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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퀘벤하운 Jun 07. 2016

부동산에 대한 잡상


노태우 대통령 시절, 주택 200만 호 건설이라는 구호로 시작된 1기 신도시 중 한 군데에 거주하고 있는 필자는 비교적 면적이 넓은 집에 거주하고 있다. (1기 신도시는 물론 일산, 분당 등도 있지만, 광의로 보자면 지역별로 대전 둔산이나 대구 수성, 부산 해운대, 인천 연수 같은 대규모 택지개발단지도 포함한다) 노후화되고 트렌드에 맞지 않은 평형을 가지고 있다 보니 때로 쓸데없는 잔소리를 많이 듣곤 하는데 어디 가서 풀 데는 없고, 여기서 그냥 내 논리를 읊어보련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며, 부동산에 대해선 아무도 그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는 전제로 시작한다.

먼저 부동산 가격이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 부동산 가격이 오르지 않을 것이란 주장은 예언 혹은 자기 최면에 가깝다. 여기서 구분해야 할 점이 실질 가격과 명목 가격이다. 실질 가격은 (명목 가격-물가상승분)을 말하는데, 실질 가격 측면에선 우하향 혹은 우평형(?)을 유지할 수 있겠지만, 명목 가격 측면에선 낮게라도 오를 가능성은 분명히 존재한다. 자본주의 제도라는 체제가 기본적으로 1-2% 대라도 나지막한 인플레이션이 필요한 시스템이며(경제성장이 없으면 불황이 오기 때문에), 그에 따라 실물자산 가치의 상승은 불가피하다. 따라서 뭐 몇 년 전 금을 모아라! 하던 억지논리까진 아니어도 중장기적인 관점에선 부동산의 명목 가격은 높든 낮든 오를 가능성이 충분히 존재한다.

둘째로 아파트도 내용연수가 있는 내구재다, 따라서 시간이 갈수록 자산가치 하락은 불가피하다는 의견. 그래서 눈여겨봐야 할 숫자가 용적률이다. 아파트의 건물을 모두 대지면적에 늘어놓았을 때의 비율을 이야기하는 이 용적률은, 아파트 매매 시 눈여겨봐야 할 중요한 변수이다. 거칠게 단순화하자면 용적률이 100%이고 내 집이 30평이면, 아파트를 다 무너뜨리고 땅따먹기를 하자면 순수히 내 땅이 30평 나오는 것이다. 이게 200%가 되면 15평이 되고, 300%가 되면 7.5평이 되는 것이다. 우리 아파트 용적률이 궁금하다면, 지금 당장 네이버 부동산을 열어 확인하시면 된다. 언제든지 정보는 오픈되어 있다. 나는 1기 신도시에 거주하고 있다고 했는데, 2014년 9.1 부동산 대책으로 인해 재건축연한이 40년에서 30년으로 단축되어 5년 후 정도면 다들 재건축 대상에 슬슬 포함되기 시작한다. 재건축 관점에서 보자면 이 용적률이 수익성에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1천 세대 똑같은 아파트 단지가 있다고 하자. A단지는 용적률이 100%이고, B단지는 200%이다. 여러 가지 변수가 있겠지만 단순히 재건축을 200%로 한다고 하면, A단지는 그냥 기존 층수를 두배만 올리면 그만이고, B단지는 재건축이 불가능하다. A단지의 용적률을 200%로 올린다는 말은 세대수가 1천 세대에서 2천 세대로 늘어난다는 말이고, 신규 분양을 1천 세대에 할 수 있다는 말이다. 즉, 한 집당 분양가를 5억 원이라 가정하면 5,000억 원의 공사비가 마련되는 것이고, 기존 입주자들은 그저 투표만 하고 새 집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공사기간 동안 전세 얻어 주변으로 이사해야 하는 번거로움은 감내해야겠지만) 물론 고도제한 및 세대수 증가 제한 등 각종 주거환경 정비법을 고려해야 하며, 이는 지자체 별도 다소 상이하다. 
아파트가 일종의 내구재인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건물에 대한 것이고, 대지는 내구재가 아닌 일종의 영구 자산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재건축 등을 고려한다면 자산가치는 오를 수 있고, 이는 낮은 용적률의 아파트라면 조금 더 자산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셋째로 인구감소가 되는데 부동산 가격이 오르냐는 말이다. 얼핏 듣기론 솔깃한 이야기지만 이도 사실과 다를 수 있다. 신사의 품격을 보면 장동건 혼자 사는 아파트가 대략 50평이 넘어 보인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혼자 살든 여럿이 살든 넓은 집에서 살기를 원한다. 물론 불황이 지속되어, 혹은 그때의 경험상 관리비의 제약으로 현재는 소형평수를 선호할 수 있지만, 이도 영구적이지 않을 수 있다.
훌륭한 이코노미스트인 홍 박사님의 포스팅을 소개한다. "인구감소 = 부동산 붕괴" 가설에 대한 검증 이란 제목의 글인데, 일찍이 생산활동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한 프랑스, 독일, 일본, 호주, 미국, 캐나다 등의 선진국의 사례를 분석한 글이다. 포스팅을 참조하면 알겠지만, 일본을 제외하고는 '인구 감소-부동산 붕괴'는 일치하지 않는다. 심지어 프랑스나 호주의 경우 심각한 우상향의 그래프를 보이기도 한다. (참조 : me2.do/FLzfCrbU)
국내의 경우는 어떨까? 요 근래 지방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활황을 띈 동네는 대구, 부산이다. 평당 1천만 원을 넘는 아파트도 심심치 않게 보이며, 해운대로 가자면 이게 서울의 부동산 가격인지 부산의 부동산 가격인지 단위가 헷갈릴 수준이다. 헌데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부산과 대구의 인구는 각각 2011년 345만 명, 247만 명에서 2015년 340만 명, 245만 명으로 감소 추세에 있다. 인구감소와 부동산 가격은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인구수는 감소해도 1인 가구의 증가로 가구수는 증가할 여지가 있으며, 런던이나 싱가포르, 제주도의 사례를 보면 외부요인(중동, 중국 등)에 의해 등락이 발생할 여지도 존재한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쓰고 있는데, 이쯤 되니 손가락도 피곤해지기 시작한다. 더 쓸 말은 많지만, 회사도 다 와가고 하니 이쯤에서 마무리해야겠다. 부동산 시장은 물론 유가, 금리, 등은 아무도 그 미래를 예측하기 어렵다. 예측이 쉽다면 그저 선물, 옵션 등 파생상품 투자를 하면 될 것이지, 굳이 부동산 대폭락의 시대가 온다는 책 같은 것을 팔아 돈 벌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저 깊은 생각 없이 부동산은 필망 할 것이라는 신념으로 타인의 가정경제 운영에 감 놔라 배 놔라 하며 잔소리를 하는 것도 그와 유사한 행위다. 부디 자산에 대해선 남이 물어보기 전에 함부로 조언 따윈 하지 않는 현명함을 보여주길 바란다. 끝.


배경사진 출처 : unsplash.com/photos/BJwSnag_Z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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