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뚝 ttuk Sep 15. 2022

체력, 에너지 총량제

무한한 체력을 갖고 싶지만, 각자의 페이스는 다르기에



  어릴 때는 몸과 마음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말을 머리로는 이해해도 가슴으로 이해하지 못했다. 한 살, 한 살 나이가 들면서 체력이 약해지면 마음도 쉽게 지치고, 반대로 마음이 너무 힘든 날에는 퓨즈가 나간 것 마냥 손 하나 까딱하지 못하는 신체 컨디션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우리가 흔히들 말하는 '번아웃'은 어떠한 활동이 끝난 후 심신이 지친 상태를 의미하는데, 권태기가 와도 계속 밀고 나가야 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몸에 탈이 나고 나서야 '쉼'의 필요성을 절실히 깨닫는 경우가 많다. 쉬고 싶다는 마음과 별개로 우리의 생업을 위해서는 꾸준히 정진해야 하니깐 말이다. 달리기를 할 때 페이스 조절을 하는 게 가장 중요하듯, 우리의 삶에 있어 속도조절은 때때로 필요하다. 하지만 잘하고 싶은 욕심과 더 좋은 결과를 내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똑같기에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조율하는 건 좀처럼 쉽지 않게 느껴진다.


사람은 하루에 사용할 수 있는 체력 혹은 에너지가 정해져 있는 것일까. 총량제처럼 우리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를 수치화해서 눈으로 볼 수 있다면, 한계에 봉착하기 전에 잠깐 멈추거나 쉬었다 갈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이자가 하루 단위로 복리처럼 쌓이면 어느새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것처럼, 평소에는 인지하지 못하다가 예상치 못한 순간에 신체증상으로 나타나게 되면서 몸과 마음이 얼마나 망가져 있는지 돌아보게 되는 것 같아 안타까울 따름이다.



   필자는 남들보다 체력적으로 쉽게 지치는 편이다. 운동하는데 근력이 필요하듯, 글을 쓰는 일도 글력이 필요해서 꾸준하게 쓰는 것이 정말 중요한데 몸은 물론이거니와 마음이 힘들 때는 무언가를 쓰는 행위와 같은 생산적인 활동이 불가능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남들과는 조금 다른 길을 선택한 만큼 눈에 보이는 결과가 좀처럼 나타나지 않으면 종종 불안함에 휩싸이곤 한다.


요즘 들어 항상 머릿속이 꽉 차 있는 느낌이다. 원래도 신중한 성격이었지만, 글을 쓰게 되면서 혼자서 곱씹는 시간이 많아졌고 때로는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이미 머리가 포화상태라 터질 것 같은 중압감에 시달리기도 한다. 길거리를 돌아다니면서도 마주하는 장면들, 사람들과 대화하면서 순간순간 드는 감정들을 쉬이 지나치지 못하고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이 생겼다. 그렇게 외부에서 자극을 많이 받고 돌아온 날은 집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 털썩 주저앉듯 방전이 되고 만다. 사람을 만나서 에너지를 얻기도 하지만 그만큼 에너지를 소진하기에 그 중간점을 찾는 것이 참 어렵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너무 많은 것을 생각하려고 하지 말아 봐. 그냥 흘러가는 대로 둬도 큰 일 안 생겨.



주변 지인들이 해주는 말이기도 하고, 스스로도 의식적으로 힘을 빼는 연습을 해보고 있는데(개인적으로 '어깨'를 귀까지 들어 올렸다가 추욱 늘어뜨리는 동작이 도움이 되기도 한다.) 아직은 머리에 주입시켜야 할 게 많다고 생각하는 건지, 어느새 몸은 한껏 긴장되어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면 다시 깊은 심호흡과 함께 힘 빼기 연습을 계속 시도해본다.



꾸준하게, 크게 흔들리지 않고 목표를 향해 정진한다는 것은 꽤나 힘을 들이는 일이다. 코어가 탄탄해야 그만큼 오래 지속할 수 있는 힘이 생길 테니깐 말이다. 우리에게 무한정의 체력이 주어진다면 너무나 좋겠지만, 각자의 체력과 에너지의 양(기초대사량)이 다르기에 각자의 페이스대로 정진하는 것만 해도 충분히 우리는 잘하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나는 5일 일하기에는 체력이 부족해서 마이너스 통장처럼 체력을 계속 대출해서 쓰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80년대생들의 유서」,홍글
사람들은 자신의 속도와 폐활량을 정확히 알고 있으면서도 모른 척한다. 그렇게 더 빠르게 걷지 못하는 자신을 학대하기 시작한다. 나는 왜 당신보다 빠르지 못한가, 이 물음에서 모든 불행이 시작된다.

「순간을 잡아두는 방법」, 오수영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