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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카리

불꽃놀이가 끝난 날, 나는 얼떨결에 B의 부모님과 전화 통화를 했었다.

그녀는 내가 알게 모르게 나에 대한 것을 부모님에게 자주 이야기했다고 한다. 처음으로 대화해 본 B의 아버지는 약간 피곤해 보이는 목소리였지만 다정하고 유머러스하게 말을 걸어주셨었다.

아버지는 B에게 어떻게 잘 지내고 있는지, 그리고 아픈 곳은 없는지 물어보았다.

마지막으로 나에게는 한마디, B를 잘 부탁합니다,라고 말하셨다. 짧은 통화였다.


그리고 다음날 B는 전날 말했던 것처럼 내 부모님에게 보내고 싶은 짧은 인사 영상을 찍었다.

자기는 누구인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인사드리러 찾아뵙고 싶다고, 한국에서 만나요라고.

내가 부끄러워지는 그 짧은 영상에 B는 빨리 내 부모님에게 전해 달라고 재촉했었다.

그러면서 왜 얼굴이 새 빨게 질 정도로 부끄러워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코로나가 유행하면서 자유로히 한일 양국을 이동하기 어려운 시기, 일본은 그때 당시 타지에 사는 가족이 고향으로 돌아오는 것도 꺼려했었다.

그 때문에 B도 최근 몇 년 가족을 만나지 못했었다.


오사카 남부로 향하는 지하철, 우리 집에서 B의 본가에서 제일 가까운 역까지 약 한 시간 반이 걸리는 거리였다. 우리는 아침 일찍 준비하여 전철을 타고 이동했다. 오사카 중심지에서 점점 멀어지니 주택가가 사라지고 논밭이 하나 둘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전철 안 북적이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자리에서 일어내서 내리기 시작했다.

어느덧 전철 안에는 우리 둘만 남아있었다.

본가로 향하고 있는 전철 안, B의 아버지에게 연락이 왔다. 근처 역에 도착하기 30분 전쯤에 연락을 해주면 마중을 나오시겠다고 하셨다.



내가 B에게 같이 한국을 가자고 처음 말한 날 이후로 우리의 관계는 크게 진전하기 시작했다.


한국에 가자는 갑작스러운 내 제안에 B는 흔쾌히 좋아,라고 대답해 주었다.

B는 어렸을 때부터 꿈 중 하나가 한국에서 살아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 하는 일도 마음에 들긴 하지만, 임신을 하고 나서도 계속하기에는 몸에 조금 부담이 될 것 같고 육아휴직등 복지제도가 잘 갖추어진 회사는 아니기 때문에 망설임 없이 그만둘 수 있다고 했다.

그녀는 한국에 도착하면 일단 먼저 아이를 가지고 싶기 때문에 일을 그런 복지제도가 잘 갖춰진 곳에서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고 보니 오빠, 한국에서 같이 지내려면 우리 먼저 혼인신고해서 배우자비자로 바꿔야 하는 거 아냐?”


“응 맞아. 안 그러면 3개월 후 일본으로 다시 돌아갔다가 와야 하니 불편하지. 일도 구할 수 없고.”


“그럼 우리 한국으로 같이 돌아가면 서류상으로는 정말로 부부가 되는 거네? ”


“음, 그렇게 되지 않을까. 바로 식을 올리는 건 어렵겠지만.”


“한국에는 언제쯤 돌아갈 생각이야?”


“일단 나도 일은 계속해야 하니까, 괜찮은 오퍼가 들어왔는데 내년 3월부터는 일하는 게 조건이야.”


“그럼 이것저것 준비도 해야 할 텐데 시간이 정말 얼마 안 남았네!”


“맞아 길어야 한 달 조금 더 남았어. 그동안 짐도 싸고, 버릴 건 버리고 부동산이나 서류정리등 할게 산더미긴 해. “


“응 우리 인생에서 제일 바쁜 한 달이 될 것 같아. 그런데 오빠 우리 한국으로 가기 전에…“


“응?”


“이번 주 토요일 내 본가에 같이 가자. 부모님한테 인사드리러.”



B의 본가에서 가장 가까운 전철.

정오가 조금 넘는 시간에 전철역에 도착하니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지키고 있는 역무원도 하나 없는 무인 전철역이었다.

우리는 양심껏 교통비를 내고 역에서 나왔고, B는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 어디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인지 확인했다. B의 아버지는 전철역 앞 작은 주차장에 차를 대고 기다라고 계셨다.

B의 아버지는 실제로 보니 키가 그렇게 크지 않으셨고 친절해 보이는 눈을 하셨다.


“안녕하세요. B의 아버지입니다.”


아버지가 먼저 손을 뻗어 악수를 청해주셨다.


“안녕하세요 B의 남자친구입니다. 결혼전제로 만나고 있습니다.”



A군과 B양이 이혼하기까지 앞으로, 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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