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퀘벤하운 Nov 10. 2016

아이와의 커뮤니케이션

충분한 고지기간의 필요

아이를 키우다 보면 종종 아이가 나의 말을 듣지 않아 속상한 경우가 발생한다. 이런 경우 그냥 윽박지르며 애가 울든 말든 부모의 기준대로 리드해 나갈 수 있다. 하지만 그러한 관계가 계속된다면 궁극적으로 부모와 자녀 간의 유대감 형성이 더디어질 수 있고, 서로 한 배를 탔다는 동질감 형성에도 저해될 수 있다. 이게 시간이 지나가다 보면 결국 아이가 학교나 사회에서 어려운 일을 겪었을 때, 부모가 나의 최후의 보루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 아이는 자꾸 자신의 행동을 감추려 하고, 부모와 소통하지 않고, 외톨이가 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그러면 어떻게 아이와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할까.



요즘 음식점 등 공공장소에서 스마트폰을 보여주는 부모들이 많이 있다. 소리만 크게 틀어놓지 않으면 나는 이를 크게 나쁘게 보진 않는데, 종종 보면 스마트 폰으로 유튜브를 보고 있던 아이 앞에서 갑자기 스마트폰을 획~ 하고 채어가는 부모들이 눈에 띈다. 당연히 아이는 분노하고, 스마트폰을 다시 달라고 한다. 하지만 부모는 다른 약속시간이 다 되었으므로 이제 가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미 화가 난 아이는 따라가지 않겠다고 하고, 부모는 더 화가 나서 아이에게 윽박을 지르기 시작한다. 결국 그 부모는 우는 아이를 둘러업고 해당 장소를 유유히 사라진다.



무엇이 문제일까. 만약 내가 회사에서 열심히 업무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회사 선배가 오더니 노트북을 확 닿아버리면 어떤 기분이 들까. 화가 날 것이다. 자초지종이야 어찌 되었든 간에 이게 뭔 일인가 싶을 것이다. 하지만 그 회사 선배가 10분 전에 와서 곧 급한 회의가 있으니 어서 하던 일 정리하고 10분 후에 같이 가자고 한다면? 그리고 10분 후에 와서 미처 일을 마치지 못한 나에게 빨리 회의 가야 하니 노트북을 챙겨서 나오라고 한다면? 나는 두말없이 내 노트북을 덮고 부리나케 따라갈 것이다.



어떠한 차이인가. 같은 상황이더라도 미리 언질을 주고(=충분한 고지를 주고), 약속을 한 상태에서 무언갈 지시하는 것과 다짜고짜 무언갈 지시하는 것은 큰 차이점이 존재한다. 성인 간의 인간관계에서는 당연한 이러한 커뮤니케이션 기본 논리는 분명 부모와 아이에게도 그대로 적용되어야 한다. 예컨대 스마트 폰으로 유튜브를 시청하고 있는 다섯 살 아이에게 이제 10분 후엔 이 식당을 떠나야 하니 그만 정리하라고 언질을 주면 아이도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한다. 그리고 10분 후 어서 스마트 폰을 달라고 하면 대부분 두말없이 스마트 폰을 부모에게 준다. 여기서 안 준다고, 나는 그래도 끝까지 보겠다고 한다면 그건 억지다. 이렇게 행동하는 건 억지라고 설명하면 아이도 못내 아쉽지만 그저 부모를 따라나서기 마련이다.



대단한 차이는 아니다. 나는 그저 아이를 내 앞에 있는 동등한 인격체로 인정하느냐 아니냐가 그 관계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물론 아끼는 마음은 세상 어느 부모나 매 한 가지겠지만, 나와 동등한 인격체로 여기는지 아닌지는 은연중에 각기 상이하다. 아이를 그저 부모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피노키오처럼 인식하기 시작하면, 그 당하는 아이도 내가 피노키오가 아님을 꾸준히 표출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부모와 자녀의 시각차가 커지면 커질수록 갈등의 골은 깊어가고.



분명 부모가 가이드를 해주어야 할 부분은 많이 있다. 하지만 그러한 가이드의 애티튜드가 나도 모르게 고압적이거나 일방적이라면, 아무리 좋은 가이드라 할 지라도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아무리 내 배 속에서 나온 자식이라 할 지라도, 부모와 자식은 독립적 자아의 소유자이다. 아울러 미성년의 나이가 벗어나면 각자 다른 사회의 구성원이다. 교육은 하되, 동등한 수준의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게, 나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어린아이들도 충분히 자기 의견이 있고, 상호 간에 약속한 바를 이행할 의지가 있다. 부모는 그런 점을 간과하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끝.

매거진의 이전글 아이와 등교하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