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대표님이 점심 사주신다는데, 같이 가실 분~'
회사 메신저에 할라피뇨 님이 공지를 올렸다. 공짜 점심이라면 철근이라도 씹어 먹을 기세였지만, 나는 결국 점심 대열에 합류하지 않았다. 월요일은 점심 공복이라는 나만의 규칙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월요일마다 공복을 유지한지도 벌써 두 해가 지나가고 있다. 출근해서 하는 일이 컴퓨터 앞에 앉아 키보드를 두들기는 게 전부라, 내가 하루 가운데 사용하는 열량은 밖에서 몸 쓰는 노동자의 절반밖에 되지 않을까 싶다.
따라서 이렇게 사무직을 하면서 하루 세 끼를 꼬박 챙겨 먹으면 오히려 과하게 먹는 것 아닐까 싶은 의문이 된다. 이게 그저 근거 없는 추측만도 아닌 것이, 내가 아무리 공복을 유지해 봐도 쓰러질 것 같이 힘든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기운이 나는 느낌마저 들었다.
실제로 나는 분기마다 하루에서 3일씩까지 공복 시간을 갖는 규칙이 있는데, 3일을 내리 굶어본 날에도 나는 현기증 한 번 난 적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평일에는 그냥 1일 1 식을 해도 무방하지 않겠나 싶으나, 아직까지는 점심 먹는 즐거움을 온전히 포기하지 못하고 있어 1일 2 식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하루라도 그 양심의 가책을 덜어내고자 공복 시간을 갖기로 마음먹었고, 그날은 월요일이 마땅히 좋은 날이라고 점 찍었다. 왜냐하면 월요일에 공복을 가지면, 지난 한 주간의 독소가 빠져나가는 기분이 들고, 한 주를 또렷한 정신으로 시작할 수 있으므로 보다 높은 텐션으로 업무를 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실제로 아침마다 몸 무게를 쟤 보면 이게 영 헛소리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일요일에 엉망으로 불어난 몸뚱이가 고작 월요일 한 끼만 단식했다고 해서 1킬로 그램이나 줄어드는 기적으로 보이니 어찌 이 달콤한 습관을 그만둘 수 있겠는가.
그렇게 숫자로 증명된 단식의 효능을 보면서 월요일만큼은 그것을 꼭 지키자 스스로와 약속했는데, 마침 오늘 나의 의지를 시험하듯 대표님의 공짜 점심 소식이 들려왔으니, 공교롭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나는 이미 이것을 꿈에서 보았노라~"
이게 무슨 헛소리인고 하니, 사실 지난밤 평소보다 더 엉망으로 불어난 체중을 보면서 속으로 이런 다짐을 했다. '내일 대표님이 밥을 사준다 하더라도 나는 굶어야겠구나.' 대표님 의중은 묻지도 않고 속으로 그렇게 시나리오를 썼더랬다.
그런데 이게 무슨 요술 같은 끌어당김을 만들어, 실제로 대표님의 법인 카드를 빛 보게 만들었으니, 나의 생각의 힘이 참말로 신통하다고 할 수 있겠다.
아무튼, 오늘 나의 단식으로 인해 대표님은 밥값을 아꼈고 나는 살을 아꼈으니, 아쉬울 것 하나 없는 결정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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