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밤, 나는 평소처럼 망원경을 통해 고양이별을 관측하고 있었다.
미르의 일상을 확인하는 것이 이제는 나의 루틴이 되어 있었다.
어디서 자고 있는지, 다른 고양이들과 놀고 있는지, 강아지별로 마실을 갔는지.
그런데 그날은 뭔가 달랐다.
고양이별과 강아지별 사이, 무지개다리 입구 근처가 평소보다 소란스러웠다.
"뭐지?"
나는 줌을 당겨 그쪽을 자세히 들여다봤다.
무지개다리 옆에 작은 건물이 하나 있었다.
예전에는 눈여겨보지 않았던 곳이었는데, 오늘은 그 건물 앞에 동물들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건물 위에는 작은 간판이 붙어 있었다.
[무지개 우체국]
"우체국?"
처음 보는 건물이었다.
아니, 처음 본 게 아니라 지금까지 주목하지 않았던 것일 수도 있었다.
나는 시야를 더 가까이 당겼다.
우체국 창구 앞에는 성 프란치스코 성인이 앉아 계셨다.
그 앞에 고양이 한 마리가 입에 작은 편지를 물고 서 있었다.
성인은 편지를 받아 들고 무언가를 확인하시더니, 고개를 저으셨다.
고양이는 풀이 죽어서 뒤돌아갔다.
다음 강아지도, 그다음 고양이도 마찬가지였다.
줄은 길었지만, 편지를 들고 돌아가는 동물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어두웠다.
"뭐가 문제지?"
나는 우체국 한쪽 벽면을 보았다.
그곳에는 수많은 편지들이 쌓여 있었다. 모두 빨간 스탬프가 찍혀 있었다.
줌을 최대한 당겨 스탬프를 읽어보려 했다.
[반송]
[수취인 불명]
수취인 불명?
편지를 보낼 수 없다는 뜻이 아닌가.
나는 쌓여 있는 편지들을 하나하나 살펴봤다.
편지 겉면에는 받는 사람 이름이 적혀 있었다.
[엄마에게]
[아빠에게]
[오빠에게]
[누나에게]
모두 호칭만 적혀 있었다.
이름이 없었다.
그 순간, 깨달았다.
'아... 주인 이름을 몰라서 편지를 못 보내는 거구나.'
지구에는 수억 명의 '엄마'가 있고, 수천만 명의 '아빠'가 있다.
호칭만으로는 편지가 누구에게 가야 할지 알 수 없는 것이다.
성 프란치스코 성인은 우체국 앞에 선 동물들에게 같은 질문을 하고 계셨다.
"주인의 이름을 아니?"
대부분의 동물들은 고개를 저었다.
어떤 고양이는 "엄마"라고만 울었고, 어떤 강아지는 "아빠"라고 꼬리를 흔들었다.
이름을 모르는 아이들.
주인을 사랑하지만, 정작 주인의 이름은 배우지 못한 아이들.
그들의 편지는 모두 반송 처리되어 쌓여만 가고 있었다.
펼쳐진 편지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엄마, 나 여기 아프지 않아. 밥도 잘 먹고 있어. 근데 엄마가 보고 싶어. 울지 마.]
그 편지도 빨간 도장이 찍혀 있었다.
그때, 작은 강아지 한 마리가 창구 앞에 섰다.
"주인의 이름을 아니?"
강아지가 짧게 짖었다.
"김민수."
성인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편지에 파란 도장이 찍혔다.
나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미르는... 미르는 내 이름을 알까?'
13년을 함께 살았지만,
"미르야, 밥 먹자."
"미르야, 이리 와."
"미르야, 사랑해."
늘 미르의 이름만 불렀지, 내 이름을 알려준 적은 없던 것 같다.
가끔, 아주 가끔. 지나가는 말로 알려줬던 것 같기도 하다.
미르도 저 우체국 앞에서 편지를 반송당하는 건 아닐까.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내 이름을 몰라서 편지를 보내지 못하는 건 아닐까.
그 생각만으로도 숨이 막혔다.
나는 황급히 렌즈를 옮겨 미르를 찾기 시작했다.
지장보살님 무릎... 없다.
캣타워 숲... 없다.
츄르 강가... 없다.
"어디 있어, 미르야..."
초조한 마음에 시야를 이리저리 옮기던 중, 우체국 쪽을 다시 보게 되었다.
그리고 발견했다.
길게 늘어선 대기줄 맨 끝.
하얀 털뭉치 하나가 조용히 앉아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입에는 작은 편지 한 통.
"미르..."
녀석도 편지를 보내려고 줄을 서 있었다.
하지만 저 많은 동물들이 모두 반송당했다.
주인 이름을 몰라서.
미르도 내 이름을 모를 텐데.
나는 망원경 앞에서 무릎을 꿇고 앉았다.
"제발... 제발 아무 일 없기를..."
하지만 이성은 알고 있었다.
기적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미르의 편지도 반송될 것이라고.
그날 밤, 나는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미르가 반송당한 편지를 들고 돌아서는 모습이 자꾸만 눈앞에 어른거렸다.
내가... 내가 이름을 가르쳐주지 않아서.
참 야속하기도 했다.
편지 한 통 보내주는 게 그렇게 어려운 것도 아닌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