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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런하우스 Oct 16. 2023

레시피를 바꾸듯이 기획해 보기

알약PO (Product Owner)의 고군분투기 (17)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이 있다. 처맞기 전까지는.
("Everyone has a plan 'till they get punched in the mouth" by 마이클 타이슨)


새로운 기능이나 서비스를 개발할 때는 당연하게도 리소스라는 장벽에 부딪힌다. 리소스는 인력일 수도 있고 비용일 수도 있고 시간을 의미할 수도 있으며 그 외 다양한 투자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지만, 일반적으로 IT SW 회사에서는 주로 인력과 비용의 의미로 많이 이야기를 하니, 여기에서도 리소스를 인력과 비용으로 한정해서 이야기해 보겠다.   


지난번 글 (서비스 기획자의 고찰)에서 모든 서비스든 기획이든 한 사람의 상상에서부터 출발한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처음 서비스를 상상할 때 기획자 혹은 PM의 머릿속에서 그리는 서비스의 모습은 너무나도 낭만적이다. 우리가 만드는 서비를 모든 사람들이 좋아하고 기능도 완벽하게 구현되는 상상으로 시작한다. 하지만 현실의 벽. 특히 개발, 디자인 등의 리소스의 장벽과 제한된 시간이라는 문제에 부딪힐 수밖에 없고 결국 현실적인 환경에 맞춰서 기획은 점차 축소되고 작아지며 때로는 방향이 바뀌는 경우도 발생한다.

그래도 능력 있는 기획자 혹은 PM은 어떻게든 이런 허들을 뚫고 프로젝트를 끌고 나가서 출시까지 완성시키지만 다수의 기획은 처음의 기획방향과는 아예 다른 모습으로 나오기도 한다.

사실 아래의 이미지는 거창한 기획이 용두사미로 끝나는 것을 풍자한 유명한 인터넷 짤(이미지)이지만, 사실 어떻게든 끝까지 끌고 나가서 출시까지 한다는 것은 대단한 능력이다.


유명한 개발 짤이다. 생각보다 많은 기획이 이런 결말을 맞이한다.


가장 좋은 무기는 나의 가까이에 있는 것 중에 있을 확률이 높다.


나는 알약PO를 하기 전에도 다양한 사업개발과 신규사업을 진행했었다.

나도 그랬지만, 대부분 기획자나 PM이 열정과 의욕으로 똘똘 뭉쳐진 시절에는 세상에 없는 것을 기획하고 만들어 보려고 애썼지만, 당연하게도 세상에 그런 것은 없다는 것을 경험과 시간을 통해 알게 된다. 그리고 소위 우리가 쉽게 폄하해 온 수많은 서비스 앱들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고민과 노력을 통해서 만들어졌고 출시가 되었으며 현재 운영되고 있는지를 실감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자신감도 떨어진다...)


그때 나에게 회사 동료이지 멋진 형이 한 분이 이런 말씀을 해주셨다.


'너무 거창하게 생각하지 말고, 네가 할 수 있는 것 중에서 잘 합치기만 해도 생각보다 좋은 것들을 만들 수 있을 거야'


이 말에 대해 나는 아래와 같이 해석을 했고, 이 말은 지금까지 나에게 큰 인사이트가 되고 있다.

1) 네가 할 수 있는 것 -> Feasibility를 항상 고려해서 사업이나 기획을 진행하고.

2) 잘 합치기만 해도 생각보다 좋은 것 -> 정말 새로운 것이 아니라도 사용자에게 서비스 차별점을 제공


나는 종종 팀원에게 가장 좋은 무기는 나의 가까이에서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기획이든 PM이든 개발이든 디자인이든. 결국 내가 제일 잘하는 것을 기반으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

우리가 미사일이나 총을 만들 여건이 아니라면, 어설프게 총을 만드는 흉내를 낼 것이 아니라 확실하게 제대로 된 칼을 만들어서, 우리의 무기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쌓이면서 총, 대포, 미사일까지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레시피만 바꿔도 되는 것들이 많다


이번에 알약M에서 2개월 이내에 출시예정인 따끈한 기능을 미리 소개하면 '푸시 히스토리'라는 기능이다.

여러분들은 하루에 수십 개에서 수백 개의 엄청난 푸시 메시지를 받는다.

이제 스팸 단계를 넘어서 그냥 쌓이면 한 번에 일괄로 지우는 단계로 넘어가는 수준이다.


그런데 사실 푸시 메시지에 중요한 정보가 있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앗차. 하면서 삭제한 푸시 메시지를 다시 확인할 길이 없지 않은가?


이번에 알약M에서 개발하고 있는 기능이 이런 푸시 메시지를 히스토리 형태로 볼 수 있고, 또한 다양한 푸시 메시지를 카테고라이징화 해서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이다.

무척 편리해 보이지 않는가? 조금만 기다려 주시라. Coming Soon.


사실 이 기능을 설명한 이유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 중에서 서비스화 시키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나는 이것을 '레시피만 바꾼다'라고 종종 표현한다.

알약 M은 사용자들의 스마트폰을 안전하고 편리하게 관리해 주는 국내 1위 앱답게, 구글에서도 특별한 개발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그 권한 중에서, '나의 스마트폰에서 받는 푸시메시지'들도 체크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푸시메시지나 SMS 메시지에서 스미싱이나 피싱 관련한 URL이 없는지 실시간 감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푸시메시지에서 보안이 취약한 지 여부를 체크해 주는 것뿐만 아니라, 푸시 메시지를 사용자의 디바이스에 별도로 파싱하여 저장시켜서 사용자가 알약M에서 편리하게 푸시 메시지의 히스토리를 확인하게 해주는 기능으로 확대하는 방향으로 기획했다.

 (c.f. 푸시 메시지는 사용자의 디바이스에만 저장하고 우리 서버에는 저장하지 않는다. 우리는 누구보다 사용자의 개인정보보호에 철저하다)




솔직히 말하면, 레시피 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이것은 갑자기 왠 뜬금없는 소리냐?라고 반문 할 수 있겠지만 이렇게 생각해 보라.

우리는 제법 큰 규모의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우리 레스토랑이 높은 매출을 내기 위해, 우리의 셰프가 새로운 레시피로 신메뉴를 개발했다.

하지만 아무리 뛰어난 셰프가 뛰어난 신메뉴를 개발했다고 해도, 사실 여러 조력자들이 없다면 불가능하다.

많은 고객들에게 동일한 퀄리티로 만들어 낼 수 있는 요리사들과 이 메뉴를 손님에게 잘 서빙할 수 있는 분들 등등 이렇게 함께 하는 동료들이 없다면 성공하기 어렵다.


서비스를 만드는 회사의 조직도 유사하다.

기획자나 PM의 머릿속에서 아무리 좋은 기획과 아이디어가 있더라도, 개발자와 디자이너, QA, 마케팅 등에서 한 마음으로 같이 만들어 내지 않는다면 좋은 서비스가 나오기는 쉽지 않다.

나는 이것에 대해 '우리의 노력과 마음이 제품에 투영된다'라고 표현한다.

서비스를 만드는 모든 사람들이 같은 마음으로 최선을 다한다면, 언젠가는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 믿는다.


마지막으로.


알약PO의 고군분투기의 시즌1은 여기에서 마무리하고자 한다.

알약M 3.0 론칭을 준비하던 2022년 11월부터 2023년 9월까지의 치열했던 기록과 그 과정에서 내가 느낀 것들을 한번 정리하고 싶었는데 브런치라는 공간은 나에게도 큰 도움이 되었다.


알약M 뿐만 아니라 알약공개용도 곧 3.0 오픈을 앞두고 있으며, 알약M은 전 국민에게 가장 편리하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스마트폰의 모든 처방'이라는 목표를 향해 계속 달려갈 예정이다.

지금 말하기 어려운 재미있는 서비스와 새로운 기획들도 많이 준비하고 있고 그 과정들을 준비하며 새롭게 시즌2로 글을 쓰도록 하겠다.


알약M의 재미있는 도전들을 많이 응원해 주길 바라며, 지금도 서비스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한국 IT SW 업계의 수많은 기획자, PM, 개발자, 디자이너, QA, 마케터, 사업담당, 운영담당하는 모든 이들에게 박수와 응원을 보낸다.


Seoson 1.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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