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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성북청춘불패영화제] 단편경쟁 6 리뷰

집 보러 왔습니다, Mosaic, 벌레, 하부구조의 친구들

by Abyss
출처: 성북청춘불패영화제 홈페이지 http://www.sbff.co.kr/main/index.html)


2023년 11월 12일, 기온이 영하로 뚝 떨어진 일요일. 아리랑시네센터에서 개최되고 있는 성북청춘불패영화제에 다녀왔다. 성북청춘불패영화제는 젊은 영화인들의 창작을 지지하는 단편영화제이다. 2023년 11월 9일부터 11월 15일까지 개최된다고 하며, 티켓은 무료이다. 디트릭스 앱에서 온라인 예매, 아리랑시네센터에서 현장예매가 가능하다.


아리랑시네센터는 첫 방문이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잘 되어 있어서 놀랐다. 내외부 모두 깔끔하다. 영화제 자체도 소규모인 것에 비해 진행이 버벅이거나 주먹구구식이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인스타그램 해시태그 이벤트로 성북청춘불패영화제 기념 비누도 받아 볼 수 있었다.


관람한 섹션은 단편경쟁 6으로, 총 네 작품이 상영되었고 관람 이후에 투표도 할 수 있었다. 한 작품에만 투표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아쉬울 정도로, 모두 좋았던 영화들.




1. 집 보러 왔습니다

출처: 성북청춘불패영화제 홈페이지 http://www.sbff.co.kr/main/index.html)

정윤아 / 22 min / 극영화 / 컬러


자가 아파트 소유의 꿈을 이루었지만 무리한 대출 이자로 하우스푸어가 된 선옥. 집을 다시 팔고자 하지만 세입자 자현으로 인해 쉽지 않다.





Review:

한국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하나인 주거 문제를 적당한 무게로 담아낸 단편이다. 그만큼 공감되는 주제였기도 하고, 주거 문제가 안정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비롯되는 불안과 일상적인 공포를 잘 표현했다. 배우들의 연기도 빛났다. 일상적인 내용인 듯하면서 아슬아슬한 느낌이 이어지는 균형이 좋았고, 음악과 촬영에서의 센스도 돋보였다. 개인적으로는 새댁 자현의 남편이 등장하지 않은 점이 흥미롭게 느껴졌다. (비용 절감 측면의 사유가 가장 크겠지만)

+GV에서 감독님이 귀여우셨던 것도 기억난다.




2. Mosaic

출처: 성북청춘불패영화제 홈페이지 http://www.sbff.co.kr/main/index.html)

김주원 / 5 min / 실험영화 / 컬러


당신과 나의 도시를 그리며







Review:

'당신과 나의 도시를 그리며'라는 캡션에 맞게, 도시의 모습을 만화경으로 비추어 낸 듯한 작품. 멍 때리며 감상하다 보면 이 도시가 가진 모자이크적 느낌에 푹 빠질 수 있다.




3. 벌레

출처: 성북청춘불패영화제 홈페이지 http://www.sbff.co.kr/main/index.html)

명세진 / 22 min / 극영화 / 컬러


이제 막 성인이 된 공장노동자 김하나는 '노동조합'이니 '하청계약직'이니 하는 어려운 말들을 이해할 수 없다. 그저 할머니와 둘이 생활할 수 있는 돈이 절실할 뿐이다.




Review:

할머니와 둘이 살며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갓성인 하나가 안타깝기도 하면서, 노동조합의 문제를 한 발짝 떨어져 생각할 수 있도록 잘 만들어진 작품. 하나가 벌레가 되는 장면과 그 이후도 매끄럽다. 만약 벌레가 되는 전개가 아니었다면 조금은 피로하기만 할 수 있는 소재를 상상력을 더해 잘 해결했다. 물론 이 작품도 배우들의 연기가 돋보였다. (하지만 앞머리는 어떻게 했어야 하는 게 아닌지......)




4. 하부구조의 친구들

출처: 성북청춘불패영화제 홈페이지 http://www.sbff.co.kr/main/index.html)

이세형 / 25 min / 극영화 / 컬러


세 친구가 있다. 이들은 같은 대학을 다니는 동갑내기들이지만, 우리가 사는 사회에 대해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하나의 맨홀 구멍을 중심으로 요상한 하루 아침을 보내게 된다.




Review:

위의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사회문제를 다루면서도, 조금 더 톡톡 튀는 경쾌한 무드의 작품. 단연 재기발랄하다. 친구인 세 대학생의 서로 다른 사회에 대한 입장과 동시에 셋이 함께 공유하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사실을 일깨우면서도 더 근본적이고 기본적인 노동의 고귀함에 박수를 보내는 절차도 잊지 않는다. 코미디 장르를 만들기 어려울 거라는 편견이 있는데, 웃기기도 웃겼다. 연기 얘기도 빼놓을 수 없다. 인탁 역을 맡은 배우의 연기는 정말 대단했다. (다 큰 성인 남자가 귀여워 보이는 연기는 쉽지 않다고 생각했다.) 음악과 편집 등 기술적으로 신경을 쓴 부분도 센스 있게 느껴졌다.




올해 처음 방문한 영화제인데, 솔직히 별로 기대하지 않았지만 예상보다도 훨씬 좋은 작품들을 만날 수 있어 즐거웠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일정에 여유가 있으시다면, 올해 성북청춘불패영화제, 혹은 다음 해에도 이어질 이 영화제를 찾아 주셨으면, 나도 바라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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