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퇴근하고 '퇴사자들의 모임'을 가졌다. 나보다 먼저 이곳을 나갔던 선배들과 만나 밥을 먹으며 축하를 받았다. 대화를 나누는 내내 이들이 아직 팀에 남아있었다면 최악의 상황은 막을 수 있었겠지 하는 생각이 순간순간 깃들었다.
마음이 편했다. 퇴사를 앞두고 있어서가 아니라 이후에도 만날 인연임에 확신이 있어서. 약속장소로 가기 전에 퇴사 선배의 원천징수영수증을 받아서 전달해줬다. 인사팀에서 나에게 내년에는 □□씨도 연락주시겠죠 하면서 농담을 건넸다. 네 그러겠죠. 이제야 조금씩 실감이 난다.
회사에서 이렇게 취향이 꼭 맞는 사람들을 만나다니. 전장에서의 기억을 회상하며 웃고 떠들고 스트레스를 뜯었다. 좋은 사람들을 만난 것으로 팀에서 겪은 모든 역경이 상쇄된다. 이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그 고생을 했다고 생각하면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큰 고생에 큰 보상이 따라온 셈이다. 나는 이들을 전우라 부르고 싶다.
새로운 회사에 갈 때마다 바란다. 마음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1명 이상의 전우를 만나기를. 운이 좋아 감사하게도 번번이 이루어졌다. 힘들고 괴로운 일 반대편엔 최소 한 가지의 좋은 일이 따라붙기에 전우애는 상당히 깊어졌다. 못되고 이기적인 이들에게 받은 스트레스만큼 우리는 가까워졌다.
다시 출근한다면 소원을 정정하려 한다. 사회에서도 마음을 온전히 드러낼 수 있는 벗을 만나는 기적은 경험했으니 새 회사에서는 그저 커피 한잔 함께하는 동료애로 충분하다고. 적군도, 전우도, 아군인 척 숨은 내부의 적도, 이 정도면 충분하게 만났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