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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선 Feb 07. 2023

Intro_몸을 움직이는 것에 대한

내 나이 열일곱, 고등학교 시절 틈틈이 시간이 날 때면 엄마가 등록한 헬스장에 가서 트레이드밀 위를 걸었다. (트레이너라는 말이 있기도 전에 그곳엔 관장님이 계셨다.) 말그대로 밥먹는 시간도 아껴가며 공부했던 그때, 가고 오고 샤워하는 시간까지 합치면 2시간은 잡아먹는 헬스장 방문을 지속했던 건 이상하게 트레이드밀에서 30분을 걷고 온 날은, 족히 3시간은 더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신기했다. 운동을 해서 더 피곤하면 잠도 더 많이 잘 것 같은데, 이상하게 몸을 움직인 날에는 늦게까지 쉽게 지치지 않았고 그 다음날 아침에도 개운하게 깰 수 있었다. 당시 유일한 즐거움이였던 음식도 자극적인 것을 굳이 따로 찾지 않아도 뭐든 맛있었고(아 그래도 그 시절 교촌치킨이 처음 등장했는데, 새로운 치킨의 모양과 맛에 반해서 거의 1일 1닭을 했었어요. 그래도 운동을 한 날엔 치킨 생각이 나기도 전에 엄마가 끓여준 된장찌개에 밥을 아주 찰지게 먹곤 했어요.) 그러다보니 대체로 컨디션과 기분이 좋아졌다


모의고사 점수가 떨어진 날에도 헬스장에서 가서 빠른 템포의 음악을 들으며 (관장님은 주로 김현정이나 소찬휘 노래를 틀어주셨는데, 그 노래들이 보통 배신을 이겨내고 더 잘될거야 이런 내용이지 않습니까?) 트레이드밀을 걷다보면, '아 나는 왜 이럴까, 역시 나는 안되나봐'라며 동굴을 파고 지하로 내려가지 않고 '다음에 보여주고 말겠어'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또 내신 시험이 끝난 날 조금 한산한 낮시간에 헬스장에 가서 매트를 깔고 여유있게 이곳저곳 스트레칭을 하다보면 굳이 각잡고 앉아서 골몰하지 않아도 불현듯 '아 이번에는 여기가 부족했구나, 다음 시험 공부 계획을 짤댄 다른 방식으로 해봐야겠다!'라는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했다. (그냥 몸을 움직이는 동안에 평소의 저라면 하지 못했을 신선한 아이디어들이 많이 떠올랐었다는 것일 뿐.. 아시다시피 실행은 다른 문제입니다 ㅎㅎ)


드라마 미생에 나온, 여러 사람이 고개를 끄덕이는 문구 '이루고 싶은게 있다면 체력을 먼저 길러라.'를 운 좋게 몸으로 경험했던 것 같다. 체력을 기르는 것이 내게 주는 이점과 선순환을 경험했고, 그 이후로 나는 모든 일에서 이 점을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그 경험 덕분에 열입곱 이후로 학부에서 all A+ 성적을 만들고 캐나다로 유학을 가고, 다시 귀국해 석사와 박사로 학업을 지속하고, 졸업 후 연구원으로 근무를 하면서 '몸을 움직이는 것'에 대한 경험과 공부를 계속했고, 2019년에는 요가 강사 자격증을 취득해서 수업을 한지도 4년 차이다. 


20년 동안 '몸을 움직이는 것'에 대해 경험하고, 느끼고, 배우고, 생각한 바를 적어 내려가 보고자 한다

이런 글을 쓰고자 하는 이유는 첫째, 가족과 친구들이 늘 놀리듯이 한는 말 "그만 좀 해. 도대체 왜 그렇게 까지 하는거야?"에 대한 답을 찾고, 둘째, 나에게 움직임을 가르쳐주는 사람들이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이 혹은 나의 요가 수업을 좋아해주시는 회원님들과의 대화 끝에 늘 궁금해하시는 것 "전공(혹은 본업)이 도대체 뭐예요?"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함이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해줄 답을 정리하면서, 빨리 지루함을 느끼고, 뭐든지 대충하고 싶어하는 내가 도대체 왜 '몸을 움직이는 것'만은 이것만은 제대로 하고 싶어하는지, 이토록 오랜시간 끈질기게 관심을 지속하는지에 대한 스스로를 이해하기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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