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기증

by 오제이


요즘 종종 어지럼증을 느낀다.

세상이 빙 도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힘이 쫙 풀려 주저앉게 되는 경우도 있다.

얼마 전에는 계단을 내려오다 어지러워 쓰러질 뻔 한걸

할라피뇨(별명)가 잡아줘 사고를 면하기도 했다.

작지만 날쌘 친구다.


내가 어지럼증을 호소할 때면 다들 병원을 가보라고 권한다.

하지만 나는 별로 병원에 가볼 생각이 없다.

어지럼증은 원인을 특정하기가 힘든 탓에

병원에서도 난색을 표하는 경우가 많다.



무작정 병원에 가기 싫다고 떼를 쓰는 건 아니다.

사실 10년 전 즈음에 이미 한 번 진료를 받은 적이 있다.

그때는 증상이 지금보다 훨씬 심각했었는데,

눈앞에 보이는 것들이 빙빙 돌아 구토를 할 정도였다.


종합 병원 진료를 받으며 각종 검사를 했었다.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뇌 CT를 찍고, 눈을 추적하는 잠수부 물안경 같은 걸 쓴 채 고개를 획획 돌려가며

강제 어지럼이나 기절을 유도하는 검사도 했던 것 같다.

그 밖에도 다양한 진료를 봤으나

의사 선생들은 원인을 정확히 알아내지 못했다.


결국 공황장애가 의심되니 정신과로 진료의뢰서를 써주겠다고 하며

긴 시간에 걸친 어지럼증 수색작전은 끝났다.

이렇다 할 성과 없이 많은 시간과 돈만 소모했다.



어지럼증이 지속되면서 주위 사람들의 걱정이 점점 커진다.

병원도 가지 않을 거면서 약한 소리를 내면 안될 것 같아서,

요즘에는 어지러워도 입 밖으로 잘 꺼내지 않는다.


이번 어지럼증은 빈도는 높지만

강도가 높지 않아 나름대로 안심하는 중이다.

길 위에서 쓰러져 사고가 날 만큼 위험해 보이진 않는다.

그냥저냥 감내하며 살 생각이다.

그러다 결국 자연 치유되어 사라지겠지 싶다.


아참, 10년 전 어지럼증은 어떻게 됐느냐면,

원인을 모른 채 계속 앓고 살다가

회사를 그만둔 순간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사라졌다.

추측건대 원인은 스트레스였던 것 같다.

그럼... 이번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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