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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뚝 ttuk Apr 05. 2022

달리기와 글쓰기

꾸준히 할수록 더욱 단단해지는 내공을 동력 삼아 앞으로 나아가다.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노력'과 '끈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경쟁사회 속에서 자라왔다. 과정보다는 결과와 같은 남들에게 보여지는 이미지를 보다 중요시 여기며 살아왔기에 대부분 단기간에 성취할 수 방법을 선택하기도 했다. 물론 바랐던 결과가 나오고 긍정적인 선순환이 이루어진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우리는 완벽할 수 없기에 목표 달성을 목전에 두고 무너지는 경험을 많이 했을 것이다. 지난 글에서 언급했듯 챌린지 열풍, to do list 등 우리는 일상에서도 쉬지 않고 여전히 '해야 할 것'들에 집중하고 있는 것 같다.  


사람마다 성격과 취향이 다르듯 본인에게 맞는 운동, 공부법, 직업형태, 연애 스타일 등 각자의 방식이 있을 것이다. 우리는 '남들의 시선에 휘둘릴 필요 없다'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한편으로 포모 증후군*이라는 신드롬이 생겨날 정도로 sns와 주변 시선으로부터 늘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 놓여있다. 필자 또한 보통의 사람들이 추구하고자 하는 직업형태와 또래 친구들이 하는 운동, 관심사 등 대중적인 것에 관심을 가져보고 여러 가지 시도해봤지만 긴 방황 끝에, 좋아하는 일에 집중하기로 결정을 내렸고 조금은 유별나다는 소리를 가끔 듣곤 하지만 글쓰기와 달리기 두 가지만큼은 꼭 놓치지 않고 살아가려고 한다.(물론 글쓰기와 달리기라는 분야가 유별나다는 것이 아닌, 필자의 관심사를 말하는 것이다)


* 'Fear Of Missing Out'의 약자로 자신만 흐름을 놓치고 있는 것 같은 심각한 두려움 또는 세상의 흐름에 자신만 제외되고 있다는 공포를 나타내는 일종의 고립 공포감을 뜻한다.



  달리기와 글쓰기에는 생각보다 많은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단순히 '꾸준함'이라 하기엔 수박 겉핥기식의 접근이라고 생각한다. 너무 확신에 찬 듯한 어투로 들릴 수 있지만 그만큼 꾸준히 하면서 직접 몸으로 체감했었고, 이제는 평생 같이 안고 가야 하는 과업이라 생각하며 내공을 단단히 키워나가고 싶은 바람이다.


글쓰기와 달리기로 그날그날 몸과 마음의 컨디션을 확인할 수 있는데 머릿속으로 쓰고자 하는 주제를 그려놓았지만 좀처럼 한 편의 글로 풀어내기 어려워 모니터에 깜빡거리는 커서만 멀뚱멀뚱 바라보게 되거나, 달리기를 하기 전 충분한 준비운동까지 했지만 몇 걸음도 안돼 정강이와 발목에서 통증이 느껴지거나 유독 몸이 무겁게 느껴지는 날이 있다. 축축 처지는 마음과 몸을 두 다리가 온전히 지탱하지 못하는 느낌이랄까. 별거 아닌 것 같아도 이러한 미세한 변화로도 우리의 몸과 마음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체감할 수 있었다.


그럴 때는 뛰지 않아도 되니 평소보다 스트레칭 시간을 더욱 늘리고, 한 바퀴 뛸 거리를 두 바퀴 빠른 걸음으로 걷고 오는 방법도 있다. 마치 글이 잘 써지지 않는 날에는 잠깐 서랍에 담아두고 며칠 뒤에 보거나 인쇄 후 소리 내어 읽어보거나 수기로 적어보듯 말이다. 부담을 조금 내려놓으면 금방 지치지 않고 더 오래 지속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잠실 성내천 쪽에서 지인과 10km 정도 러닝을 하면서 찍었던 사진이다. 아직은 많이 부족하지만 보다 안정적인 자세로 부상 없이 보다 오래오래 달리고 싶은 마음이다.


  뛰다가 힘들어서 잠깐 숨을 고르며 걸을 때에는 한걸음 한걸음 천천히 걷는 것에 집중한다. 걷기 명상을 음성으로만 들었을 때는 잘 와닿지 않았던 부분들이 한창 몸이 달궈져 있는 상태에서는 빠르게 뛰는 심장과 함께 발바닥이 지면에 닿을 때마다, 내가 숨 쉬고 살아있음을 느끼곤 한다. 평소에는 이런저런 생각으로 머릿속이 복잡하다가도 이 순간만큼은 현재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어 소중한 시간으로 다가온다.


평소에 우리는 일상에서도 '페이스 조절을 하다'라는 말을 쓰듯 러닝에서도 페이스는*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거리 대비 총 소요시간이 짧은 것보다 1km(혹은 구간별) 당 속도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것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야 지치지 않고 오래 뛸 수 있으며 무엇보다 부상 없이 운동을 꾸준하게 이어나갈 수 있다.


* 러닝에서의 페이스는 1km당 또는 1mile을 뛰는데 걸리는 시간을 의미한다.


달리기라고 하면 “어떤 보조도구의 도움 필요 없이 그저 달리면 되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요구하고, 그만큼 페이스 조절을 잘하지 못하면 부상을 입기가 쉬운 운동이다. 하지만 뛰다 보면 더 좋은 성적을 내고 싶고 특히 단체로 뛰다 보면 무리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평소 본인 페이스보다 욕심을 내서 뛰다가 다칠 가능성이 크다. 나 또한 스스로에게 지고 싶지 않은 마음에 여러 번 고비를 맞닥뜨린 적이 있었다.



  아직까지는 기복이 있는 삶 속에서 무언가에 하나 '집중'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힘을 들여야 하는 일이기에 글쓰기도, 달리기도 꾸준히 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주기가 일정치 못하거나 슬럼프가 찾아오면 나만의 울타리 속에서 그 담을 넘지 못할 때가 종종 있다. 그래도 다시 훌훌 털고 일어나서 뒤죽박죽 얽혀 있는 생각의 실타래들을 글로 풀어보고, 턱끝까지 차오르는 숨을 고르며 얼굴을 타고 줄줄 흐르는 땀을 닦아내면서 완주 지점까지 달려보려고 한다.


여전히 어려운 것들 투성이지만, 보일 듯 말듯한 길고 긴 터널의 끝에는 한줄기의 빛을 발견할 수 있으리라 믿으며.


<위대한 데스리프>를 완성한 후, 스펫체스 섬에서의 생활에 대해서 설명한 간략한 글을 몇 편 쓴 다음 학수고대하던 소설을 시작했다. 그때는 소설이 쓰고 싶어서 몸이 근질근질했다. 내 몸은 말을 찾아서 바짝바짝 타고 있었다. 거기까지 내 몸을 '끌고 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장편소설은 그 정도로 자신을 몰아세우지 않으면 쓸 수가 없다. 마라톤처럼 거기에 다다르기까지 페이스 조절에 실패하면 막상 버텨야 할 때 숨이 차서 쓰러지게 되는 것이다.
 
먼 북소리, 무라카미 하루키






 

개인 블로그에도 러닝을 꾸준히 해오면서 도움이 될만한 정보들을 포스팅 했었는데, 관심 있으신 분들은 참고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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