움을 요청해도 “도와줄 수 있는 것이 없는데 어떡하냐”, “해줄 말이 없다”라는 식의 답변 혹은 전화를 받는 방식으로 회피하셨다.


부모님도 연세가 들면서 육체적으로 지치고 이미 감정적으로 지치실 수밖에 없는 상황은 이해하나 극도로 힘들어하는 순간에는 나로선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그렇게 악순환이 계속 반복되면서 이제는 정말 ‘감정의 골’이 너무 깊어져 더 이상 관계 회복을 위해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곤 연락을 최소화하고 마찰을 피하는 수밖에는 없다.


서두에서 언급한 ‘양가감정’이라 함은 부모님의 입장이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지만 병원치료•약물복용, 운동, 건강을 위한 데일리 루틴 등 정말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상황에서 도와줄 수 있는 게 없다며 회피하고 있는 부모님이 그저 원망스럽고 서러운 감정이 같이 드는 것이다. 모든 문제가 이성적으로 판단이 된다고 해서 해결이 됐으면 좋았겠지만 관계, 특히 가족 간의 관계는 그걸로 안되지 않나.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순간도 여전히 똑같은 상황이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그저 오늘 하루도 나를 위해서 최대한 마음을 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아직은 부모님을 받아들이기에 온전하지 못한 것 같아 앞으로도 반복되는 패턴이 내 삶을 잠식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고 많이 막막하지만 늘 그래 왔듯 계속 오늘 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며 오늘보다는 더 나은 내일이 찾아오기를 바라며 글을 마무리하려고 한다.


오늘 하루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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