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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뚝 ttuk Oct 17. 2022

리트머스지가 필요해

감정을 구분하여 이름을 붙일 수 있다면



  매년 나오는 문학동네 젊은 작가상 수상작품집. 젊은 작가들을 널리 알리자는 취지 하에 2010년부터 꾸준히 발간되어 온 시리즈로, 올해 22년도 수상한 작가들의 다채로운 작품들도 얼마 전에 완독했다.


2022 젊은 작가상 수상작품집 『기다릴 때 우리가 하는 말들』p111, 김병운, 문학동네



 그중 김병운 작가의 「기다릴  우리가 하는 말들」에서 작중화자인 윤범이   편의 소설책 구성 1부와 2부가 독자들의 많은 호불호를 갈리게 한다라는 의미에서 '리트머스지' 같다는 표현을 사용하였다.


이 구절을 보자마자 '리트머스지'라는 단어가 한동안 머릿속에서 맴맴 돌 정도로 인상 깊었던 기억이 난다. 학창 시절 이후 오랜만에 들어보는 단어이기도 했고, 평소 복잡한 감정 기복 속에서 힘들어하는 나로선 감정을 구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리트머스지가 어쩌면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리트머스지를 들어본지도 오래됐지만 무엇보다 직접 사용해본지도 한참이 된 것 같다. 용도는 대략 알고 있으나 색깔, 종이의 질감, 형태는 어렴풋하게나마 기억나는 정도이다. 아마 마지막으로 리트머스 종이를 사용해본 때가 중학교 과학 실험시간 때가 아닐까 싶다. 이론 수업을 제외한 실습 시간에는 과학실에서 직접 도구들을 사용해 결과를 그 자리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리트머스는 산성과 알칼리성을 구분하기 위해 사용하는 거름종이로, 액상이 담긴 스포이드로 한 두 방울 떨어뜨리면 점점 스며들며 색을 띠는 형태이다. 대표적으로 산성은 붉은색, 알칼리성은 푸른색을 띠는 걸로 알려져 있다. 결괏값을 바로 그 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코로나 자가진단키트와도 비슷한 부분이 있다.


원체 생각이 많아서 그런 걸까. 이런저런 생각으로 머리가 꽉 차 있을 때나, 고민들에 대한 해결 지점이 좀처럼 보이지 않을 때, 실타래처럼 마구 엉켜있는 생각들을 가닥가닥 풀어내며 가지런히 정리할 수 있다면 마음이 조금은 편해질까 싶다. 겉으로 보이는 외상이 아닌 마음속 깊이 자리 잡고 있는 아픔들은 수면 위로 올라오기 전까지는 알아차리기 어렵고, 이미 통증이 발생하고 나서는 좀처럼 헤어 나오기가 쉽지 않다.


이 복합적인 감정들을 한데 모아 리트머스지처럼 종이에 한 방울, 한 방울 떨어뜨려 감정의 이름들과 원인들을 구분한다면 무겁게 느껴졌던 마음의 짐들이 조금은 가볍게 느껴지지 않을까.



   비슷한 개념으로는 심리치료 중에 '감정 라벨링' 작업이 있다. 기쁘다, 슬프다, 화가 난다와 같은 무수한 감정들을 단순히 표면적으로 인지하는 것이 아닌, 내면 깊숙이 잠재되어 있는 감정들에게 이름을 붙여주며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과정  하나이다. 평소 명상이나 달리기를  때도 불쑥불쑥 떠오르는 생각들과 감정들을 마냥 떨쳐내려고 하기보단, ‘ 지금 이런 생각이 드는구나 같이 인정해주고 받아들이는 연습을 종종 하는데 무엇보다 불안함을 잠재우는데 도움이 많이 된다.


 정신없이 휘몰아치는 외부 환경은 어떻게 제어할 수 없으나 내 스스로에게는 조금 더 다정한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이고 남들과의 비교로부터 조금이나마 자유로워지 않을까 싶다. 글과 운동, 명상과 같은 건강한 방식으로 감정들을 풀어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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