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의 본가는 역에서 차로 약 20분 정도 떨어져 있는 곳이었다. 집으로 향하는 길에는 논과 밭이 길을 감싸고 있었다. 동네는 놀랍도록 조용하고 인기척이 잘 느껴지지 않는 곳이었다.
가는 길에 작은 중학교가 보였다.
“저 중학교가 내가 다니던 학교야! 엄청 작지? 아직도 학생들이 있는 게 신기하네. “
학교에는 주말인데도 불구하고 운동장에서 운동하는 학생들이 있었다. 운동장에는 열명 조금 넘어 보이는 학생들이 소리를 지르면서 뛰어놀고 있었다. 그들의 앳되보이는 얼굴이 햇볕에 타서 그런지 더욱 개구쟁이처럼 보였다.
“나는 중학교 때부터 농구부 했었잖아. 농구부는 저기 체육관 안에서 활동했었거든. 덕분에 심하게 피부가 타지는 않았어. “
확실히 B는 운동부치고는 피부가 하얀 편이었다.
운동하고는 거리가 먼 생활을 해온 나보다 훨씬 피부가 하얬다.
“그리고 저기 길을 따라서 항상 등하교했었거든. 지금은 가로등이 많이 설치되어 있긴 한데, 내가 학교 다닐 때는 가로등이 얼마 없어서 하교할 때 진짜 무서웠어. 어두워지기 전에 빨리 집으로 안 돌아가면 부모님이 마중 와주실 때까지 학교에서 기다려야 했지. 그래서 우리 집 근처에 사는 친구들 부모님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온 적도 많았어.”
B의 아버지는 차 안에서 묵묵히 운전만 하고 계셨다.
조용한 차 안에서 그녀는 자신의 어릴 때 이야기를 이어갔다.
“친구차를 타고 집 근처에서 내리면 집까지 걸어서 와야 했는데 밤이 되면 그 돌아오는 길이 정말 어두워져서 무서웠어. 돌아오는 길에 원숭이나 사슴, 멧돼지도 만난 적 있다? 진짜야. “
어느덧 B의 본가에 도착을 했다. 마당이 딸린 집이었고 높지 않은 건물이 3채 있었다.
“어서 와! 우리 집이야!”
B는 간단히 집을 소개해주었다.
“여기가 우리가 자주 생활하는 건물이야. 제일 넓거든. 주로 다 같이 밥을 먹거나, 쉬거나, 티브이 보거나 하는 건물이야. 엄마랑 아빠 방도 이 건물에 있어!”
B는 손가락으로 다른 건물을 가리키며 말을 이어갔다.
“저기 작은 건물 하나는 나랑 동생이 쓰는 곳! 그리고 맞은편은 작은 건물은 할머니가 쓰는 곳이야.”
B는 방으로 들어가기 전 마당이 잘 보이는 곳에 걸터앉았다.
“원래 마당에서 강아지도 두 마리 키웠는데 두 마리 다 병으로 죽었어. 그때 너무 슬펐어서 그 이후로 다시 강아지 키울 생각을 못하겠더라고. 그리고 강아지가 있을 때에는 야생동물들이 마당에 들어올 생각도 못했는데, 강아지들이 없어지고 나니까 야생동물들이 마당으로 진짜 자주 들어오더라고? 내가 밤에 화장실 가는데 너구리하고 사슴이랑 눈이 마주쳤다니까? “
B는 싫다는 듯이 말했다.
”자! 그럼 거실로 들어가자. “
B가 먼저 앞장서서 내 손을 잡아끌며 거실로 안내해 주었다. 집 안으로 들어오니 오래된 나무 냄새와 그 나무에 밴 것 같은 기분 좋은 향냄새가 나를 맞이해 주었다.
거실에는 향을 피운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 불단이 있었고 그 옆에는 두 개의 히나인형이 있었다. 남자 인형과 여자인형이 사이좋게 불단 옆을 지키고 있었다.
“아! 저기 있는 인형, 나랑 내 동생이야. 태어났을 때 기념으로 인형을 만들어서 저기에 두었대. “
거실을 조금 둘러보고 있으니 안쪽 방에서 B의 어머니와 아버지가 나오셨다.
나는 간단히 인사를 드리고 자리에 앉았다. 좌식 테이블에 푹신푹신한 방석이 준비되어 있었다.
어머니는 차를 준비하러 주방으로 들어가셨고 아버지는 나와 B 맞은편에 어색하게 앉으셔서 안부를 물어보셨다.
“어떻게 잘 지내고 있었냐. 아픈 데는 없고.”
“응 완전 잘 지내고 있어. 일도 열심히 하고 있고. “
“아빠는 요즘 야근이 많아서 잘 못 지낸다. 너라도 잘 지내니 다행이구나.”
“어쩐지 아빠 다크서클이 턱까지 내려왔더라. 더 이상 안 내려오게 병원이라고 가보는 게 어때?”
“그럴 시간도 없다.”
짧은 안부를 주고받는 사이 어머니가 주방에서 말차를 가지고 오셨다.
“뜨거우니까 조심히 마셔요.”
어머니는 그렇게 말하고 아버지 옆자리에 천천히 앉으셨다. 서로 마주 보고 앉아있는 시간이 너무나도 어색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B는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싱글싱글 웃으면서 어색해하고 있는 부모님과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먼저 말 문을 연건 어머니였다.
“왜…A군 같은 사람이 우리 딸을…? 어디가 좋아서?”
A군과 B양이 이혼하기까지 앞으로, 2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