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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음 Jul 22. 2021

독창성은 다량의 삽질에서 나온다?!

(feat:애덤 그랜트<오리지널스>)

43살에 다시 진로 고민을 하고 있다. 혹자는 팔자 좋은 소리라고 할 수 있겠지만 나에게는 매우 괴로운 시간이다. 변리사로서의 전문직을 내려놓기에는 그 직업이 나에게 주었던 알량한 사회적 안정감이 생각보다 달콤했나 보다. 그렇다고 상담자의 전문성을 지금부터 키우기 위해 박사 과정을 들어간다고 해도 내가 진짜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는 걸까? 아니, 그보다 더 근본적인 질문.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뭘까?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다가 도달한 결론은, 나는 나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것이다. 이 시점에 거창하지 않아도 독창적인 삶에 대한 화두가 내 마음 수면 한가운데로 떠올랐다.


애덤 그랜트 <오리지널스>를 읽으며, 약간의 힌트를 얻었다.


"독창적인 사람이 되고 싶다면, "작업량을 늘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것도 엄청나게 많이 말이다."....

분야를 막론하고 최고의 독창성을 보여준 사람들은 아이디어를 가장 많이 창출해낸 사람들이고, 그들은 가장 많은 양의 아이디어를 낸 기간에 가장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냈다."

(애덤 그랜트 <오리지널스> p.77)


"양과 질은 서로 상충 관계라는 것이 일반적인 통념이다. 어떤 일을 더 잘하기를 원한다면, 즉 결과물의 질을 높이려면, 다른 일은 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것은 틀린 생각이다. 아이디어 창출에서는 양이 질을 예측하는 가장 정확한 지표이다... 독창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이상하게 변형되거나, 더 이상 발전할 여지가 없거나, 완전히 실패작인 아이디어를 많이 생각해낸다. 하지만 이는 결코 헛수고가 아니다. 그만큼 재료로 삼을 아이디어, 특히 참신한 아이디어를 많이 생각해내게 된다."

(애덤 그랜트 <오리지널스> p.78)


나는 계속 무언가 아이디어가 많이 생각난다. 그렇다고 그 아이디어들을 나 스스로 평가절하하여 모두 기록으로 남기지는 않았고, 게으름과 무지의 소치로 남기지 못하기도 했다. 기록으로 남기지 못한 게 후회가 된다. 올해 초에서야 블로그나 브런치를 시작하면서 기록이 남는 게 좋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기록을 남기는 즐거움보다 내 글을 보는 독자들의 시선을 생각하기 시작하니 기록을 남기는 것도 주춤하게 된다. 확실히 타인의 평가에 아직도 약한 나를 본다. 하지만 내가 진짜 원하는 건 나만의 고유한 삶, 독창적인 삶이다.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비록 조잡하고 허술해 보여도 질보다 양임을 깨닫는다. 많은 삽질이 결국 창의성의 재료가 된다. 무루의 <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에서 말한 '삽질'의 조건을 되새김질한다.


"그 자체로 목적이 되는 경험, 결과를 담보하지 않는 순수한 몰입, 외부의 반응을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 이것이 삽질의 조건이다."


15년 변리사를 한 건 이 삽질의 조건에 해당하지 않는다. 2년 동안 대학원에서 상담과 신학을 공부했던 건 삽질의 조건에 해당한다. 블로그나 브런치에 글을 쓰는 건 더 완벽히 삽질에 부합한다. 그렇다면 이 삽질을 더 열심히 해야 할까.


모든 걸 때려치우고 이 삽질에만 몰입하는 건 안된다. 독창적인 성과를 이룬 사람들은 위험분산 포트폴리오를 짜는데 능하다. 한 분야에서 안정감을 확보하면, 다른 분야에서는 자유롭게 독창성을 발휘한다는 것. 그러니 생산적인 일과 창조적인 일은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가야 한다. 사람마다 균형점도 다르겠지만 '나'라는 사람의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43살인 나도 찾아가는 중이다. 엄마, 아내, 딸, 며느리로서의 역할하기와 진짜 나로 살기 위한 몸부림과 준비 사이에서. 오늘도 부지런히 삽질해봐야겠다.


"창의력을 발휘하려면 실수를 많이 해봐야 한다.

어떤 실수가 건질 만한 실수인지 식별해내는 것이 비결이다." 

by 스콧 애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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