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새로운 사람이 출근했다. 그건 곧 이웃 팀의 사업이 잘되고 있거나, 아니면 공석이 생겨 충원이 필요하다는 뜻일 것이다. 첫 번째 이유는 해당사항이 없으니, 나는 두 번째 이유라고 짐작했다. 슬쩍 고개를 들어 이웃 팀 자리를 살폈다. 빈자리가 하나 보였다. ‘에? 어느새 그만뒀지?’ 그 자리는 나와 10년 넘게 함께 근무했고, 전 직장에서는 선배이기도 했던 사람의 자리였다.
소식을 들어보니 아직 퇴사한 건 아니라고 했다. 오늘따라 외근이 있어 자리를 비운 것뿐이라고. 다만 그만두는 날짜를 회사와 조율 중인데, 빠르면 이번 달 안에도 떠날 수 있다고 했다. 10년이나 함께 얼굴을 본 사이라, 비록 크게 친한 사이는 아니었더라도 ‘그만둔다’는 말에 마음이 조금 서운해졌다. 그렇다고 오래 다녀주길 바라는 마음은 아니었다. 그저, 오래 몸담았던 직장을 내려놓기까지 그가 얼마나 고민했을지, 그 시간의 무게가 전해져서 마음이 조금 먹먹했다.
우리 회사는 다른 팀끼리의 왕래가 거의 없다. 사업 영역이 완전히 다르니 같은 프로젝트에서 협업할 일도 드물다. 이번에 그만두는 직원과도 함께 일해본 건 손에 꼽을 정도다. 그래도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다른 팀끼리 이름과 얼굴 정도는 알고 지냈다. 가끔 회식도 하고, 워크숍 같은 행사도 했으니까. 하지만 팬데믹 이후 그런 기회가 사라지자, 다른 팀과의 인연도 자연스레 끊겼다. 지금은 건너편 팀의 이름조차 다 알지 못한다.
물론 마음을 먹으면 가까워질 기회야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직원들은 그러고 싶지 않은 듯하다. 다른 팀과 밥이나 커피를 마시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괜히 인연을 만들어 귀찮은 일을 떠안게 될까, 혹은 어설프게 아는 사이에서 오는 어색함이 싫은 걸지도 모르겠다.
나도 지난 몇 년간 몇 번 정도 다른 팀 사람들과 가까워지려 노력했다. 회식에 참석하기도 하고, 따로 밥이나 커피를 함께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그런 노력은 오래가지 못했다. 어설프게 가까워진 관계는 멀어지는 것도 쉬운 법. 그 과정을 겪으며, 사람과 사람이 가까워지는 데는 인연만큼이나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
멀어져도 아쉽지 않은 사이가 된다는 건 참 서운한 일이다. 내게 인간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매력이 없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그런 사람으로 남고 싶진 않다. 그러나 모든 사람에게 애정과 노력을 쏟을 수는 없으니, 결국 누군가에게 나는 아쉽지 않은 인연이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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