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은 예상했던 것보다 싱겁게 끝이 났다. 수영장 쪽에서 급하게 강사를 구인하고 있었는데, 지원자의 숫자가 턱 없이 적어 웬만하면 나를 채용하고 싶었다고 팀장님은 솔직하게 얘기해 주었다. 경력이 없는 것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고, 두루두루 회원들과 잘 지낼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는데 구구절절 지원서에 마음이 끌렸다고 했다. 나는 지원서 이상으로 없는 걸 지어낼 필요도 없이 덜컥 오전 수영 강사로 채용되었다. 강사로 일하기 위해서는 웻슈트가 필요했는데, 마침 오후 강사들 중에서도 웻슈트 맞춤 제작을 위해 곧 치수를 재러 슈트 제작 업체에서 수영장으로 나온다고 해, 나도 그 대열에 합류하게 되었다. 수영 실력도 보는 게 아닐까 싶어 내심 제일 아끼는 수영복도 가지고 왔는데 오늘은 쓸 일이 없게 되었다.
그나저나 면접이 끝나고 더 중요한 면접이 있었다. 동창 미현과의 회포 말이다. 다행히 미현은 오후 수업 전에 틈이 있는 상황이라 근처 미현이 아는 카페로 옮겼다. 아무래도 신기한 일이었다. 여기에서 이렇게 예상치도 못하게 만나다니! 다행인 점은 미현과는 고등학교 다닐 때는 그렇게 친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서로 미워하는 사이도 전혀 아니었다. 서로 속해 있는 그룹이 달라 별다른 접점이 없었을 뿐 그렇게 우리는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사이로 같은 반에서 시간을 보내다 대부분의 동창들처럼 자연스럽게 연락이 닿지 않았을 뿐이었다.
미현은 이곳에서는 수영 강사로 3년 동안 재직했고, 다른 곳까지 포함하면 8년 차의 배테랑 수영 강사였다. 여기 수영장에서는 오전반의 어른 회원들과 오후반의 어린이 회원들을 지도하고 있다고 했다. 미현을 통해 알게 된 것은 내가 일하게 될 오전반 수영 강사 자리에는 원래 오랫동안 일한 분이 급하게 그만두게 돼서 생긴 빈자리였다. 오전반은 초급반과 상급반이 있는데, 특히 상급반 회원들과 기존 선생님의 신뢰 관계가 두터웠기에 그게 조금 걱정이라고 일러 주었다. 웬만한 선생님들은 눈에 차지 않을 상급반에 자신들이 신뢰했던 선생님이 사라진 자리에 웬 신입이 들어오게 된 꼴이니 미루어 짐작해 봐도 만만치 않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그리고 미현은 이곳이 다른 수영장에 비해 일하기 수월할 수는 있으나, 처음 수영 강사로서 일할 때 어려운 부분도 분명히 있을 것이라 얘기해 주었다. 내가 직접 하나둘 겪어보고 느껴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구체적인 어려움에 대해서는 더 깊게 말해주지 않았지만, 혹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자신에게 도움을 청해도 된다고 말해 주었다. 이렇게 만난 일도 신기한데 도움의 손길까지 먼저 내밀어 주는 미현이 든든했다. 그 뒤로는 어떻게 하다가 수영하게 되었고 자격증까지 취득하게 되었는지 수영으로 말미암아 서로의 시간에 대해서 대략적으로 나눌 수 있었다. 너무 갑작스럽고 반가운 마음이었는지 우리는 별다른 아이스 브레이킹 없이 카페에서 줄줄이 대화를 하면서 시간을 녹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때도 분명 고마웠는데, 곧 당도할 미래의 고마움에 대해서는 그 자리에서 알 길이 없었다. 수영장에서 동료로서 미현이 얼마나 값지고 소중한 사람이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