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가 부러진 병아리 복숭이, 단 2주 만에 회복하다
참이가 병아리를 부화 시킨 지 얼마 되지 않아, 한 병아리의 다리가 부러졌다. 참이는 유난히 낯을 가렸다. 우리가 들어가자 흥분해서 도망치다가 그만, 병아리를 밟아버렸다. 한 번 밟고 또 다시 한 번. 병아리는 그 자리에서 꼼짝을 못했다. 참이를 내보내고 병아리를 살펴보니, 제대로 걷질 못했다. 급하게 집으로 데리고 왔다.
면봉보다 작은 다리가 부러져 힘 없이 축 늘어져 있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오랜 궁리 끝에 깁스를 해주기로 했다. 받을 때부터 발이 휘어져 왔던 냉이라는 닭이 있었다. 냉이를 어렸을 때 치료했다면, 완치 할 수 있었을 텐데 그것을 하지 못해 담비에게 물려 죽기 전까지 발등으로 걸어 다녔다. 성계가 되고서는 큰 비용을 치루지 않고선 치료 할 수 없었다.
유튜브를 찾아보니 병아리 다리를 고치는 방법이 있었다. 면봉에 다리를 고정시키는 것이다. 병아리는 많이 아팠는지 눈을 감고 가만히 우리의 치료를 참아주었다. 손 재주가 없는 나는 어쩐지 삐뚤빼뚤한 모양으로 깁스를 했는데, 이를 보다못한 짝꿍 다님이 착착착 깁스를 완성 시켰다. 면봉을 손 한마디의 크기로 자르고 다리에 부목을 대주고, 붕대를 감아 고정시켰다. 이런 상황은 처음이라 많이 당황스럽고 무섭기도 했지만, 다님은 과감히 깁스를 마쳤다. 병아리는 금방 나을 수 있을까.
작은 상자를 만들었다. 바닥엔 왕겨를 깔고, 삶은 계란을 넣어주고, 쌀겨를 넣어줬다. 주변 사람들은 삶은 계란을 넣어주면 동족 살인이라 말하면서 잔인하다고 한다. 하지만 삶은 계란은 병아리에게는 필수 영양소가 많이 들어가 있는 음식이다.
병아리는 이날 종일 상자 안에 누워 있었다. 손가락에 물을 묻혀 주기도 하고, 계란을 묻혀 주기도 했지만 영 힘이 없어 먹질 못했다. 얼른 일어나야할 텐데.
하루가 지났다. 다음 날 보니, 한 발로 일어나 물도 먹고, 삶은 계란도 먹는다. 그새 회복했다. 앉아서 깃털도 고른다. 태어난 지 얼마나 됐다고, 엉덩이에도 꼬리 깃털이 살짝 올라 와있다. 그 깃털을 애물단지 모시듯 입으로 정리하는데 여간 영특한 것이 아니다. 이 병아리 이름을 짝꿍이 좋아하는 복숭아의 복숭이라 지어줬다.
이틀이 지나, 외출을 해야 하는 날이다. 하루 자고 와야 하는데, 복숭이를 두고 가기가 마음이 영 불편했다. 어쩔 수 없이 복숭이를 상자에 담아 같이 나갔다. 뒷자석 작은 상자 속 복숭이는 얌전히 잘 있었다. 병아리를 데려왔다는 말에 복숭이는 순식간에 스타가 됐다. 다리를 절뚝거리면서도 사람 품을 좋아했던 복숭이는 사람들의 귀여움을 듬뿍 받았다.
5일 째 되던 날, 복숭이가 팔목에서 놀고 있었는데, 다친 발목에서도 힘이 느껴졌다. 다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이렇게 회복되다니! 놀라운 일이었다. 다리가 조금 회복되자 복숭이를 데리고 집 앞 밭에서 산책을 시켰다. 파지지도 않는 발로 안간힘을 쓰며 흙을 파려고 노력했다. 자기가 흙을 못 파니, 내가 흙을 파줬다. 그쪽으로 와서 벌레가 있는 지를 한참 보는데 그 모습이 귀여워 웃음이 터졌다.
10일 정도 지나니 복숭이는 다리를 딛으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발가락은 여전히 굽어 있어서 도화지에 발을 대고 맞게 자른 뒤, 테이프로 발가락을 펴서 붙여 주었다. 물론 짝꿍의 현란한 손놀림으로. 이렇게 이틀이 또 지나자 복숭이는 언제 다리가 구부러졌냐는 듯, 박스에서 튀어나와 방안 곳곳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하루는 집에 왔는데, 복숭이가 보이지 않아 찾았다. 알고보니, 빨래더미 위에 앉아서 새근새근 졸고 있는 것이 아닌가. 복숭이는 빠른 속도로 회복했다. 동물은 인간의 몇 배의 속도로 시간이 흐른다고 했던가. 복숭이는 2주도 안되는 시간 동안 부러진 다리를 회복한 것이다. 인간으로 따지면, 3~4개월이 넘게 걸렸을 일이다.
좁은 상자 속에 가두고 위까지 막아 놓으니, 복숭이는 답답했는지 하루 종일 튀어나올 궁리만 했다. 이젠 이 좁은 상자 속에서 자랄 시간은 끝났다. 다시 엄마품으로 돌아가는 것이 맞다. 과연, 엄마 참이는 복숭이를 다시 받아줄까. 밤 늦은 시각. 우리는 복숭이를 데리고, 엄마 참이가 있는 곳에 놓아주었다. 복숭이는 참이 앞에서 삐약삐약 울었다. 참이는 잠깐 뜸을 들이더니, 자신의 가슴을 들어 복숭이를 품어주었다. '아 아직도 자신의 새끼를 잊지 않았구나.' 복숭이는 이제 우리를 잊지 않을까. 다음 날, 닭장에 찾아가니 복숭이는 다행히 우리를 알아봤다. 내 팔목에 올라와 털을 골랐다. 나를 잊지 않아준 것이 고마웠다. 물론, 다 커버린 지금은 먹을 거 없으면 쳐다보지도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